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홈쇼핑 업계가 변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화장품이나 가전제품을 주로 다뤘다면, 최근에는 영화 예매권이나 아이돌 쇼케이스를 통한 음반 판매 등 '문화 콘텐트'를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업계는 쇼핑(Shopping)과 엔터테인먼트(Entertainment)를 더한 '쇼퍼테인먼트'가 앞으로 꾸준히 성장할 것으로 보고 관련 콘텐트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3일 신세계TV쇼핑에 평소 홈쇼핑 채널에서 볼 수 없었던 특별한 게스트가 출연했다. 영화배우 공효진이다.
공효진은 다음 달 5일 개봉하는 스릴러 영화 '도어락' 예매권을 판매하기 위해 깜짝 일일 쇼핑 호스트로 출연했다. 그 어떤 '베테랑' 쇼핑 호스트보다 적극적이었다.
도어락의 여주인공인 공효진은 다채로운 뒷이야기를 전하는가 하면, 영화에서 호흡을 맞춘 배우 김예원과 깜짝 전화 연결을 했다. 직접 예매권 판매를 소개하면서 "매진 임박"이라고 외치며 분위기를 주도했다.
반응은 뜨거웠다. 홈쇼핑 방송에서 이례적인 50만 명이 시청하는 기염을 토했다. 공효진이 직접 쇼핑 호스트로 나서면서 언론 매체와 팬들에게 큰 관심을 받았다. T커머스 업계 내에서 영화 주연배우가 직접 티켓을 판매한 최초의 사례로 기록됐다. 각종 온라인 게시판에 '언니가 거기서 왜 나와?'라는 글이 오르는 등 화제가 됐다.
예상치 못한 호응에 배급사는 함박웃음을 지었다.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관계자는 27일 전화에서 "홈쇼핑은 배급사가 아닌 배우의 적극적인 의지로 출연이 성사된 부분"이라며 "기존 영화 홍보와 다른 새로운 방식의 홍보를 고민하다 홈쇼핑 출연을 진행했는데 온·오프라인에서 좋은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실 쇼퍼테인먼트의 시작은 CJ오쇼핑이 했다. 지난 2010년 그룹 UV의 유세윤과 뮤지가 CJ오쇼핑에 출연해 사인 앨범을 판매해 쇼퍼테인먼트를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했다.
CJ오쇼핑은 2017년 12월 슈퍼주니어와 협업해 롱패딩을 파는 '슈퍼마켓'으로 21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며 쇼퍼테인먼트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이어 tvN의 코미디 프로그램 '코미디빅리그' 출연자들이 홈쇼핑에 게스트로 나서 면도기와 아이스크림·청소기 등을 파는 '코빅마켓'으로 마련한 4개 상품 중 3개를 '매진'시켰다.
롯데홈쇼핑은 지난해 12월 업계 최초로 문화 콘텐트만 판매하는 방송 '더 스테이지(THE STAGE)'를 시작했다. 뮤지컬과 아이돌 쇼케이스, 콘서트 티켓 판매 등으로 문화 콘텐트 판매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12월 30일 뮤지컬 '타이타닉' 티켓 판매 방송에서 60분 동안 주문 건수 4200건을 기록하면서 예상보다 2배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지난 4월에는 인기 아이돌 그룹인 오마이걸 유닛 그룹 '오마이걸 반하나'가 쇼케이스를 열어 신규 음반 3000세트를 57분 만에 팔았다. 고객 실시간 채팅 서비스 참여 건수만 7600건으로 해당 시간대 평균과 비교해 150배가 넘는 수치를 기록하는 등 롯데홈쇼핑 홍보에도 성공했다.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더 스테이지'는 문화 콘텐트를 판매하는 국내 최초 방송"이라며 "아이돌의 쇼케이스나 뮤지컬 티켓 판매 등으로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성과를 냈다. 홈쇼핑과 거리가 있는 젊은층을 고객으로 유입하는 효과가 있어서 앞으로도 다양한 문화 콘텐트를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