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민은 현재 삼성 1군 엔트리에서 경험이 가장 부족한 선수다. 지난 6월 21일 대구 SK전에서 데뷔전을 치렀고, 9월 4일 마산 NC전에서 첫 안타를 신고했다. 1군 출전이 9경기(24타석)에 불과하다.
1군에 등록됐다는 것 자체가 '기적'에 가깝다. 그만큼 굴곡진 야구 인생을 살았다. 대구상원고 졸업 이후 2010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받지 못해 영남대에 진학했다. 고등학교 때 무릎 수술을 받아 1년을 유급했고, 성적은 바닥을 쳤다. 두 번째 도전이던 2014 신인 드래프트에선 마지막인 2차 10라운드(전체 97순위)에 가서야 이름이 불렸다. 1차 지명 유망주의 실패 사례가 수두룩한 KBO 리그에서 '10라운드 성공 신화'는 손에 꼽힐 정도로 적다. 대부분 하위 라운드 선수들처럼 1군 무대를 밟지 못하고 유니폼을 벗을 것처럼 보였다.
백승민은 달랐다. 2년간 군 복무를 마치고 지난해 7월 팀에 합류한 뒤 곧바로 2군 캠프에서 기량을 갈고닦았다. 2군 성적은 타율 0.302(199타수 60안타). 외국인 타자 다린 러프의 발가락 부상과 9월 엔트리 확대가 맞물리면서 기회가 닿았다. 준수한 타격과 수비로 김한수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늦깎이 신인' 백승민은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며 각오를 전했다.
- 고등학교 졸업 이후 지명받지 못했는데. "2010년 신인 드래프트였다. 지명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때는 당연히 안 된다고 생각했다. 대학교에 가서 다시 해 보자는 마음이 컸다. 성적이 좋지 않아서 대학교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 대학 졸업 이후 10라운드 지명을 받았는데. "경기 중이어서 신인 드래프트를 라이브로 보지 못했다. 10라운드였지만 지명되니 기분이 좋았다."
- 10라운드에 지명된 선수의 성공 케이스가 극히 드물다. 기회를 잡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은 안 했나. "입단하면 다 똑같은 선수기 때문에 열심히 하면 기회가 올 것이라는 생각으로 집중했다."
- 대학교에 가서 좋아진 부분이 있다면. "아무래도 고등학교 때보다 투수들 공이 빨라서 그 부분에 맞게 적응했다. 코칭스태프에서 1학년 때부터 경기를 뛸 수 있도록 많은 배려를 해 주셨다. 경기를 많이 소화하면서 경험을 쌓았다."
- 입단 이후 한 시즌을 치르고 군대에 갔는데. "고등학교 때 무릎 수술을 받아서 유급했다. 그 영향으로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다. 대구 지하철 영대병원역에서 역무원 보조로 2년을 복무했다. 선로 안전선을 지키게 하는 게 임무 중 하나였다. 모교인 상원고에서 배려해 주셔서 일과 시간(오전 6시 반부터 오후 3시) 이후 학교에서 운동했다."
- 드래프트 미지명과 하위 지명 그리고 무릎 수술까지 많은 곡절을 경험했다. "무릎 수술을 받았을 때는 야구를 그만둘까라는 고민도 했다. 일반적인 수술이 아니었다. 연습 중 코치가 쳐 준 공에 무릎을 맞았는데, 왼무릎뼈가 부러져서 옆으로 이동했다. 그것을 움직여 핀으로 고정했다. 목발 생활을 6개월 동안 했고, 재활까지 1년이 걸렸다. 쉽지 않았다."
- 나이가 많다는 불안감은 없었나. "군대에 가기 전에는 29세 정도 되는 선수가 팀에 꽤 있었다. 그런데 돌아오니 젊은 선수가 많아졌다.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올해가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 올해 2군 성적이 안정적이었다. "대만 2군 캠프에서 신동주 코치님께서 많이 봐 주셨다. 적지 않은 나이기 때문에 무조건 어필해야 한다. 대만에서부터 차근차근 많이 준비했다. (1군에 등록되기 전) 최근 2군 성적이 좋지 않았는데, 계속 신경 써 주시니까 기록이 괜찮아지더라."
- 부진했던 이유는 뭐였나. "하루 이틀 공이 맞지 않으니까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 퇴출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불안감보다 '될 대로 돼라'고 생각했다. (걱정을 많이 하는 것보다) 그게 마음이 더 편하더라."
- 올해 목표는. "사실 (첫 안타를 치기 전까지) 자신감이 없었다. 1군 투수와 상대한 경험도 없었다. 그런데 주변에서 '보이면 치라'고 하더라. 자신있게 하니까 좋은 결과가 나왔다. 1군에선 나가면 보여 줘야 한다. 일단 매 타석에서 최선을 다하겠다. 러프가 부상에서 돌아왔기 때문에 (주어지는 기회 속에서)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