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욱·최원태·주효상·이정후·안우진. 히어로즈의 든든한 '미래'로 꼽히는 선수들이다. 이들에게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모두 1차에 지명받고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었다.
히어로즈 구단은 지난 6일 넥센타이어와 9년 인연을 끝내고 키움증권과 새 메인 스폰서십을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계약 기간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5년. 금액은 연간 100억원 규모다. 별도의 인센티브도 포함돼 있다.
게약 금액은 이전 계약과 큰 차이가 없지만, 기간이 5년이라는 점이 고무적이다. 처음으로 장기 계약을 맺고 안정적으로 팀을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게 됐다. 위기에 직면했다고 여긴 순간, 오히려 더 좋은 계약으로 돌파했다. 앞서 언급한 선수들은 바로 올 한 해 동안 내우외환에 시달린 히어로즈가 이르게 새 파트너를 찾을 수 있게 해 준 일등공신이다.
히어로즈는 KBO 리그에서 유일한 자립형 야구 기업이다. 대기업의 지원 없이 늘 구단 운영자금을 자체적으로 벌어들여야 한다. 스타플레이어가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으면 잡을 수 없고, 주전급 외부 FA는 더더욱 데려올 수 없다. 결국 젊은 선수를 잘 뽑고 잘 키워 '저비용 고효율'을 실현하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지금까지는 성공적이었다. 히어로즈의 1차 지명 적중률은 놀라울 정도다. 최근 5년간 1차에 지명한 임병욱(2014년) 최원태(2015년) 주효상(2016년) 이정후(2017년) 안우진(2018년) 가운데 4명이 이번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준PO) 플레이오프(PO)에서 주축 멤버로 활약했다. 임병욱은 준PO에서 연타석 3점홈런을 포함해 9타점을 쓸어 담으면서 시리즈 MVP에 올랐고, 안우진은 준PO와 PO를 거치면서 히어로즈가 가장 중요한 순간에 기용하는 마운드의 핵심 요원으로 떠올랐다.
이정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맹타를 휘두르고 준PO 1차전 승리를 낚는 '슈퍼 캐치'로 지난 시즌 신인왕 이름값을 했다. 준PO 2차전에서 다쳐 조기에 이탈했지만, 정규 시즌에 보여 준 활약으로 팀을 포스트시즌에 올려놓은 주역 가운데 1명이다. 백업 포수인 주효상 역시 제이크 브리검과 호흡을 맞추면서 값진 경험을 쌓았다. 유일하게 포스트시즌 엔트리에서 빠진 최원태는 이미 이견이 없는 토종 에이스다. 올해 13승을 올리면서 국가대표 타이틀까지 달았다. 팔꿈치 부상이 없었다면, 포스트시즌 3선발로 활약했을 투수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주전 유격수자 중심타자인 김하성(2014년 2차 3라운드)과 2루수로 활약한 김혜성(2017년 2차 1라운드)도 히어로즈의 풍성한 수확을 알려 주는 선수들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전면 드래프트 시절이던 2012년과 2013년 1라운드에 지명한 한현희와 조상우도 입단 이후 줄곧 팀의 주축 전력으로 기용됐다. 조상우가 불미스러운 일에 휩싸여 팀을 떠나 있지만, 한현희는 이번 포스트시즌에서도 3선발로 좋은 활약을 했다. 2012년부터 올해까지 이어진 히어로즈의 '1번 픽 성공사'가 올가을에 고스란히 드러난 셈이다.
히어로즈의 젊은 선수들은 이번 포스트시즌에서 연일 놀라운 경기력을 보여 박수를 받았다. 이들 가운데 한현희·김하성·최원태·이정후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며 군 대체복무 혜택을 받아 향후 전력 이탈 없이 팀을 지킬 수 있다. '가치주'를 발굴하고 잘 키워 '우량주'로 만들어 내는 히어로즈의 팀 컬러가 '키움증권'이라는 새 네이밍 스폰서와 잘 맞아떨어진다.
아직 히어로즈의 그라운드 밖 수난 시대는 끝나지 않았다. 한국시리즈가 종료되면 구단 최대 주주인 이장석 전 대표이사가 KBO로부터 영구제명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전 대표 개인에 대한 제동이 실질적인 구단 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은 앞선 징계 사례를 통해 확인됐다. 히어로즈와 키움증권의 일사천리 계약이 가능했던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