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는 올 시즌 유독 한화에 강했다. 13경기에 출전해 타율 0.491(53타수 26안타)를 기록했다. 한화전에서 타율 4할대를 넘긴 타자는 리그에서 총 6명인데 그중 성적이 가장 뛰어나다. 세부 기록도 훌륭하다. 장타율(0.642)과 출루율(0.533)을 합한 OPS가 1.175. 13경기에서 모두 1안타 이상을 때려 냈고 3안타 이상을 몰아친 것이 네 차례나 된다. 시즌 총 안타(163)의 약 16%를 한화전에서 올렸다. 말 그대로 '천적'이다.
투수를 가리지 않았다. 김민우(3타수 3안타) 안영명(4타수 3안타) 키버스 샘슨(7타수 3안타) 김재영(7타수 3안타) 등 선발과 불펜 모두에게 강점을 보였다. 표본은 적지만 한화 불펜의 핵인 정우람(1타수 1안타) 박상원(1타수 1안타 1타점)을 상대로도 안타를 뽑아 냈다. 공교롭게도 이정후는 KBO 리그 데뷔 시즌이었던 지난해 한화전 타율이 0.419(62타수 26안타)로 높았다. 올해 성적을 더하면 한화전 통산 타율은 무려 0.452(115타수 52안타)다. 롯데전 통산 타율(0.260)과 비교하면 2할 가까이가 높다.
흐름도 상승세다. 이정후는 지난 16일 열린 KIA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독보적인 활약으로 팀의 준PO 진출을 이끌었다.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해 4타수 1안타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수비가 일품이었다. 5-5로 팽팽하게 맞선 7회초 무사 1루 상황에서 최형우의 깊숙한 외야 플라이를 슬라이딩하며 잡아 내 순식간에 아웃 카운트 2개를 올렸다. 안타로 착각한 1루 주자 나지완이 귀루하지 못했다. 자칫 KIA에 넘어갈 수 있는 경기 흐름을 가져오며 팀의 10-6 승리에 일조했다. 포스트시즌 데뷔전이라는 것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침착했다.
이제 한화전을 정조준한다. 이정후가 데뷔한 뒤 가장 강점을 보였던 상대는 한화다. 이정후는 "한화도 좋은 팀이지만 현재 (우리팀) 투수력과 화력을 고려하면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