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는 넥센과의 플레이오프(PO) 3차전까지 두 경기에 등판해 평균자책점 제로를 기록했다. 2⅓이닝 2탈삼진 무실점. 피안타와 볼넷이 단 하나도 없는 퍼펙트 피칭이었다. 상황은 까다로웠지만 흔들림이 없었다. PO 1차전에선 8-8로 맞선 9회 1사 1,2루. 3차전에서도 2-3으로 뒤진 5회 1사 1,2루 상황에서 마운드를 밟았다. 그러나 승계 주자의 득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시속 150km를 손쉽게 넘나드는 묵직한 직구를 앞세워 아웃카운트를 채웠다.
예상하기 쉽지 않은 '결과'다. 최악의 상황에서 정규시즌을 마무리했다. 개막 후 4월까지 6경기에서 평균자책점 2.13(38이닝 10실점)으로 에이스 역할을 했다. 볼넷(4)과 삼진(36) 비율이 1대9일 정도로 흠잡을 곳 없는 피칭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서서히 성적이 악화되더니 9월 이후 등판한 5경기에선 평균자책점 10.26(16⅔이닝 19실점)으로 바닥을 쳤다.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전환했지만 나이지지 않았다. 정규시즌 마지막 등판이던 10월 13일 인천 LG전에선 아웃카운트를 한 개도 잡지 못한 채 4피안타 3실점 패전투수가 됐다. 백약이 무효했다. PO 엔트리 승선 여부가 불투명했다.
그러나 조정기를 거쳐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구단 관계자는 "계속 실패를 하다보니까 자신감이 떨어졌다. 좋지 않았을 때 반등을 해야 하는데 그게 되지 않으니까 불안해했던 것도 있다"며 "구위 자체가 나쁜 건 아닌데 마운드에 서면 정작 맞을까봐 위축되는 게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본인도 지난해 대비 2배 이상 던져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었기 때문에 (PO에선) 불펜을 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며 "팀 동료들도 산체스가 부진할 때 '왜 이렇게 못하냐'고 할 수 있는데 다들 자신감을 불러주자고 노력을 많이 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산체스는 시즌 내내 '환경'과도 싸웠다. 한국 음식이 입에 맞지 않아 체중에 8kg 정도 감량됐다. 구단관계자는 "주변에 도미니카공화국 음식을 구해보려고 백방으로 알아봤다. 하지만 멕시코 음식하고는 또 다른 게 있더라. 서울 음식을 다 뒤져도 비슷한 게 없었다. 치킨하고 피자는 좋아하는데 계속 그것만 먹을 수 없어서 어려움이 있었다"고 귀띔했다.
마음을 다시 잡은 건 10월 13일 LG전 이후다. 경기가 끝난 뒤 구단 외국인 관계자와 면담을 했다. '마인드를 바꾸자'는데 서로 합의를 봤다. 구단 관계자는 "지금은 마운드에서 내려올 때 세리머니를 한다. 마운드에서 에너지를 보여줬으면 한다고 이야기를 했다. 기량은 충분한 선수인데 계속 소극적으로 했던 부분이 있다. 지금은 달라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