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지(24)가 돌아왔다. 전인지는 14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골프장 오션 코스에서 벌어진 LPGA 투어 KEB 하나은행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최종라운드 버디 7, 보기 1개로 6언더파 합계 16언더파로 역전 우승했다. 2위는 13언더파의 찰리 헐(잉글랜드)이다. 박성현과 대니얼 강, 이민지, 아리야 주타누간이 12언더파 공동 3위다.
14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홀에 붙인 후 전인지의 눈시울이 살짝 붉어졌다. 어려운 14번 홀 관문을 무사히 넘어 우승에 다가갔다고 느낀 듯 했다. 전인지는 경기 후에도 훌쩍훌쩍 눈물을 흘렸다.
전인지는 2016년 9월 시즌 마지막 메이저대회인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메이저 최저타인 21언더파를 기록한 의미 있는 우승이었지만 이후 갑자기 어려움에 빠졌다.
자신감이 떨어지고 의욕도 없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한다. 근육이 줄어 거리도 줄어들었다. 우승 근처에는 몇 차례 갔지만 끝내기를 하지 못했다. 전인지는 마지막 우승 이후 이 대회 이전까지 2위를 6번 하고 우승은 없었다. 세계랭킹은 27위까지 떨어졌다.
고민 많은 전인지에겐 또 하나의 골칫거리가 생겼다. 한국에서 열리는 국가대항전인 인터내셔널 크라운이었다. 원래 참가자격이 없었는데 몇 몇 선수가 출전을 고사하면서 전인지에게도 기회가 왔다.
홈에서 열리는 국가대항전은 선수들에게 부담이 많다. 지난 2년간 성적이 좋지 않았던 전인지로서는 대타로 출전했다가 패하면 “왜 컨디션이 좋지도 않은데 나왔느냐”는 비난을 받을 가능성이 불을 보듯 뻔했다.
그러나 전인지는 백의종군하기로 결정했다. 대회 역사상 처음으로 4전 전승을 기록하며 한국 첫 우승의 수훈갑이 됐다.
지난 7일 인터내셔널 크라운에서 우승한 전인지는 “일반 대회에서는 너무 많은 생각을 해서 성적이 안 따라와 답답했는데 이번 대회에서는 팀을 위해 경기한다는 생각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어 이 전에 추구하던 골프를 할 수 있었다. 남은 골프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믿고 일반 대회에서도 우승을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일주일 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에비앙 챔피언십 이후 25개월 만이다. 전인지의 LPGA 통산 3승째다,
전인지는 선두 대니얼 강, 찰리 헐에 2타 뒤진 10언더파 공동 4위로 경기를 시작했다. 부드러운 전인지의 스윙과 퍼트 스트로크가 오랜만에 다시 나왔다. 특히 퍼트가 좋았다. 첫 홀 그린 프린지에서 약 5m 버디를 넣은 것을 시작으로 전반 5개의 버디를 잡아내 단독 선두로 올라섰다.
후반 들어서는 분위기가 바뀔 수 있었다. 10번 홀에서 보기를 하고 파 3인 12번 홀에서 티샷이 훅이 나면서 러프로 가 위기를 맞았다. 2번째 샷도 그린을 넘어 프린지로 갔다. 그러나 이 곳에서 칩샷을 홀에 집어 넣어 파 세이브를 하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전인지는 이후 2타를 더 줄이면서 우승을 확정했다.
전인지는 마지막 우승 후 44개 대회만에 우승을 차지했다.
박성현은 주타누간과 동타를 기록, 세계랭킹 1위를 기록하게 됐다. 박성현은 11번 홀 약 2미터에서 3퍼트로 보기를 한 장면이 아쉬웠다. 주타누간은 경기 초반 단독 선두에 나섰으나 점수를 줄일 수 있는 파 5인 7번 홀에서 슬라이스를 내면서 공을 잃어버리면서 밀려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