잉글랜드 프로축구 풀럼 지휘봉을 잡고 1년 9개월 만에 프리미어리그(1부리그) 사령탑으로 복귀하는 클라우디오 라니에리(67) 감독의 얘기다. 풀럼은 15일(한국시간)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슬라비샤 요카노비치(50) 감독을 대신해 라니에리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풀럼은 지난 시즌 챔피언십(2부)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애스턴 빌라를 꺾고 프리미어리그 복귀에 성공했다. 하지만 승격을 이끈 요카노비치 감독은 올 시즌 1부 무대에서 1승2무9패에 그쳤다. 팀은 최하위로 추락했다. 이에 샤히드 칸 풀럼 회장은 요카노비치 감독을 경질하고, 새 사령탑으로 라니에리를 낙점했다.
라니에리는 최근 유럽 축구에서 가장 큰 기적을 일군 주인공이다. 그는 2015~2016시즌 프리미어리그 최약체로 평가받던 레스터 시티를 이끌고 창단 132년 만에 첫 1부리그 정상에 올랐다. 당시 베팅 업체들이 책정한 레스터 시티의 우승 확률은 5000분의 1이다. 유럽 축구의 변방 북아일랜드가 2016 유럽축구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할 확률이었던 500분의 1보다 무려 10배나 낮다.
2009년 AS로마 감독으로 풀럼 홈 구장 크레이븐 코티지를 찾았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
라니에리 감독은 8부리그에서 뛰었던 제이미 바디, 프랑스 빈민가 출신으로 길거리에서 축구를 시작한 리야드 마레즈, 말리 이민자의 아들로 169cm의 작은 키 때문에 여러 팀에서 문전 박대받았던 은골로 캉테 등 '축구 미생'들과 기적의 스토리를 썼다. 그는 슈퍼스타가 없는 팀을 이끌고 빅클럽과 맞서기 위해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선수비 후 역습' 전략을 완성한 것으로 유명하다. 당시 축구팬들은 라니에리 감독에게 마치 마법을 부린 것 같은 일을 만들었다며 '마법사'라는 별명을 붙였다. 라니에리 감독이 발굴하고 길러 낸 선수 대부분은 현재 유럽 빅리그 명문팀으로 자리를 옮기고 스타급 선수로 대우받는다.
그랬던 라니에리 감독도 이듬해에 팀을 떠나야 했다. 2016~2017시즌 레스터 시티가 부진을 겪으면서 2017년 2월 해임됐다. 이후엔 프랑스의 낭트 지휘봉을 잡았다. 이런 가운데 풀럼에서 러브콜이 온 것이다. 라니에리 감독은 풀럼에서 다시 한 번 기적을 준비한다. 그는 구단 홈페이지를 통해 "역사와 전통을 가진 클럽인 풀럼의 요청을 받아 사령탑을 맡게 돼 영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풀럼의 목표는 단순히 프리미어리그에서 생존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강한 상대가 돼야 하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