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구단은 24일 "조정훈에게 재계약 포기 의사를 전달했다"고 전했다. 이미 지난 14일 선수 9명을 웨이버 공시했다. 두 번째 선수단 정리다. 이목을 집중시키는 이유는 그 대상이 조정훈이기 때문이다. 롯데는 오랜 시간 그에게 걸었던 희망을 놓지 않았다.
2005년 신인 2차 드래프트 1라운드에 지명한 투수다. 꾸준히 성장했고 2009년엔 14승을 올리며 롯데의 중흥기에 힘을 보탰다. 그가 구사하는 포크볼은 타자가 알고도 칠 수 없는 공이었다.
그러나 그는 아픈 손가락이 됐다. 2010시즌 이후 팔꿈치 부상에 시달렸다. 지난 2010년 이 수술로 저명한 미국 조브 클리닉, 2013년엔 게이유 정형외과에서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았다. 이후에도 재기는 더뎠다. 실전투구까지 하며 복귀에 다가섰다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전력으로 활용할 수 없는 선수를 계속 안고 갈 수도 없다. 연봉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롯데는 포기하지 않았다. 선수와 면담을 갖고 세 번째 수술을 권유했다."기다림이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조바심 갖지 말자"며 말이다. 당시 구단 관계자는 "희망을 버렸다면 수술을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다"고 했다. 그리고 2015년 1월, 조정후은 다시 자신의 인대를 떼어내는 수술을 감행했다. 이전 두 번은 양쪽 다리 인대를 사용했지만 이 때는 왼팔이었다.
세 번째 수술 뒤 조정훈은 "반드시 재기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모바일 메신저 프로필 사진에 '고무' 인간인 일본 만화 주인공을 올리며 건강한 복귀를 열망했다. 그리고 드라마를 썼다. 재활기를 잘 마쳤다. 2017년 7월 9일, 2583일 만에 1군 무대로 돌아왔다. 주무기 포크볼은 여전했고 속구의 구속도 점차 올랐다. 무너진 불펜진에 단비가 됐다. 박진형과 함께 셋업맨을 맡았다. 뒷문이 안정된 롯데는 후반기 상승세를 탔고 정규시즌 3위에 올랐다. 5년 만에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
연말 시상식에서 재기상을 휩쓸었다. 올 시즌 기대감도 높였다. 그러나 7년이라는 공백 뒤 치른 시즌 여파가 겨울까지 이어졌다. 훈련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1군 복귀도 늦었다. 공도 성적도 안 좋았다. 일곱 경기 등판에 그쳤다.
롯데는 양상문 신임 감독 체제로 재도약을 노린다. 조정훈이 더이상 1군 전력으로 활용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005년부터 이어진 13년 인연, 2010년부터 쌓인 8년이라는 기다림을 접기로 했다.
한편 외야수 박헌도도 롯데와 재계약을 하지 못했다. 2016년 11월, 2차 드래프트로 영입된 선수다. 펀치력을 갖췄지만 수비 능력이 떨어졌다. 현재 롯데 외야진은 전준우, 손아섭, 민병헌이 버티고 있다. 젊은 선수들이 백업을 맡고 있다. 기회를 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