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내부 프리에이전트(FA) 김민성과 이보근을 붙잡을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 한 번 아름다운 이별을 택하게 될까.
넥센은 22일부터 내부 FA인 내야수 김민성, 투수 이보근과 대화를 시작했다. 고형욱 단장이 22일 김민성의 에이전트를 만났고, 23일 이보근의 에이전트와 면담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계약 협상은 아니다. 구단의 입장을 전하고 선수 측 입장을 들어 보는 자리다.
넥센은 매년 FA 시장에서 한발 물러나 있던 팀이다. 모기업 지원 없이 자생해야 하는 구단 특성상 대형 FA 영입 전쟁에 참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넥센이 창단 이후 다른 팀에서 데려온 FA는 2012년 계약한 베테랑 이택근뿐. 그 역시 순수한 외부 FA라고 보기 어렵다. 팀 사정이 한창 어려울 때 울며 겨자 먹기로 다른 팀에 보냈다가 FA 자격을 얻은 뒤 되찾아 온 선수다.
10년 가까이 넥센의 주전 3루수로 활약한 김민성
올해 역시 같은 기조를 유지한다. 향후 5년간 새 메인 스폰서 키움증권과 계약해 안정성을 확보하기는 했지만, 지원 금액 자체는 이전 넥센타이어와 계약과 큰 차이가 없다. 지금까지 그랬듯 신인 드래프트에서 좋은 선수를 뽑아 제대로 키우고, 효율적인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을 보강하는 것이 구단의 변함없는 운영 원칙이다.
다만 고민거리는 내부 FA다. 10년 가까이 넥센의 주전 3루수로 활약한 김민성은 3할 안팎의 타율과 두 자릿수 홈런이 가능한 알토란 같은 선수다. 올 시즌은 타율 0.283 10홈런 45타점으로 예년보다 부진했지만, 여전히 그라운드 안팎에서 존재감을 발휘했다. 후배들 역시 김민성을 잘 따른다. 젊은 야수진이 믿고 의지할 만한 선배다.
이보근 역시 불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다. 올 시즌에는 64경기에 등판해 7승6패 24홀드 평균자책점 4.28의 기록을 남겼다. 마무리 투수 조상우가 갑작스럽게 이탈한 뒤에도 흔들리지 않고 제 몫을 했다. 둘 다 팀에 머문다면 충분히 도움이 되고도 남을 만한 베테랑들이다.
문제는 몸값의 적정선이다. 넥센이 그동안 총액 10억원 이상을 주고 계약한 내부 FA는 역시 2016년 이택근(4년 35억원)뿐이다. 롯데로 이적한 손승락(4년 60억원)이나 kt로 간 유한준(4년 60억원)처럼 몸집이 큰 선수들과는 이별을 택했다. 박병호와 강정호 같은 특급 스타플레이어들은 해외 진출이 가능한 7년을 채운 뒤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보냈다.
올해 역시 김민성과 이보근이 원하는 금액을 넥센이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김민성과 이보근은 모두 시장에서 충분히 수요가 있을 만한 선수들이어서다. 또 넥센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 속도가 빠른 팀이어서 FA를 잡기보다 유망주들에게 모험을 거는 쪽이 '저비용 고효율' 원칙에 부합한다.
김민성은 좋은 3루수지만, 넥센은 올 시즌 송성문이라는 젊은 3루수를 또 한 명 발굴했다. 퓨처스리그에서는 또 다른 3루수 임지열도 성장했다. 올해 퓨처스 북부리그 타율상과 타점상을 수상한 임지열은 넥센이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에 지명한 기대주다. 그해 1차 지명선수가 임병욱, 2차 3라운드 지명선수가 김하성이었다. 불펜에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젊은 투수가 많다. 올해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진가를 확인한 19세 안승호와 이승호부터 트레이드로 모아 둔 투수들까지 대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