대표팀 은퇴 의사를 밝혔던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이 은퇴 시기를 아시안컵 이후로 늦췄다. 기성용은 7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 평가전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 전반 45분을 소화한 뒤 김민재(전북 현대)와 교체됐다. 한국은 이 경기에서 이재성(홀슈타인 킬)과 남태희(알두하일)의 연속골로 2-0 승리를 거뒀다.
이날 코스타리카전은 파울루 벤투 감독의 사령탑 데뷔전이라 더욱 의미가 각별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이어질 장도에 첫 발을 내딛는 경기에서 벤투 감독은 기성용에 대한 굳은 믿음을 선발 기용으로 드러냈다. 벤투 감독은 부임 후 기자회견 때부터 일찌감치 기성용을 발탁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코스타리카전이 끝난 뒤에도 벤투 감독은 기성용의 은퇴 여부에 대해 "내가 아는 한 기성용은 계속 뛸 것이다.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그가 대표팀에서 함께할 것임을 강조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 은퇴를 시사했던 기성용이 당분간 태극마크를 달고 더 뛸 것이란 확신이었다.
기성용 본인은 아직 은퇴 고민을 완벽히 정리하지 못했다. 기성용은 “월드컵이 끝난 뒤 진지하게 대표팀 은퇴를 고려했다. 해외에서 뛰고 있어 한국을 오가는 것이 부담이 됐고 100% 대표팀에 헌신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문을 연 뒤 "감독님이 새로 왔고 대화를 나눴다. 생각을 많이 했고 선배들의 조언도 들었다. 감독님이 함께 가자고 했고, 나 역시 아시안컵까지는 함께 가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는 말로 일단 아시안컵까지는 은퇴를 보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일단 주장 완장을 손흥민(토트넘)에게 넘긴 만큼 부담은 줄었다. 그동안 대표팀 주장으로 막중한 책임감을 함께 안고 뛰어야 했던 기성용은 "홀가분하다. 주장으로서 내 역할은 다 한 것 같다"며 "앞으로 흥민이가 4년 동안 잘 해낼 것"이라고 미소를 보이기도 했다.
아시안컵 이후에도 기성용이 대표팀에 남을 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한국 축구대표팀의 주축이었던 그의 아시안컵 동행 선언은 반가운 일이다. 벤투 감독 부임으로 대표팀에 변화가 불가피한 만큼,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뛰었던 기성용과 같은 베테랑 선수가 중심을 잡아줘야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팀을 만들어야 할 벤투 감독에게 기성용의 잔류는 말 그대로 '천군만마'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