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과론이다. 가정은 무의미하다. 그러나 두 경기 연속 한 박자에 느린 결정에 발목을 잡혔다. 한화가 11년 만에 돌아온 가을 야구에 아쉬움을 남겼다.
한화는 23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넥센과의 준플레이오프(PO) 4차전에서 2-5로 패했다. 선취 득점 하며 기세를 올렸지만 리들 빼앗긴 뒤엔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시리즈 전적 3승1패를 기록하며 플레이오프 진출에 실패했다.
한화는 1회초 이성열의 희생플라이, 4회 김회성의 땅볼 타구로 3루 주자를 불러들이며 2득점했다. 신인 좌완 투수 박주홍은 3회, 자신의 송구 실책을 빌미로 1점을 내줬지만 피안타 없이 3이닝을 막았다.
2-1, 1점 앞선 상황에서 맞은 4회 수비는 이날 경기 승부처가 됐다. 선전하던 박주홍은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박병호에게 볼넷 송성문에게 중전 안타를 허용하며 위기에 놓였다. 2사 뒤 상대한 임병욱에겐 사구 출루까지 내줬다.
앞선 3회, 실책으로 발생한 위기에서 1점만 내주며 선방하긴 했다. 그러나 만루에서 장타 1개면 단번에 3점을 줄 수 있는 기회였다. 교체 타이밍이었다. 박주홍은 선발로 발표된 3차전 종료 뒤부터 이날 경기 시작 전까지도 '첫 번째' 투수로 여겨졌다. 3이닝 1실점이면 임무 완수다.
이 상황에서 한화 벤치는 박주홍에게 남은 아웃카운트 1개를 맡겼다. 상대가 좌타자인 김규민이었다. 두 번재 투수로 대기하던 김민우는 우완이기 때문에 좌타자에게 좌투수를 붙이는 전형적인 공식으로 풀려 했다.
볼카운트 2-1에서 직구를 던졌다. 잘 맞은 타구는 아니었다. 그러나 유격수 글러브에 닿지 않았고 가운데 외야로 빠져 나갔다. 느린 타구 덕분에 2루 주자도 홈으로 밟을 수 있었다. 결국 2실점하며 2-3로 역전을 당했다. 한화는 이후 넥센 두 번째 투수 안우진 공략에 실패했고 만회점을 내지 못했다.
4-3으로 승리한 3차전도 선발투수의 교체 타이밍을 아쉬웠다. 정규시즌 동안 세 번 밖에 선발로 나서지 않은 장민재를 내세웠고, 기대 이상의 효과를 봤다. 그러나 4회까지 호투하던 장민재는 5회 흔들렸고 동점을 내줬다. 선두타자 김규민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후속 타자 김재현의 희생번트를 막지 못했다. 타선의 득점 지원이 잠잠하던 상황에서 반드시 실점을 막아야 했다. 그러나 투수 교체 없이 장민재로 밀어붙였다. 서건창에게 우중간 적시타를 허용했다. 1-2, 1점 추격을 허용한 뒤 그제야 임준섭으로 교체했다.
아웃카운트 1개를 더 맡기 위해 불펜 가동을 늦췄다고 보긴 어렵다. 확률 싸움을 토대로 한 선택이다. 그러나 두 차례이나 정석을 외면한 선택은 좋은 결과로 돌아오지 않았다. 추가 실점을 한 8회 수비에서도 팀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불펜투수가 나서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