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니아가 최근 서울 장위동 아산 우리은행 체육관에서 한국 농구 복귀 각오를 밝혔다. 김소니아는 여자 농구의 '데니스 로드맨'을 꿈꾼다. 정시종 기자
"두 번째 도전이잖아요. 예전보다 정신력도 강해졌고, 실력도 늘었어요. 성숙해졌다고나 할까요.(웃음)"
여자 프로농구 아산 우리은행의 한국계 혼혈 선수 김소니아(25)는 지친 기색이 없었다. 혹독하기로 악명 높은 위성우 감독의 오후 훈련을 소화한 직후였지만, 힘이 펄펄하다고 했다. "한국 농구는 익숙해졌지만, 한국말은 아직도 조금 어려워요." 한국어를 더듬거리며 말하는 그에게 왜 돌아왔냐고 물었다. "다시 농구를 제대로 배우고 싶어서 왔어요. 나를 예전의 김소니아로 보시면 안 됩니다. 무엇보다 아버지의 나라에서 농구로 꼭 성공하고 싶어요."
김소니아. 정시종 기자
김소니아는 한국인 아버지 김태신(54)씨와 루마니아인 어머니 가브리엘라 우르수(50)씨 사이에서 태어났다. 조선 회사에서 근무하던 김씨는 출장 차 루마니아를 찾았다가 우르수씨를 만났다. 루마니아 수체아마에서 태어난 김소니아는 한국에서 다섯 살까지 살다가 루마니아로 떠났다. 한국에서 근무 중인 김씨는 올 시즌 루마니아 현지 로펌에서 근무 중인 우르수씨를 대신해 딸의 경기를 찾을 예정이다.
농구는 열한 살 때 유소년 클럽에서 시작했다. 일찌감치 재능을 보인 그는 루마니아 16세 이하(U-16) 대표팀에 발탁됐다. 이후 U-16과 U-20 대표팀 등 연령대별 대표팀을 거치며 2012년부터 루마니아 성인 대표팀에서 활약 중이다. 한국 무대를 처음 밟은 것도 이때다.
김소니아는 한국인 아버지 김태신씨와 루마니아인 어머니 가브리엘라 우르수씨 사이에서 태어난 한국-루마니아계 혼혈 선수다. 김소니아 제공
김소니아는 2012년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다. 하지만 팀플레이를 중시하는 한국 농구의 벽은 높았다. 여기에 위 감독의 지옥 훈련과 시즌 내내 이어지는 치열한 주전 경쟁까지 더해져 적응은 쉽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팬과 언론의 관심은 기량보다 독특한 이력과 외모에 쏠렸다. 김소니아가 팬들에게 가장 큰 환호성을 들은 순간은 시합 중이 아닌 2013~2014시즌 올스타전에서 댄스 공연 때였다.
결국 2년 만에 짐을 싸고 루마니아행 비행기에 올랐다. 두 시즌을 뛰며 정규 리그 9경기에 출전해 경기당 평균 2.1득점 1.4리바운드라는 초라한 기록만 남겼다. "개인기 위주의 루마니아 농구가 익숙했던 내게 조직력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농구는 낯설었어요. 루마니아, 체코, 폴란드 등 여러 리그를 경험한 뒤에야 한국 농구가 '진짜 농구'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김소니아는 요즘 리바운드와 몸싸움 연습에 빠져 있다. "1990년대 미국프로농구(NBA)를 주름잡았던 시카고 불스의 데니스 로드맨이라고 아세요. 당시 불스의 주인공은 슈퍼스타 마이클 조던이었지만, 나는 로드맨 같은 훌륭한 조연이 되고 싶어요. 그는 '악동'이라는 별명으로 통했지만, 코트에서만큼은 모든 것을 쏟아 내는 선수였어요. 그가 없었다면, '불스 왕조'도 없었다고 생각해요. 우리팀에선 임영희·김정은·박혜진 언니가 조던 역할이라면, 나는 철저히 '더티워크(궂은일·Dirty Work)'만 하는 선수가 되려고요. 올 시즌 목표는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몸싸움과 리바운드에 몸을 던지는 겁니다."
김소니아는 지난 3일 열린 2018~2019시즌 우리은행 여자 프로농구 인천 신한은행과 홈 개막전에서 외국인 선수 토마스(16리바운드)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9개의 리바운드를 거뒀다. 출전 시간도 19분20초를 뛰며 위 감독의 신임을 받았다. 위 감독은 "우리은행에 워낙 베테랑 선수가 많아서 그렇지, 현재 김소니아의 실력이면 같은 나이대에선 뛰어난 편"이라고 칭찬했다.
김소니아. 정시종 기자
김소니아는 올 시즌 같은 팀 언니들의 기술을 하나씩 흡수하는 것이 소원이라고 했다. "(임)영희 언니의 '경험'과 (박)혜진 언니의 '경기 흐름을 읽는 눈' 그리고 (김)정은 언니의 슈팅을 체득하고 싶어요. 욕심이 너무 많나요.(웃음)" '소니맨(소니아+로드맨)'으로 변신한 김소니아의 도전은 9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부천 KEB하나은행과 시즌 두 번째 경기에서 계속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