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홈런포를 앞세워 플레이오프(PO) 2연승을 달렸다. SK는 28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PO 2차전에서 5-1로 이겼다. 전날(27일) 1차전 9회말 박정권의 끝내기홈런 속에 10-8로 이긴 SK는 PO 1~2차전을 모두 쓸어 담으며 한국시리즈(KS) 진출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SK는 앞으로 1승만 추가하면 2012년 이후 6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 짓게 된다.
포스트시즌에선 왜 '경험'이 둘도 없는 무기인지, SK 베테랑 외야수 김강민(36)이 확실히 보여 줬다. SK는 김강민을 비롯한 '왕조의 후예들'을 전면에 내세워 한국시리즈 진출에 한발 더 다가섰다. 김강민은 2차전에서 동점 적시타와 역전 결승홈런을 연이어 터뜨리며 4타수 2안타(1홈런) 2타점으로 맹활약했다.
적재적소에 귀중한 타점을 올렸다. 0-1로 뒤진 3회 2사 3루서 넥센 선발 에릭 해커를 상대로 좌전 적시타를 터뜨려 1-1 균형을 맞췄다. 1-1 접전이 계속되던 5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다시 해커의 2구째 컷패스트볼을 걷어 올려 한가운데 담장을 넘어가는 비거리 135m짜리 대형 아치를 그렸다. 팀에 승기를 쥐어 주는 역전 결승포였다.
SK는 이 홈런으로 가져온 리드를 끝까지 지켜 5-1로 이겼다. 홈에서 열린 1·2차전을 모두 잡고 2승을 먼저 따내 한국시리즈행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김강민은 2차전 데일리 MVP로 선정돼 상금 100만원과 상패를 받는다.
이미 하루 전부터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김강민은 1차전부터 리드오프로 출격했다. 노수광이 부상으로 이탈해 비어 있던 자리에 이름을 올리며 1번 타자 중책을 맡았다. 트레이 힐만 SK 감독은 "노련한 김강민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했다. 실제로 그랬다. 김강민은 팀이 3-1 리드를 잡은 4회 때 좌중간 2점홈런을 터뜨리며 건재를 과시했다. 하루 뒤인 2차전에선 더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2경기 연속 홈런의 주인공이 됐다. 주전 자리를 후배에게 물려주고 그림자 뒤로 묻히는 듯했던 베테랑 타자가 '가을잔치'라는 물을 만나 펄펄 날았다.
한때 포스트시즌 출전을 당연하게 여겼던 시절도 있었다. 김강민은 2000년대 후반 KBO 리그를 평정한 'SK 왕조'의 주역 중 한 명이었다. 그가 테이블세터자 주전 중견수로 활약하던 당시, SK는 2007년부터 2012년까지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르고 우승컵도 세 차례(2007·2008·2010년) 들어 올리면서 리그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김강민은 정교한 타격과 빠른 발은 물론, 리그 최고의 수비력까지 인정받은 명품 외야수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그 이후 SK 시대가 저물고 한때 라이벌이었던 두산이 신흥 '왕조'를 세웠지만, 김강민은 여전히 SK를 지켰다. 팀 내 입지가 점점 좁아져도 충실한 '리더' 역할을 하면서 또 한 번 도약을 노렸다. 그 결실을 바로 이번 PO에서 얻었다.
김강민만이 아니다. 함께 SK의 전성기를 누볐던 박정권(37)과 최정(31)도 경험이 선물한 여유와 저력을 마음껏 뽐냈다. 10년 사이에 SK를 넘어 리그 정상급 홈런 타자로 성장한 최정은 김강민과 마찬가지로 두 경기 모두 홈런을 터뜨리면서 위력을 과시했다. '미스터 옥토버(Mr. October)'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가을 사나이' 박정권은 1차전에 대타로 출전했다가 팽팽한 홈런 공방전에 마침표를 찍는 끝내기홈런을 터뜨려 이름값을 했다. 화려했던 과거는 흘러갔을지언정, 세월이 빚어 놓은 유산은 쉽게 녹슬지 않는다. 2018년 인천의 가을을 뜨겁게 달군 주인공 김강민이 바로 그 증거다.
김강민은 경기 후 "포스트시즌을 하면서 미치는 선수를 많이 봤는데, 이번엔 내가 미친 것 같다"고 웃었다. SK 선수들의 '가을 DNA'에 대해선 "피 검사라도 해보고 싶다. 옆에 잘하는 선수가 시리즈 때마다 있었다. 최정도 한국시리즈 MVP가 된 적이 있고, 박정권과 김재현 같은 선수도 잘했다"며 "난 지켜만 봤고 그때 활약은 미미챘는데, 뒤로 갈수록 경험도 많이 생겼고 이번에는 마음가짐 자체가 다른 것 같다"고 했다.
이어 "첫 경기를 하면 긴장이 많이 될 줄 알았는데, 그 어느 시즌보다 긴장이 덜 된다. 시즌 때랑 비슷한 느낌"이라며 "집중력은 더 좋았다. 그런 점 때문에 아무래도 즐길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