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현수는 2014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병역 특례를 받았다. 병역 특례를 받은 선수들은 체육요원으로 편입돼 4주 기초 군사훈련을 거친 뒤 34개월 동안 관련 분야에 근무를 해야 한다.
그리고 544시간의 특기 활용 봉사활동을 하게 돼 있다. 체육요원의 봉사활동 관리 감독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담당하며 병무청은 최종 승인 업무를 한다.
장현수는 허위로 문서를 작성해 제출했다. 봉사활동 실적을 부풀리다 적발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확인 조사를 거쳐 장현수에게 병역법에 따른 경고처분(1회 경고처분 시 의무복무기간 5일 연장)을 하겠다고 밝혔다. 장현수는 대한축구협회를 통해 사과했다.
일간스포츠는 장현수의 봉사활동 논란이 불거진 뒤 집중취재를 시작했다. 장현수 주변 인물, 관계 부처 그리고 장현수의 모교인 경희고 관계자들을 만나 사실을 확인했다. 여러 경로를 통해 본지는 장현수의 경희고 봉사활동 내용이 담긴 일지를 단독으로 입수 했다.
'황당한' 내용이 수두룩했다.
장현수는 경희고 축구부 학생들을 상대로 멘토링·훈련보조·상담 등의 명목으로 봉사활동을 했다. 2017년 12월 18일부터 30일까지 12월 24일을 빼고 12일 봉사활동을 했다. 10시간 이상을 한 날이 9일, 14시간을 수행한 날이 2일이다. 장현수는 122시간을 인정받았다.
이어 2018년 1월 2일부터 9일까지, 1월 7일을 제외한 7일 봉사활동을 했다. 10시간 이상이 6일, 14시간이 1일이다. 두 번째 봉사활동에서 인정받은 시간은 74시간이다.
두 번으로 장현수는 총 19일 봉사활동에 196분을 인정받았다. 하루에 적게는 6시간 많게는 14시간을 했다. 하루 평균 10시간을 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19일 중 10시간 이상은 15일, 14시간은 3일이다. 이동시간은 봉사활동 시간에 포함된다. 장현수는 이동시간 2시간을 허용 받았다.
2시간을 뺀다고 해도 하루에 최대 12시간 봉사활동을 할 수 있는가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10시간이 넘는 봉사활동을 한 날에는 '강의'가 포함된 경우가 많았다.
한 축구인은 이에 대해 "하루에 12시간? 도대체 축구로 어떤 프로그램으로 해야 12시간을 채울 수 있나.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 부풀리기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가장 황당한 내용은 '동문 친선경기 출전'이 봉사활동 내용에 포함돼 있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12월 19일에는 오전 교육을 한 뒤 오후 홍명보 자선축구에 참석했다는 특이사항도 있었다.
지난 26일 사실 확인 차 경희고를 찾았고, 장현수 봉사활동에 관여한 관계자를 만날 수 있었다. 그는 관련 사실을 철저하게 부정했다.
그는 "장현수는 성실히 봉사활동에 참가했다"며 "하루 12시간? 할 수 있다. 축구부 선수들이 많다. 인원을 나눠 오전 9시30분에 모여 오후 9시30분 밤 훈련까지 쉴 새 없이 할 수 있다.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 쉴 틈 없이 봉사활동을 했다. 하루 16시간도 가능하다"고 당당히 밝혔다. 그의 말은 위기를 모면하기 위한 거짓말로 드러났다.
같은 날 병무청이 경희고에 현장방문 조사를 실시했다. 조사를 마친 뒤 병무청 관계자를 만났다.
이 관계자는 "경희고 관계자들이 부인을 했다. 선수가 봉사활동을 하면서 강의도 하고 지도를 해야 하기 때문에 선수 본인의 사진을 제대로 찍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며 "강의를 포함에 12시간을 했다는 날은 오전 6시20분부터 나와서 훈련을 했다고 한다. 축구부원도 만나봤는데 오래돼서 정확히 기억은 못한다고 했다. 그래도 오랜 시간 동안 선수와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경희고 관계자들이 병무청을 상대로도 거짓 진술을 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장현수 의혹을 취재하는 사이 한 스포츠 관계자의 제보가 왔다.
그는 "왜 축구 선수들이 모교에서 봉사활동을 하는지 아는가?"라고 물으며 "모교에서 하면 자신의 후배들에게 지도할 수 있는 명분이 생긴다. 모양새도 좋다. 겉으로 보면 아름답게 보인다. 하지만 핵심은 이것들이 아니다. 모교에서 해야 더 잘 봐준다. 즉 봉사시간을 부풀리는데 모교가 더 큰 도움을 주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많은 선수들이 시간에 쫓겨서 봉사활동을 한다. 그러다보니 부풀리기를 할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고, 선·후배로 다 연결돼 있는 모교가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을 하고 선택을 한다"며 "장현수뿐만이 아니다. 많은 선수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 장현수가 재수없게 걸린 거다. 그들 사이에서는 관행이라 볼 수 있다. '모교 짬짜미'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경희고 관계자는 "그 부분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실로 드러났다. 장현수는 모교에서 봉사활동을 했고, 모교는 시간 부풀리기에 동조한 셈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사실 그동안 교장 직인이 있으면 크게 문제가 없는 분위기였다. 이번에도 경희고 학교장 직인이 있었다. 하지만 사진에 대한 논란이 나와 별도 사실 관계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찬수 병무청장은 병무청 국정감사에서 '허위 증명서를 발급했다면 발급 기관장인 해당 학교가 책임을 진다'고 밝힌 바 있다. 경희고도 책임을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