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71) KBO 총재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 논란과 관련해 사과했다. 대표팀 구성과 병역 특혜 논란 등에 관해 고개를 숙였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었다. 한마디로 '앞으로 논의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정 총재는 12일 서울 강남구 야구회관 내 KBO 사무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BO와 한국 야구대표팀에 대해 지적해 주신 국민 여러분의 질책과 비판을 뼈아프고 겸허하게 받아들인다. 아시안게임 야구를 지켜보며 상처받은 분들에게 깊은 사과를 드린다"고 했다. 이어 "KBO가 국위 선양이 어떤 가치보다 우선시된 과거의 기계적 성과 중시 관행에 매몰돼 있었음을 고백한다"고 준비해 온 입장문을 읽어 나갔다.
야구대표팀은 2018 아시안게임에서 대회 3연패를 달성했다. 하지만 마음껏 기뻐할 수는 없었다.
대표팀 선수 선발과 구성과 관련해 출발부터 잡음이 많았다. 올 시즌이 종료된 뒤 현역으로 입대해야 하는 일부 선수가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표로 입대를 미뤘는데, 결국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대표팀과 관련해 이렇게 논란이 커진 적은 없었다. 대표팀 구성을 놓고 시작된 비난 여론은 우승한 뒤에도 전혀 사그라들지 않은 채 여전히 대표팀과 선동열 감독, 특정 선수에게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분위기를 고려해 이날 자리가 마련됐다. 정 총재는 이를 의식한 듯 "입 다물고 시간이 지나기만을 바랄 수 없기에 이 자리에 섰다"며 "KBO 커미셔너(총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 국가대표 선발과 국가대표팀 운용 등 주요 사안들을 제대로 점검하고 조정해 내지 못한 나의 책임이 크다. 특히 병역 문제와 관련된 국민 정서를 반영치 못해 죄송하다"고 밝혔다.
앞서 KBO에서 발표한 '향후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 동안 KBO 리그를 중단하지 않고 계속 정규 시즌을 치르겠다'던 입장뿐 아니라 프로-아마 선발 기준, 병역 미필자의 발탁 여부 등에 관한 뚜렷한 대책이 기대됐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이와 관련된 질문이 쏟아졌다.
정 총재 역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과거부터 국가대표 선발이 병역 면제로 이용된다는 비난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그런 정 총재가 꺼낸 카드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와 협력해 '한국야구미래협의회(가칭)'를 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 총재는 "아시안게임 대표 선발 과정을 다시 살펴보고 한국야구미래협의회의 여러 전문가들과 심도 있게 연구하고 토의해 자랑스럽고 경쟁력을 갖춘 선수 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KBO에서 추천하는 인사 5명과 KBSA(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에서 추천하는 5명, 총 10명으로 구성하겠다는 입장인데 언제, 어떻게 발족할지에 대해 뚜렷한 설명은 없었다.
올해 취임한 정 총재는 앞서 KBO 자문위원회와 미신고 현금 트레이드와 관련된 특별조사위원회를 발족했다. 이번이 세 번째. 특정 이슈에 대해 논란이 발생되면 '일단 나서자'는 식으로 협의회를 발족하지만, 뾰족한 대책은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아시안게임 병역 혜택 논란은 야구에서 촉발됐다. 이에 KBO의 책임 있는 선제적 대응책 발표가 이뤄질지 주목됐다. 하지만 향후 대표팀 선발과 관련해서 "정부가 공정하고 투명한 시스템을 마련한다고 했다. 정부 방안을 지켜봐야 한다. 국가가 정한 틀 속에서 KBO가 무엇을 정해야 한다. 국가 기준에 따라 투명하게, 국민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고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야구대표팀은 선 감독 및 코칭스태프에서 전권을 쥐고 선수를 선발했다. 한쪽에서 기술위원회 부활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총재는 "전임감독제를 도입한 이유는 기술위원회 문제점이 생겨서다. 전임감독제에 문제점이 있다면 기술위 장점을 살리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 '누구를 어떻게 선발했냐'고 물어보면 금방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소 위험한 이야기를 꺼냈다. 정 총재는 "10개 구단에서 공평하게 1명씩은 뽑혀야 한다고 생각한다. 9개 구단에서 여러 선수가 선발됐는데 특정 구단만 빠진 것은 모양이 좋지 않다"고 했다. 앞서 "(선수 선발과 관련한) 책임은 선 감독에게 있다. 선 감독을 비롯해 코칭스태프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총재의 선수 선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셈이다. 대표팀 구성과 관련해 논란이 많았는데 '최고의 선수로 뽑겠다'가 아닌 '형평성'에 치중한 인상을 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