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가 새 사령탑을 선임했다. NC는 17일 보도자료를 통해 "수비코치를 감독으로 정하고 내년부터 2020년까지 2년 동안 팀을 맡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계약금과 연봉은 각각 2억원이다. 지난 6월, 초대 김경문 감독을 경질한 뒤 유영준 단장의 감독대행 체제로 올 시즌을 마쳤다. 1군 진입 첫 시즌(2103년)에도 모면했던 최하위까지 떨어지자 발 빠르게 분위기 쇄신에 나섰다. 최근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정리했고 조직도 개편했다. 가장 중요한 현장 최고 책임자 자리도 오래 비워 두지 않았다.
이름값 높은 지도자가 선임될 것이라는 하마평도 있었다. 예상이 빗나갔다. 큰 틀에서 내부 인사의 승격이다. 이동욱 신임 감독은 2012년 NC 출범 때부터 코치를 역임했다. 지난해까지 1군 수비코치를 맡았고 올해는 퓨처스 팀을 지도했다. 2013년부터 4시즌 연속 팀 수비지표(DER) 리그를 이끌며 전문 분야에서 성과를 보여 주기도 했다.
오랜 시간 동안 몸담은 지도자인 만큼 내부 사정에 밝다. 1, 2군을 오가며 선수의 기량과 특성을 두루 파악하고 있는 점도 장점이다. 팀이 추구하는 운영 방향에도 부합하는 인물로 봤다. NC는 선수 평가와 육성, 전력 분석까지 데이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최근 전력 분석 파트와 데이터 팀을 통합해 역량 강화를 노렸다. 이 신임은 데이터 야구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것이 내부 평가다. 김종문 단장도 "성과와 방향성을 감안해 여러 후보를 살폈다. 체계적인 다이노스 시스템을 함께 만들 수 있는 인물을 선임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연착륙을 노릴 수 있다. 소통도 용이하다. 그러나 사령탑 경험이 없을 뿐 아니라 현역과 지도자를 통틀어 무명인 지도자가 팀을 맡았다. 부작용을 감수해야 한다.
그동안 파격 인사를 한 팀 가운데 기대한 효과를 본 팀은 드물다. 경기 운영이나 선수 기용은 나아질 수 있다. 그러나 현장 장악력에 문제점을 드러낸 사례가 많다. 두산은 2013시즌이 끝난 뒤 '실리 야구'를 기대하며 송일수 감독을 선임했지만 소통에 문제점을 드러냈다. 롯데도 2014시즌을 마친 뒤 김시진 감독의 후임으로 프로 무대 사령탑 경험이 없는 이종운 감독을 내세웠지만 "문제가 있었다"며 한 시즌 만에 경질했다. 실패를 자인했다.
코치 시절에 리더십을 증명한 지도자가 1인자가 된 뒤 특유의 장점을 잃는 경우가 잦다. 한 전직 감독은 "코치 시절에는 내가 맡은 분야에만 전념하면 됐지만 감독은 챙겨야 할 지점이 너무 많다"고 했다. 개성이 강한 선수와 코칭스태프를 끌어가며 겪는 시행착오, 예상보다 큰 프런트의 압박이 이어진다. 혼란이 커지고 가치관은 모호해진다. 현장에서 오판으로 이어진다. 심지어 이 신임은 무명이다. 이력과 역량은 비례하는 것이 아니지만 이름값이 팀 장악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보이지 않는 시선과도 싸워야 한다.
이 신임의 강점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가 더 크다고 본 것이다. 그러나 NC의 선택은 올 시즌 겪은 내우를 감안하면 의문이 남는다. 김경문 감독이 실각한 원인은 프런트 고위층과 갈등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단장이 현장 감독을 맡는 사상 초유의 촌극을 감행하며 작심하고 '프런트 야구' 의지를 드러냈다. 전준호 코치를 2군으로 보냈을 때도 같은 여론이 일었다. 당시 대행이던 김종문 단장은 "사령탑이 되기 위해 정치했다. 유영준 대행의 작전 지시에 불응하며 팀 단합을 저해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전 코치는 "특정 인물의 생각이다"라고 반박한 바 있다. 황순현 사장과 면담하고 사과를 받아 내기도 했다.
다수의 후보군을 두고 메이저리그처럼 면담까지 해서 내린 결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프런트는 그동안 권력을 남용한다는 인상을 줬다. 이번 선임은 그 연장선으로 보일 수 있다. 안 그래도 2014년 소속 선수의 승부 조작, 트레이드 뒷돈 파문에 구단 운영과 관리에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요직으로 복귀하거나 승진하며 불투명한 인사를 하고 있다는 시선을 받고 있다. 2대 감독 선임에 분위기 쇄신과 도약보다 권력 강화 의지가 더 엿보이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