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이원종은 지난 1일 종영한 OCN '손 더 게스트(손 the guest)'에서 박수무당 육광을 연기했다. 박일도를 쫓느라 자기를 챙기지 못하는 김동욱(윤화평)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줬다. 귀신을 무서워하고 구마의식 중 피를 토하기도 하는 능력치 낮은(?) 무당이었다. 대신 김동욱과 이원종이 등장하면 어두운 분위기가 환기되고 사람 냄새가 났다. 이원종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청자들에게 숨 쉴 틈을 만들어 줬다. 극 중 이원종이 죽었을 때 많은 시청자가 슬퍼하고 분노하기까지 했다. '손 더 게스트' 덕에 오랜만에 손편지도 받아봤다며 자랑스럽게 꺼내 보여줬다. '야인시대'(2003) 구마적 이후 15년 만에 '육광이 형'이라는 별명을 새로 추가했다.
-무당이지만 귀신을 무서워했다. 유쾌한 면도 담당했는데 튀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았는지. "육광은 강신무(내림굿을 받은 무당)이기 때문에 남이 안 보는 것을 보는 것이다. 생각을 해봤다. 나한테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 매일 귀신을 본다고 해서 적응이 될까? 나는 평생 적응이 안 될 것 같다는 답을 내렸다. 보통 구천을 떠도는 귀신은 원귀라든가 악령이라든가 정상적이지 않은 귀신이다. 그걸 매일 봐도 적응이 안 되고 무서울 것 같다. 거기서 육광이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박수무당으로서의 능력보다도 화평이를 돌보는 친형 같은 느낌에 더 중심을 뒀다. 어두운 드라마에 숨 쉴 수 있는 구멍을 만들고 싶었다."
-김동욱과 호흡은 어땠나. "동욱이는 워낙 착하고 까탈스럽지 않다. 스타 의식과 거리가 멀고 늦게 나오거나 피곤하다고 시간 끄는 스타일이 전혀 아니다. 또 찍어야 하는 장면에서 해야 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을 정확하게 공부해 온다. 똑똑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호흡도 잘 맞고 연습도 한 번만 해보면 서로 알았다. 둘 다 애드리브를 많이 했지만 그냥 입에서 나오면 대시가 됐다. 동욱이와 나는 우리가 만날 때만이라도 사람 냄새 나는 장면을 많이 만들자고 했다. 그래서 대본 이외의 것을 많이 했다. 그런 것도 호흡이 잘 맞았다. 잊지 못할 파트너다.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육광이 죽은 날 방송 이후에 많은 시청자가 슬퍼했다. "감사했다. 근데 사실 화평이가 육광의 시체를 찾을지 말지 끝까지 고민했다. 화평이를 위해서라면 시체를 찾는 게 맞지만, 못 찾고 미스터리를 남겨두는 것도 낫겠다는 생각을 작가진이 한 것 같다. 나를 죽인 다음 욕도 많이 먹었기 때문에 끝까지 고민하다가 결국은 마무리를 하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 서서 촬영했다. 화평이가 육광을 형으로 따랐는데 찾으러 다니는 신을 하나도 안 넣고 마무리한다면 용서받기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예전에는 구마적으로 많이 불렸는데 이제는 육광이 형으로 불린다. "다행이다. 그 파워는 '손 더 게스트'를 본 사람들인 것 같고 드라마를 못 본 분들에게는 여전히 구마적이다. 그래도 두 캐릭터로 불린다는 것은 배우에게 상당히 큰 힘이 된다. 동욱이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부마자 역할에도 욕심이 났을 것 같다. "충분히 할 수 있다. 만일 한다면 현실에서 찾아볼 수 있는 쪽으로 해보고 싶다. 길거리에서 갑자기 칼을 휘두르는 사람을 이해할 수 없는데 그 사람이 칼을 휘두를 거라고 예고하고 다니지 않는다. 그게 구별이 안 되니까 그렇게 과한 행동을 표현하는 거다. 연기적으로 깊이 있게 간다면 내면을 조금 더 강조하고 싶다. 좀비물도 결국은 인간성 상실을 극단적으로 표현한 거다. 우리 주변에 그런 형체를 가진 사람은 없지 않은가. 어떻게 더 현실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싶다."
-2016년 '배우학교'에 출연한 게 인상적이었다. 여전히 배움에 목마름을 느끼는지. "당연히 늘 배우고 싶다. 드라마는 캐릭터를 파고들어서 구현할 수 있는 적절한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자칫 수박 겉핥기식의 연기를 할 수 있다. 캐릭터의 연구하고 조금 더 디테일하게 연기하고 싶은데 조금 소홀한 것 같고 스스로 반성한다. 꾸준히 연습하고 내면을 많이 채워야 캐릭터로 끄집어낼 수 있는 게 많다. 그런 면에서 부단히 책 읽고, 여행한다. 혼자 하는 시간이 많을수록 좋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