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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746. 제사의 의미
사람들은 잘 되면 내 탓, 못 되면 조상 탓이란 말을 할 때가 있다. 시험에 합격하거나 사업에 성공해 인생이 잘 풀리면 자기가 잘 해서라고 생각한다. 반면, 하는 일마다 안 되어 불행하면 조상의 음덕이 없어서 그렇다며 한탄한다.
많은 사람들이 조상을 위해 제사를 올린다. 종교에 따라 그렇지 않은 가족도 있지만 제사를 지내는 마음은 매 한 가지다. 제사를 올릴 때 조상님들이 제사 음식을 잘 드시고 가족에게 복과 운을 나눠주시길 바란다.
그런데 이런 제사가 바쁜 현대인들에게 스트레스로서 다가올 때가 많다. 특히 제사가 다가오면 항상 싸우는 가족들도 있다. 이유는 다양하다. 고부 갈등으로 싸우고, 형제들끼리 유산문제로 싸워서, 가족끼리 돈 거래를 했다가 안 갚아서 등등이다. 제사라서 어쩔 수 없이 얼굴은 보지만 만남이 불편한 가족들이 있다.
때로는 종교가 달라서 제사를 건너뛰기도 한다. 교회에 나가기 때문에 불참하는 형제가 있고, 갑자기 절에 제사를 맡기자는 형제도 있다. 어떤 가족은 자녀가 수험생이라는 이유로 제사에 불참하기도 한다. 제사 스타일이 각자 ‘마이 웨이’이다 보니 옛날처럼 정성으로 제사를 올리는 경우가 드물어졌다.
제사는 가족의 단합과 화목이 없으면 지내기 힘들다. 음식을 준비하는 과정부터 제사가 끝난 뒤 음복하기까지, 가족 간에 사이가 좋지 않으면 함께 하기가 힘들다. 제사 때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다가 제사가 모두 끝난 뒤 각자 집으로 돌아가면 부부싸움으로 연결되는 일도 잦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제사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다.
조상을 위하고 가족 간의 화합을 위한 제사인데 가족들 간에 불화만 생긴다면 누가 정성을 다해 제사를 올리고 싶겠는가. 영혼의 존재를 믿지 않는 사람들은 귀신이 어떻게 제사음식을 먹겠냐면서 아예 제사를 지내지 말자는 쪽으로 기울고 만다.
영혼의 세계로 본다면 제사는 지내는 것이 좋다. 사실 조상을 나와 다르다고 생각하는데 DNA로 따지자면 조상은 바로 ‘나’다. 인격은 다르지만 조상과 나는 하나의 연결고리로 이어져있다. 결국 잘 되면 내 탓이고 못 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은 틀린 말인 것이다. 잘 되도 내 탓이고, 못 되도 내 탓이다.
인간의 DNA는 코드화된 염기서열 64개가 연속되어 생명을 낳고, 또 생명을 낳으며 연결된다. 생명과 영혼의 신비한 수수께끼로 인해 조상과 나는 이분할로 나눠지는 존재가 아닌 하나가 된다. 이생을 살면서 잘 되고 잘못 되는 것도 모두 나에게서 비롯된다. 결국 제사도 조상을 위해서가 아닌 나를 위해 올리는 것이다.
구명시식을 하다보면 이 사실이 더욱 분명해진다. 구명시식에 초혼된 조상영가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구명시식 신청자들의 전생, 전전생인 경우가 많았다. 즉 조상을 위해 올린 구명시식이 알고 보면 자기 자신을 위해 올린 구명시식이 되는 셈이다.
한국의 미덕 중 하나는 온 가족이 모여 조상을 위해 전통적인 제례를 올리는 것이다. 구한말 다양한 종교가 들어오면서 제사는 그 형태가 많이 바뀌었다. 전통적인 제례방식이 종교에 따라 기도나 불공으로 바뀌었다. 어떤 형태가 되었든 제사를 지내는 마음만은 변함이 없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조상을 남으로 생각하지 말고 나라고 여겼으면 한다. 영적으로 조상과 내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는다면 더욱 뜻깊은 제사가 될 것이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