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71) KBO 총재가 사실상 전임 감독제에 대한 반대 의견과 함께 "TV로 야구를 보고 선수를 뽑은 건 선동열(55) 야구대표팀 감독의 불찰이었다"고 평했다.
정운찬 총재는 23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정감사에 일반 증인으로 출석했다. 선동열 감독이 지난 10일 증인으로 나선데 이어 제 40대 국무총리를 지낸 KBO 수장 역시 같은 곳에 서게 됐다.
정 총재와 선 감독이 국정감사에 출석하게 된 것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선수 선발과 관련한 논란이 시발점이었다. 정운찬 총재는 전임감독제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정 총재는 더불어민주당 손혜원 의원의 "전임 감독제와 경기별 감독제(대회별 감독 선임) 중 어느 쪽이 낫다고 보나"라는 질문에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지만 전임 감독제에 찬성하지 않는다. (야구는) 국제대회가 잦지 않고 상비군 제도도 없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선동열 감독은 구본능 전 총재 시절인 지난해 7월 첫 전임사령탑에 선임됐다. 정운찬 총재는 구본능 전 총재가 임기를 마친 뒤 올해 1월 3일 공식 취임했다.
한국 야구는 그동안 '독이 든 성배'나 마찬가지인 국가대표 사령탑 선임에 늘 애를 먹어왔다. 프로 감독은 소속팀 성적을 이유로 대표팀 사령탑을 고사하기 일쑤였다. 이에 전임감독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됐다. 하지만 정 총재는 아시안게임 선수 선발 논란 때문인지 이제 겨우 도입된 지 1년 밖에 되지 않는, 전임 총재 시절 마련된 전임감독제에 대해 사실상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앞서 선동열 감독은 지난 10일 국감에서 "전국 5개 구장에서 동시에 벌어지는 프로야구 경기를 모두 관전하고 선수를 파악하고자 집에서 TV로 야구를 관전한다"고 말했는데, 이에 대해 정 총재는 "선동열 감독의 불찰이다. 이는 마치 경제학자가 현장에 가지 않고 지표만 갖고 분석하고 대응하는 것"이라고 비교했다. "선수 선발은 감독 고유의 권한"이라고 수 차례 강조하면서 "선동열 감독이 반성하고 있을 것이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정운찬 총재는 "(이장석) 넥센 히어로즈 전 대표이사에 대해 영구실격 처분을 내렸다는데 사실인가?"라는 바른미래당 김수민 의원의 질의에 "상벌위원회에서 영구실격을 제안했다. 현재 가을 잔치(포스트시즌) 중이고, 넥센이 여기에 참여 중이다. 포스트시즌이 종료되거나 혹시라도 넥센이 탈락한다면 결과를 발표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인의 사유재산을 인정해야하나 전혀 자격이 없는 사람이 구단(히어로즈) 혹은 타 구단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장석 전 서울 히어로즈 대표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4년, 2심에선 3년 6개월 형량을 받고 현재 법정 구속된 상태다. 이 외에도 현금 트레이드와 관련해 축소 또는 미신고 사실이 확인됐다. KBO 관계자는 "상벌위에서 의결된 안건을 올린 만큼 총재님의 최종 결정만 남았다"고 귀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