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빠르게 움직이는 영화계다. 실패는 실패대로 분석하되, 새로운 대응책 마련 역시 시급한 상황이다.
올해 영화계가 손에 꼽힐만한 몇몇 작품 외 전반적으로 '참패'를 거듭한 가운데, 국내 4대 배급사는 연말부터 2019년 한 해 동안 선보이기 위해 준비 중인 라인업을 모두 공개했다. 4대 배급사 뿐만 아니라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메리크리스마스 등 새롭게 출범한 신생 배급사들의 준비작도 무시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각 배급사가 공개한 새 라인업에는 이미 촬영을 끝마치고 후반 작업에 돌입한 작품부터, 아직 크랭크인 전이지만 주요 캐스팅을 마무리 지은 작품까지 다양하다. 이제 '1000만 영화가 터져야 무조건 성공했다' 평가받는 시장은 아니지만, 올해는 10월까지 '신과함께-인과 연(김용화 감독)'을 유일한 1000만 영화로, '독전(이해영 감독)'과 '안시성(김광식 감독)'만이 500만 명을 간신히 넘었다. 특히 '안시성'은 수치 자체는 높지만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것이 아니라 흥행에 성공했다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마녀(박훈정 감독)' '곤지암(정범식 감독)' '목격자(조규장 감독)' '너의 결혼식(이석근 감독)' '암수살인(김태균 감독)' 등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장르에 신선한 시도를 끼얹은 작품들이 깜짝 흥행 성과를 내면서 관계자들은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는 평을 내렸다. 이에 영화계는 대작 뿐만 아니라 허리라인을 든든하게 받쳐 줄만한 작품에도 아낌없이 투자하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배우들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는 매 해 치러야 하는 숙제. 흥행보증수표를 중심으로 신인 배우 발굴에도 주력하겠다는 포부다. 충무로 대선배 송강호·최민식·한석규가 컴백하고, 마동석·설경구·유해진·이병헌·이성민·이정재·정우성·조진웅·하정우가 변함없이 열일을 펼친다. 각각 세 작품씩 개봉을 앞두고 있는 류준열('뺑반', '돈', '전투')·박정민('사바하', '타짜3', '시동')·조정석('마약왕', '뺑반', '엑시트')은 다작배우 반열에 오를만한 신진 세력. 여기에 전종서·김다미 등의 뒤를 이을 신인 배우들도 눈에 띌 전망이다.
'양보다 질' 롯데컬쳐웍스
'신과함께' 시리즈로 쌍천만 기쁨을 누린 롯데컬쳐웍스는 선보이는 작품의 개수는 많지 않지만 양보다 질로 승부를 보겠다는 입장이다. 유해진·조진웅·이서진·염정아·김지수·송하윤·윤경호 등 배우들이 모여 만든 재기발랄 영화 '완벽한 타인(이재규 감독)'으로 올해를 마무리 할 것으로 보인다. '완벽한 타인'은 완벽해 보이는 커플 모임에서 한정된 시간 동안 핸드폰으로 오는 전화, 문자, 카톡을 강제로 공개해야 하는 게임 때문에 벌어지는 예측불허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사전 시사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2019년에도 굵직한 작품은 줄줄이 대기 중이다. '택시운전사(장훈 감독)' 제작진의 신작 유해진·윤계상의 '말모이(엄유나 감독)' 살인 용의자 변호사와 자폐아 소녀 이야기를 다룬 정우성·김향기의 휴먼드라마 '증인(이한 감독)', 어게인 '청년경찰(김주환 감독)' 신드롬을 희망하는 박서준·안성기·우도환의 '사자(김주환 감독)', 시리즈 흥행물의 원조 '타짜3(권오광 감독)'도 새로운 모습으로 관객을 찾는다. '타짜3'는 류승범·박정민·김민정 등 연기파 배우들이 가세해 시리즈 명성을 잇는다.
CJ엔터테인먼트 '패러사이트'에 맞서는 롯데컬쳐웍스의 주무기는 충무로 명배우 최민식·한석규가 '쉬리(강제규 감독)' 이후 무려 20년만에 다시 만난 '천문(허진호 감독)'이다. 최민식과 한석규가 검토중이라는 소식만으로도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고, 최종 합류가 성사되면서 2019년 가장 기대되는 작품으로 떠올랐다. 두 배우는 조선시대로 넘어가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이야기를 그린다. 배우 뿐만 아니라 '덕혜옹주(허진호 감독)' 제작진의 신작으로 이미 따놓은 신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