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평성이 있어도 특혜는 특혜다. 정용철 서강대 교육대학원 교수가 국위 선양 프레임을 향한 시각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보는 이유다. 스포츠 분야의 병역 특례 문제가 상대적으로 주목받는 탓에 유독 부각되고 있다고 본다. 오히려 문화·예술 분야의 문제는 이에 가려져 있다는 것이다. 종목과 선수를 향한 과도한 비판 대신 특례를 적용하는 당위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병역의무를 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식과 기간에 유연성을 둬서라도 말이다. 기본적 입장은 "특례는 최소화돼야 한다"는 것이다.
- 아시안게임 후폭풍이 거세다. 원인이 무엇이라고 보나. "젊은 세대에서 병역 특례 제도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 공정성이 유독 강조되고 있는 세태다. 스포츠 분야에서 유독 강조되는 단어가 훼손되고 있는 현실에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평창올림픽부터 시작됐다. 아시안게임에서는 축구와 야구가 서로 비교되면서 더 증폭됐다."
- 특정 종목과 선수에게 집중된 비난에 대해 과도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두 종목 모두 선정 과정에서 논란이 생겼다. 그러나 대회를 치르며 야구는 더 많은 비난을 받았다. 두 가지 이유라고 본다. 야구대표팀은 '초등학생 팔을 비틀어서 얻어 낸 금메달이다'는 인식이 생겼다. 상대적으로 승부가 수월한 상대만 만났다는 인식 때문이다. 병역 특례까지 주어진 상황이 적절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에서 최고의 선수단을 구성하지 않은 이유로 비난받아선 안 된다. 결과도 장담할 수 없었다. 또 한 가지 짚고 싶은 건 야구라는 종목을 향한 인식이다."
- 구체적으로 전한다면. "야구팬이 아니라면 '편하게 하는 운동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이는 축구와는 다르다. 표면적으로 선수들의 노력이 두드러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그런 종목이 너무 큰 혜택을 받는다는 인식이 병역 특례 관련 논란을 만나 증폭됐다고 본다. 그러나 훈련 과정에서 흘린 땀은 어느 종목이나 많다. 과도한 비난은 부적절하다고 본다."
- 선수는 어떤가. "마찬가지다. 금메달을 목에 걸지도 못하고 고개를 숙인 채 죄인처럼 공항을 빠져 나가는 장면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불법을 저지른 게 아니다. 만들어진 룰 안에서 실현한 것이다. 사실 운동선수보다 문화·예술 분야의 특기자가 더 많은 특혜를 받고 있다. 알려지지 않은 콩쿠르에서도 면제 혜택을 받는 인원이 나온다. 각 종목 운동선수의 전체 인원 수를 감안하면 극소수만 혜택을 받는다. 주목받는 분야라고 해서 더 많은 비난을 받아야 하나. 공정성이 화두라면 다시 생각해야 할 문제다. 물론 오지환(LG)의 경우 괘씸하다는 인식이 들 것이다. 그러나 비난과 저주는 멈춰야 한다고 본다." - KBO, 코칭스태프의 선택과 운영도 도마 위에 올랐다. "KBO보다 선동열 감독의 문제다. 허재 농구대표팀 감독도 마찬가지다. 책임감이 부족했다. 김학범 축구대표팀 감독은 선수 선발 과정에서 불거진 논란에 대응했다. '황의조의 선발은 의리가 작용한 게 아니다'며 말이다. 실제로 입증도 됐다. 그러나 오지환이나 허재 감독의 두 아들은 발탁과 동시에 논란이 됐음에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지도자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했다. 그 점이 대중의 분노를 증폭시켰다고 본다. 우선 공정한 선발이 이뤄져야 하고 논란이 된다면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비겁했다."
- '마일리지 제도' 도입 등 병역법 개정을 위한 움직임이 있다. "마일리지 제도는 어려울 것이다. 종목별 상황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형평성에 맞는 기준을 만들어 내는 게 쉽지 않다. 차라리 현재 제도가 더 깔끔하다. 명확한 기준을 세워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그 내용을 설득하는 과정도 중요하다. 그동안 스포츠계는 이 지점이 미흡했다. 적폐나 모순을 해결하는 프로세스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것이다."
- 바람직한 방향은 무엇이라고 보나. "일단 국위 선양이라는 프레임 자체에 대한 인식이 변해야 한다. 병역특례법이 처음 나온 1970년대와 상황이 다르다. 여전히 그 프레임을 내세워 특혜를 용인하는 것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사실 이전에도 개선을 외치는 목소리와 움직임이 있었다. 변화는 미미했다. 형평성을 내세워도 결국 특혜는 특혜다. 최소화해야 한다. '대중 가수도 국위 선양을 했으니 적용받아야 한다'는 주장은 논점을 흐리고 논란을 키우는 것이다. 전성기를 벗어난 시점이라도 병역의무를 다하는 게 바람직하다. 그 시기에 전투 요원으로 투입될 수 없다면 특기를 살려서 각 분야의 교육 요원으로 사회에 기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