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턴전 득점 후 친할아버지를 추모한 황희찬.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황소’ 황희찬(29·울버햄프턴)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개막 3경기 만에 골 맛을 보며 반등의 서막을 알렸다.
황희찬은 30일(한국시간) 영국 울버햄프턴의 몰리뉴 스타디움에서 열린 에버턴과 2025~26 EPL 3라운드 홈 경기에 스트라이커로 선발 출격해 시즌 1호골을 기록했다. 비록 팀은 2-3으로 졌으나 황희찬은 반짝였다.
1~2라운드에 교체 출전했던 황희찬은 올 시즌 처음으로 리그에서 선발로 나섰다. 황희찬은 팀이 0-1로 뒤진 전반 21분 동점골을 넣었다. 오른쪽 측면에서 마셜 무네치가 크로스를 건넸고, 황희찬은 순간 속도를 높여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재빠르게 페널티지역 정면으로 쇄도해 왼발 슈팅으로 골망을 흔들었다.
올 시즌 울버햄프턴의 리그 첫 골이자, 황희찬에게는 243일 만에 EPL에서 터진 값진 득점포다. 황희찬은 지난해 12월 30일 토트넘을 상대로 득점한 뒤 EPL에서 골 맛을 보지 못했다.
황희찬의 에버턴전 득점 장면. 사진=AP 연합뉴스 지난 시즌부터 주전 경쟁에서 밀린 황희찬은 한국 축구대표팀의 9월 A매치 소집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지난해부터 출전 시간이 불규칙했고, 경기력도 이전만 못 했던 터라 예견된 결과였다. 승승장구하던 황희찬의 커리어에 ‘위기’라는 표현이 떠올랐다.
EPL 크리스털 팰리스 임대 이적설이 있었으나 팀에 남은 황희찬은 단 3경기 만에 터진 첫 골이 반가울 만하다. 그간 본인을 외면했던 비토르 페레이라 울버햄프턴 감독이 리그에서는 처음 선발 기회를 준 경기에서 득점으로 보답했기 때문이다. 아직 한자리를 꿰차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시즌 스타트를 잘 끊은 분위기다.
황희찬이 에버턴을 상대로 2025~26시즌 1호골을 터뜨렸다. 사진=로이터 연합뉴스 이번 득점은 여느 때보다 의미도 컸다. 이달 25일 조부상을 당한 황희찬은 이날 골을 넣은 뒤 자기 왼손에 입을 맞췄다. 그리고 두 손을 치켜들며 하늘을 바라봤다. 6·25 참전용사인 친할아버지를 추모하는 세리머니였다. 황희찬의 왼 손목에는 조부모의 성함이 한자로 새겨져 있다.
설움을 털어낸 황희찬은 내달 13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EPL 4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2경기 연속골에 도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