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세계 정상을 꿈꿨던 17세 이하(U-17) 여자 축구대표팀이 세계의 벽 앞에 무릎을 꿇었다.
허정재 감독이 이끄는 한국 U-17 여자 축구대표팀이 2018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월드컵 8강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18일(한국시간) 우루과이 몬테비데오의 에스타디오차루아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D조 2차전에서 캐나다에 0-2로 패했다. 앞서 개막전에서 스페인에 0-4로 완패했던 한국은 2연패를 기록해 D조 네 팀 중 최하위로 밀렸고, 이어 열린 경기에서 스페인과 콜롬비아가 1-1로 비기며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됐다. D조에선 캐나다가 2연승으로 8강 진출을 확정했고, 스페인(1승1무)과 콜롬비아(1무1패)가 조 2위까지 주는 8강행 티켓을 걸고 마지막 경기를 치른다.
이번 대회에는 한국과 일본·북한 등 아시아 3개국을 포함해 16개국이 참가해 4개국씩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벌인다. 각 조 2위까지 8강에 진출하는 가운데, 일찌감치 순위 밖으로 밀려난 한국은 조별리그 최종전을 끝으로 일정을 마무리하고 귀국행 비행기에 오르게 됐다.
2010 트리니다드토바고 대회에서 기적 같은 우승을 일궜던 한국은 그 뒤 좀처럼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2012 아제르바이잔 대회와 2014 코스타리카 대회, 2016 요르단 대회까지 3회 연속 본선 진출에 실패하며 침체기를 겪었던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8년 만에 본선 무대에 올라 다시 한 번 기적을 꿈꿨다. 그러나 개막전서 여자 축구 강호 스페인을 만나 대패하며 불안하게 시작한 한국은 2차전에서도 득점 없이 패하며 오랜만에 밟은 본선 무대에서 퇴장하게 됐다.
특히 2차전 캐나다전은 수적 우세 속에서도 패배를 면치 못해 아쉬움이 크게 남았다. 수비수 고민정(울산현대고)을 최전방 공격수로 내세워 팽팽한 공방전을 이어 가던 한국은 후반 14분 조딘 하이테마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0-1로 끌려갔다. 후반 23분, 선제골의 주인공 하이테마가 김민지와 충돌하는 과정에서 팔꿈치를 사용해 퇴장당하며 11 대 10의 싸움이 됐지만, 한국은 수적 우위를 살리지 못하고 후반 29분 라라 카신디안에게 한 골을 더 내주면서 결국 0-2로 패했다.
허 감독은 "경기 흐름을 빼앗긴 상황에서 오늘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압박감, 부담감을 이겨 내지 못했다"고 이날 경기를 돌아보며 "우리나라가 8년 만에 U-17 여자월드컵에 진출했기 때문에 더 좋은 결과와 성과를 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크다"고 조기에 탈락한 안타까움을 전했다. 하지만 허 감독은 "그간 선수들이 아시아권에서만 경기하다 세계 여러 좋은 강팀과 경기했다. 비록 경기는 졌지만 선수들이 앞으로 발전하는 데 동력이 되리라 생각한다"며 "이제 조별리그 한 경기를 남겨 뒀다. 남은 경기에서 이기기 위해서 선수들과 잘 준비하겠다"고 최종전에 대한 의욕을 보였다. 조별리그 탈락이 확정된 한국은 오는 22일 콜롬비아와 마지막 3차전을 치른 뒤 귀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