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프리에이전트) 계약 총액 제한은 공정거래법 위반 소지가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 2018시즌 이후부터 당장 시행하는 것 역시 현실적으로 어렵다."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가 프리에이전트(FA) 개편안과 관련해 "전체 선수의 권익뿐 아니라 KBO 리그의 경쟁력 제고에도 부정적인 변화라는 결론을 내렸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총장은 1일 오후 1시 더케이호텔서울 본관 3층 비파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KBO가 최근 선수협에 FA 제도 개선안을 전달한 데 따른 입장을 발표했다.
개편안의 핵심은 FA 선수의 계약 규모를 4년 총액 80억원 이하로 제한하고, 최근 5년 연봉을 기준으로 FA 등급을 3단계로 나눠 보상 방식을 차등화하는 내용이다. FA 자격 취득 연수를 고졸 8년·대졸 7년으로 각각 1년씩 축소하는 안도 포함됐다. KBO는 10개 구단의 뜻에 따라 이 개편안을 올 시즌 직후 곧바로 시행하겠다는 의지도 전했다.
김 총장은 이에 대해 "KBO가 선수협을 제도 개선의 협상 당사자로 인정했다는 점은 의미가 있지만, 이런 변화는 충분한 시간을 두고 논의가 이뤄져야 하는 문제다. 최소한 시즌 개막 전까지는 예고됐어야 했다고 본다"며 "지금은 시간이 채 한 달도 주어지지 않은 상황이다. 포스트시즌을 앞두고 치열한 순위 경쟁을 하는 선수들에게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이번 제안은 당장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선수협이 일단 거절 의사를 밝힘에 따라 이번 겨울 FA 개선을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선수들이 가장 크게 반발한 부분은 역시 'FA 계약 총액 상한제'다. 갈수록 과열되는 FA 시장 열기로 몸살을 앓았던 10개 구단은 이 안을 실현하기 위해 FA 등급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을 '당근'으로 꺼내 들었다. "총액 상한제를 받아들여야 등급제 도입과 최저임금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고도 선언했다. 하지만 선수협과 일부 선수들은 "이미 FA 총액 100억원을 넘긴 선수들이 여럿 등장한 상황에서 이런 제한은 오히려 다른 파행을 만들어 낼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김 총장은 "FA 등급제와 최저 연봉 인상이 선수들에게 유리한 조항임은 분명하다"면서도 "일본 프로야구와 비슷하게 분류한 등급제의 경우 등급 선정의 문제뿐 아니라 각 구단이 보상해야 하는 부분이 여전히 작지 않기 때문에 소위 B나 C등급 선수들이 쉽게 팀을 찾을 수 있는 개선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반박했다.
또 KBO가 제시한 기준대로 선수를 등급별로 나눈다면, 각 구단 연봉 상위권 선수 대부분이 FA나 해외 복귀 선수로 빠지게 돼 큰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했다. 김 총장이 예로 든 KIA는 "올해 연봉 1~7위가 모두 FA나 해외 복귀 선수라 안치홍· 김선빈· 김세현부터 A등급이 시작된다"는 얘기다.
현재 2700만원인 최저 연봉을 올리겠다는 안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얼마나 올릴지 금액을 제시받지 못해 답할 수 없는 상황이다. 또 FA 최고 금액을 제한하면서 아낀 돈을 1, 2년 차 선수들에게 투자한다는 보장이 없다"며 "저연차 선수들 역시 오히려 꿈에 제한받는다는 의미에서 '받아들이면 안 된다'는 의견을 더 많이 냈다"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기본적으로 'FA 총액 제한이 왜 시장의 거품을 빼고 구단 운영비를 감축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없는지'를 설명하는 데 기자회견의 상당 시간을 할애했다. "FA는 KBO 리그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 권익 보호 제도인데 구단들이 너무 금액 감축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 같다"며 "수년 전 FA 다년 계약 금지 조항이 생겼다가 곧 없어졌듯이, 이 문제도 그저 임시방편에 그치고 말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그렇게 되면 애꿎은 선수들이 결국 또 피해를 보게 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협상할 여지는 열어 놨다. 다만 이 역시 FA 총액 상한이 아닌 다른 문제에 한해서다. 김 총장은 "현재 FA 시장 상황이 과열을 넘어서 거품을 만들고 공멸의 길을 걷고 있다면, 선수협도 이를 안정화하는 KBO 리그 정책에 협조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제하면서 "다만 총액 상한은 실정법에도 저촉되고 과열 현상의 근본 원인을 제거하는 정책은 아니라고 본다. 포스트시즌이 끝난 뒤 구단들, KBO와 협의해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담긴 제도를 만드는 데 협조할 의향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