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영화배우 신성일(81)의 별세 소식이 알려지자 동료 배우이자 아내인 엄앵란(82)에게도 관심이 쏠린다. 엄앵란은 인생의 동반자로써 남편 신성일의 곁을 묵묵히 지켜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6월 폐암 3기 판정을 받은 신성일은 그동안 전남의 한 의료기관에서 항암 치료를 받아왔다. 당시 아내 엄앵란은 신성일씨가 무탈히 병원 치료를 받도록 병원비를 직접 마련하는 등 여러 방면에서 투병 생활을 뒷받침 했다.
부부의 막내딸 강수화(48)씨는 지난 3월 MBC 시사예능프로그램 '휴먼다큐-사람이 좋다'에 출연해 일화를 공개하기도 했다. 강씨에 따르면 당시 엄앵란은 신성일이 암 선고를 받던 날 말 없이 병원비를 부담했다.
강씨는 "아버지가 퇴원하시던 날, '얼마냐, 계산할게'라고 하시더라. 그랬더니 (엄마가) '내가 계산했다'고 하셨다"면서 "아버지가 입원하는 그 날, 엄마가 카드를 건네셨다더라"라고 두 사람의 대화를 전했다.
당시 신성일은 전화로 엄앵란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수줍게 전하기도 했다고 강씨는 밝혔다. 엄앵란은 오랜만에 받아 본 신성일의 전화에 "왜 감사 인사가 없었나 했다. 기다렸다"고 말했고, 신성일씨가 "고맙소"라고 짧게 답했다. 특히 엄앵란은 딸 강씨에게 "내 남편 신성일은 내가 책임져야 하고, 먹여살려야 하는 큰아들"이라며 "죽을 때까지VVIP특실에서 대우받고 돌아가셔야 한다. 작은 방에서 병원비도 없어서 돌아가시는 거 못 본다. 내 남편이니까. 난 그걸 책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네 아버지가 '돈 꾸러 다니면서 병원비 내고, 자식들에게 손 벌리는 배우는 싫다'고 했다"며 "우리는 동지야. 끝까지 멋있게 죽어야 한다"라며 남편에 대한 동지애를 드러냈다.
엄앵란 역시 올해 초 채널A '뉴스TOP10'과의 인터뷰에서 "신성일이 초라하게 죽을 수는 없다"며 "마지막까지 특실에서 지낼 수 있도록 병원비를 준비했다"고 직접 밝히기도 했다. "(우리 부부는) 톱스타들이 초라하게 죽었던 옛날 시대에 살았다. 내 남편은 그렇게 죽으면 안 된다"며 남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1960~70년대 최고 인기를 누린 고인은 데뷔작 '로맨스 빠빠'에서 처음 만난 엄앵란과 1964년 결혼했다. 당시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두 사람의 결혼식은 큰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확연히 다른 생활 습관때문에 별거 아닌 별거를 하는 등 대중에게는 별거 부부로 알려지기도 했다. 이후 2016년 엄앵란이 유방암 수술을 받게 돼 20여 년 넘게 별거 생활하던 신성일이 집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다수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각자 인생을 사는 동시에 평생의 동지로, 서로를 인정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고인은 아내 엄앵란의 무조건적 지원에도 불구하고 4일 새벽 향년 81세의 나이로 숨을 거뒀다. 지난달 초 열린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참석은 고인의 마지막 공식 행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