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프로농구(KBL) 무대를 밟은 지 10년, 어느덧 노장 반열에 오른 전태풍(38·전주 KCC)은 거리낌 없이 스스로를 '아저씨'라고 불렀다. 2018~2019시즌 개막을 앞두고 전지훈련을 겸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세리 무티아라컵' 대회에 출전 중인 KCC 선수단 사이에서 전태풍보다 나이 많은 선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보니 '아저씨'라는 표현이 틀린 것도 아니다. 3일(한국시간) 쿠알라룸푸르 숙소에서 만난 전태풍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땐 여기서 몇 년이나 뛸까 싶었다. 이 나이까지 뛰게 되리라곤 생각도 못 했다"며 싱글싱글 웃었다. 2009년에 귀화한 혼혈 선수로 KBL에 데뷔해 올해로 꼭 10년 차가 된 전태풍은 올 시즌을 앞두고 KCC와 1년 1억8000만원에 재계약했다. 한국에서 보낸 10년 중 KCC에서 맞이하는 7번째 시즌이다.
다시 한 번 KCC에서 새 시즌을 맞게 된 전태풍은 예전과 달라진 자신의 역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지난 3년간은 득점해야 했고 어시스트해야 했고, 그랬다면 이제는 내가 애들을 응원하고 좋은 얘기를 해 줘야 한다. 우리팀이 잘하는 게 내 목표"라고 말문을 연 그는 "조금 덜 개인적으로 플레이하고, 밖에서 도와주고. 내가 뛰는 것보다 얘기를 많이 해 줘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얘기하자면 '큰형' 역할. 노장, 고참 혹은 베테랑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나이가 된 전태풍에게 새로 주어진 임무다. "구단에서도 얘기를 많이 하고, 코치님들이 달라지라고 하니까"라고 웃으며 덧붙인 전태풍은 "(어린 선수들과) 거의 10년 차가 나는데 형이라기보다 거의 아저씨, 할아버지다. 그래서 책임감도 다르고 마음가짐도 다르다"며 자신에게 찾아온 변화를 얘기했다.
전태풍은 나이 어린 후배들을 '애기들'이라고 불렀다. 그는 "처음 KBL에 왔을 땐 그런 애들을 보면 '밥이야, 무조건 먹어야 돼' 그랬는데 이젠 그냥 너무 예쁘다. '다쳤어? 괜찮아? 다치면 안 돼'라고 한다"며 "이제 나도 한국 사람, 가족 같은 느낌이 돼서 애들한테 화를 못 낸다. 예전 같으면 막 뭐라고 했을 텐데 요새는 화나도 5초, 10초 동안 '아…' 하다가 참는다"며 피식 웃었다.
KCC는 올 시즌 우승 후보를 말할 때 첫손에 꼽히는 팀이다. 브랜든 브라운(33) 마퀴스 티그(25) 등 두 외국인 선수를 비롯해 전태풍 하승진(33) 이정현(31) 등 베테랑 선수들까지 국내외 선수들의 전력이 우승권으로 평가받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태풍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힘든 상황이고 쉽지 않은 시즌이 될 것"이라고 얘기한 전태풍은 "내가 잘 뛰는 것보다 애들을 살려 주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다. 우리 감독님의 밸런스를 맞추기 힘들 거야"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성적과 신인 선수들의 기량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쫓아야 하는 KCC의 고민을 잘 알고 있는 전태풍이기에 할 수 있는 말이었다.
시즌 목표를 묻는 질문에 "우승 그리고 두 번째 목표는 우리 애들의 자신감과 농구 개념, 그런 게 발전하면 만족한다"며 "내 생각에 우리의 첫 시작은 '소소(So so)' 할 것"이라며 어깨를 으쓱였다. 전태풍은 "우리는 늦게 시작해도 점점 더 좋아질 수 있는 팀이다. 그렇게 해서 우승하면 좋다. 보너스도 받고. 우리 아들 (전)태용이가 국제학교에 다니는데 돈이 많이 들어간다. 보너스를 받아서 학교에 보내야 한다"고 덧붙이며 씩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