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6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과의 시즌 최종전에서 3-1로 승리했다. 올 시즌 15전 전패, 지난해까지 17연패가 이어진 상황이었다. 처참한 기록이 쏟아질 수 있던 상황에서 선발투수가 상대 타선을 봉쇄하며 승리할 수 있었다. 토종 에이스 차우찬이 팀을 구했다. 9이닝 동안 총 134개를 던지며 무실점 역투를 펼쳤다. 자존심을 지켜야 하는 경기에서 완투승을 거뒀다.
1, 2회는 출루를 허용했지만 후속타자에게 안타를 맞지 않으며 실점을 막았다. 3~5회는 모두 삼자범퇴로 막아냈다. 그사이 타선은 5회 채은성과 양석환의 솔로 홈런으로 선제 2득점을 했다. 첫 번째 위기도 실점은 없었다. 6회 선두타자 류지혁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후속 정수빈에게 투수 앞 땅볼을 유도해 더블플레이를 해냈다. 허경민에게 사구를 내주며 다시 주자가 누상에 나갔다. 도루까지 허용했다. 타자에 집중했고 최주환을 범타 처리했다.
타선은 7회 채은성, 양석환, 유강남의 연속 안타로 1점을 추가했다. 차우찬의 어깨에 짐이 덜었다. 이어진 7회도 실점은 없었다.
추격 실점은 8회 허용했다. 선두타자 오재일에게 좌중간 2루타를 맞은 뒤 오재원과의 승부에서 폭투를 범했다. 그래도 대량 실점은 막았다. 오재원에게 1루 땅볼을 유도해 아웃카운트를 올렸다. 3루 주자의 득점은 허용했지만 누상을 비워버렸다.
압권은 9회다. 차우찬은 마운드에 올랐다. 마무리투수 정찬헌이 몸을 풀고 있었지만 벤치의 선택은 '좋은 기운과 흐름'이었다.
고비가 많았다. 허경민과 최주환은 각각 공 4개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그러나 후속 박건우에게 안타를 허용했다. 한 차례 교체 타이밍에서도 마운드를 내려오지 않았다. 리그 홈런 1위 김재환을 상대했다. 좌투수에 약한 타자도 아니었다. 세 차례 바깥쪽 승부구가 심판의 (스트라이크)콜 판정을 받지 못했다. 차우찬과 벤치의 표정에 아쉬움이 컸다. 그리고 결국 9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두 번째 교체 타이밍에서도 벤치의 선택은 차우찬. 후속 양의지에게도 볼넷을 내줬다. 투구수는 127개. 두산도 마지막 기회에서 승부수를 던졌다. LG전에서 유독 강한 김재호를 대타로 내세웠다. 풀카운트 승부가 이뤄졌고 6구쪼 몸쪽(우타자 기준) 공을 타자가 커트했다. 안타를 허용하면 동점이 아니라 역전을 내줄 수 있는 상황. 차우찬은 변화구를 선택했고 타이밍을 빼앗았다.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차우찬이 스스로 LG의 두산전 17연패를 끊어냈다. 그야말로 역투였다. 시즌 중반 이후 급격하게 난조를 보이며 이름값, 몸값을 하지 못했지만 아시안게임 브레이크 뒤 다시 반등했다. 그리고 1승에 목을 매야 하는 소속팀에 조금이나마 굴욕을 덜어주는 투구를 했다.
다만 이날 오로지 차우찬의 투구에만 의존한 LG 벤치의 선택은 다소 아쉬웠다. 첫 번째 이유는 시즌 말미임을 감안해도 투수의 몸 상태를 배려하지 않았다는 점, 두 번째는 이미 충분히 굴욕적인 상황(특정팀 상대 17연패)이 나온 상황에서 그저 1승에 목을 매는 경기 운용으로 자존심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