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는 매년 1월 첫째주 월요일을 ‘이혼의 날(Divorce Day)’로 부른다. 크리스마스 이후 이듬해 1월에 평소보다 이혼 소송 상담이 치솟기 때문이다.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따르면 지난해 1월 이혼상담 건수는 월 평균치보다 24% 증가했다.
서양 문화권에서 크리스마스는 가장 큰 연휴로 연말부터 연초까지 가족과 시간을 보내거나 여행을 간다. 이 시기에 관계가 나아지지 않으면 이혼으로 이어진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추석과 설날 이후 이혼이 급격하게 증가한다. 법원행정처에 따르면 설날과 추석 전후 10일 동안 이혼 건수는 하루 평균 577건으로 조사됐다. 명절 기간을 제외한 하루 이혼 신청 건수는 평균 298건으로 명절 기간 평상시보다 약 2배 이혼 건수가 늘어나는 것이다.
가장 흔한 명절 이혼 사유는 고부갈등이다. 효도와 체면을 중시하는 중년 남성이 어머니와 아내 간 중재에 실패하면서 발생한다. 중년 여성은 시간이 지나며 친정과 이해관계가 줄어드는데 중년 남성은 원래 가족의 의미를 중시하면서 아내에게 ‘대리 효도’를 강요한다. 게다가 명절에는 시부모와 같이 지내는 시간이 길어지며 고부갈등이 심화된다.
가사 분담에서의 불평등도 명절 이혼을 부추긴다. 지난해 9월 시장조사전문기업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수도권 거주자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명절을 지낼 때 남녀의 가사 분담 비중은 여성(77.9%)이 남성(22.1%)보다 훨씬 높았다. ‘명절이 여성에게 상당한 스트레스와 부담감을 주는 날이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88.8%가 ‘그렇다’고 답했다.
남성이 먼저 가정상담소나 이혼 전문 변호사 사무실의 문을 두드리기도 한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에 따르면 명절 이후 남성 상담 건수는 지난 10년간 증가세로 지난해 설 연휴 직후 하루 평균 이혼 상담 요청자(22명) 중 26%가 남성(5.7명)이었다. 명절 전후로 이혼을 결심하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법률전문가들은 한목소리로 ‘홧김에 이혼’은 안 된다고 조언한다.
우선 이혼을 결심하고 실행하기 전에 복수심이나 감정적인 대응은 아닌지, 이혼으로 어떤 법적 효과가 있을지, 이혼 뒤 경제적 변화가 어떨지를 고민해야 한다. 이혼은 크게 협의 이혼과 재판상 이혼으로 구분된다. 특히 재판이혼 즉 이혼소송은 위자료, 재산분할, 양육비 등 경제권과도 밀접해 예민할 수밖에 없다.
만약 재산분할 등 이혼에 따른 문제들이 원만하게 합의되면 협의이혼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혼소송을 거쳐야 한다. 협의이혼을 신청했다고 하더라도 숙려 기간 동안 합의 내용에 불만을 제기하거나 의사를 번복할 수 있어 안심하기 어렵다. 이에 따라 완전한 협의 이혼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재판이혼을 준비할 증거를 모아야 한다.
부산, 경남 지역에서 재산분할, 위자료, 친권, 양육권, 양육비 청구소송 등 이혼소송을 맡고 있는 법률사무소 구제의 이혼전문변호사 변경민 변호사(사진)는 “이혼소송 동안 상대가 재산을 은닉하거나 처분하지 못하도록 가압류나 가처분으로 재산을 보전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이어 “부동산 가압류가 가능할 뿐 아니라 임대차 보증금, 예금, 퇴직금, 급여, 동산 등도 보전 처분할 수 있다. 재판이혼은 짧게는 6개월, 길게는 몇 년 동안 이어질 수 있어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