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가짜 뉴스가 횡횡한다. SNS가 발달하면서 출처가 불분명한 그럴 듯한 뉴스들이 떠돌고 있다. 증권가 지라시 수준의 가짜 뉴스들은 진위 여부조차 알쏭달쏭하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들과 관련된 가짜 뉴스들은 재판을 통해 사실로 밝혀지기도 했다.
가짜 뉴스는 말 그대로 가짜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가짜 뉴스에 현혹되는 이유는 가짜 뉴스 속에 숨어 있는 1%의 진짜 뉴스 때문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식의 밑도 끝도 없는 소문은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가듯 순식간에 전 세계로 일파만파 퍼져 간다.
가짜 뉴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유명인들이다. 유명 정치인부터 시작해 연예인들까지 뒤죽박죽 섞인 가짜 뉴스가 한 번 돌 때마다 세상은 들썩거린다. 과연 가짜와 진짜는 누가 구분할 수 있을까. 역사를 돌아봐도 가짜 뉴스는 항상 골칫거리였다.
중국 당나라 때 ‘이순풍’이라는 유명한 예언가가 있었다. 그는 천문과 역술에 능해 태사령 자리에 올랐던 인물이다. 그의 스승은 이순풍이 늘 백성과 국가를 생각하는 점을 지적했다. “백성과 국가를 지나치게 생각하면 안 된다. 이 세상에 죽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고, 망하지 않는 나라가 어디 있냐”고 말이다.
하지만 이순풍은 매일 나라를 걱정하며 하늘을 바라봤다. 그러던 어느 날 대낮에 자미성(북두칠성)을 태백성(금성)이 침범하는 것을 목격한 그는 무(武)씨 성을 가진 사람이 왕이 돼 당나라가 삼대째 멸망할 것이라는 점괘를 얻게 된다. 황제가 이 이야기를 듣고 궁에 있는 무(武)씨 성을 가진 사람을 모두 죽이려 했지만 이순풍이 만류했다고 한다.
그때 궁에는 태종의 말단 후궁인 무씨 재인이 있었는데, 갓 열 살을 넘긴 어린 무(武)씨 재인을 보고 관리들은 코웃음을 쳤다. “저렇게 어린 계집애가 설마 훗날 왕이 돼 당나라를 망하게 하겠어?”요즘 말로 가짜 뉴스로 치부한 것이다.
어린 소녀에 불과했던 무씨 재인은 점점 더 아름답게 성장했고, 태종이 죽자 그의 아들 고종의 황후에 올랐다. 열네 살에 당 태종의 말단 후궁인 재인으로 궁에 들어와 무려 18년 만인 서른두 살에 당 고종의 황후가 된 것이었다. 고종이 병약해 정무를 볼 수 없게 되자 천후가 돼 섭정했고 고종이 승하한 뒤 아들을 황제에 앉혔다가 결국 국호를 주(周)로 고치고 스스로 황제가 돼 중국 최초의 여황제인 측천무후가 됐다.
당나라 최고의 역술가였던 이순풍의 점괘는 틀리지 않았고, 이순풍은 측천무후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누군가에 의해 의문의 죽임을 당했다. 이순풍이 황제에게 고했던 ‘무씨 여인 황제 등극설’이 사실이 된 것은 가짜 뉴스 때문이라기보다 혼란했던 당시 사회가 그렇게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국회는 가짜 뉴스를 막기 위해 법을 제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법으로 모든 범죄를 막을 수 없듯이 법만으로 가짜 뉴스를 막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가짜 뉴스가 난무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가 불안정하다는 뜻이다. 그리고 가짜 뉴스가 진짜 뉴스로 되는 것은 사회가 진솔하거나 투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법으로 가짜 뉴스를 어느 정도 제재할 수 있을지라도 영원한 해결책은 될 수 없다. 걱정스러운 것은 유포되는 가짜 뉴스에 일부 청소년들이 관여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사회가 건강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높은 인성이 필요하고, 정부가 국민과 소통하고 가짜 뉴스가 범접할 수 없도록 진솔해야만 하지 않을까 한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