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륜 황제' 정종진이 '제24회 일간스포츠배 대상경륜'에서 우승하며 황제로서 위엄을 또 한 번 과시했다.
정종진은 올 시즌 마지막 대상이자 연말 그랑프리 전초전으로 관심을 모았던 '제24회 일간스포츠배 대상경륜' 결승에서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극적으로 거둔 역전승이다.
쉽지 않은 대진표를 받아 들었다. 지역 라이벌인 창원, 김해팀이 세 명, 충청권 세 명으로 수도권 선수는 정종진이 유일했다. 수도권 빅4로 꼽히는 정하늘·신은섭·박병하가 예선 준결승에서 모두 탈락했다. 수도권 선수 한 명이 출전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정종진은 초반 고전했다. 자리다툼부터 밀리며 주도권을 강호와 '디펜딩 챔피언' 성낙송에게 넘겨줬다. 타종 이후 강호가 기습적으로 선공에 나서고 성낙송이 그 뒤를 쫓을 때만 해도 상황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았다. 성낙송이 끊임없이 뒤를 돌아보며 정종진을 견제했고, 한 바퀴 부근에서 외선을 타며 적잖은 체력 소모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지막 백스트레치 라인을 통과하는 시점에서 정종진은 성낙송의 시야가 가려지는 틈을 타 전광석화 같은 젖히기를 시도해 극적인 반전을 일궈 냈다. 급변하는 전개와 거친 몸싸움이 일어나는 과정에서도 특유의 침착함과 집중력을 잃지 않았기에 가능했던 장면이다.
이번 승리는 정종진에게 의미가 크다. 연초 최다연승(50연승) 신기록 이후 잠시 슬럼프가 있었고, 이후 극복하는가 싶었지만 최근 정하늘과 이현구 등에게 연거푸 패하며 자존심을 구겼다. 이로 일부 우려 섞인 시선이 있었다. 성낙송·강호·윤민우 같은 신진 강자들의 등장과 함께 서서히 내리막을 걷는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정종진은 불리한 대진표 속에서도 당당히 존재감을 과시했고, 예선전부터 결승전까지 모두 자력 승부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제 정종진이 마지막으로 넘어야 하는 산은 연말 그랑프리 대상경주다. 최근 2년 연속 그랑프리 대상경주를 접수한 정종진은 이번에도 우승을 차지할 경우, 경륜 레전드 조호성의 3연패와 타이를 이룰 수 있다. 50연승 신기록과 더불어 경륜 역사를 새롭게 장식하게 되는 것이다.
'최강경륜'의 박창현 발행인은 "정종진은 혼자서도 잘할 수 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며 "특유의 경륜 열정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자기 관리 능력에 이제 노련미까지 더해졌다. 정종진의 그랑프리 3연패는 꿈이 아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