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가 이혼한 후 아버지와 몇 년간 교류도 왕래도 없었다. 그런데 아버지로부터 사기를 당했다는 피해자가 나타나 돈을 대신 갚으라고 한다.
그룹 마마무 휘인과 배우 차예련이 이런 상황에 부닥쳤다. 지난 27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휘인의 아버지가 결제대금을 떼먹고 갚지 않았다는 내용을 담은 글이 게재됐다. 28일엔 차예련 아버지가 2015년 토지거래 사기 혐의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두 사건 모두 '내 딸이 마마무·차예련이다'고 믿음을 준 뒤 벌어진 일이다.
래퍼 마이크로닷·산체스 형제 부모의 사기 전적이 밝혀진 후 연예계는 '부모 빚 논란'이 진행 중이다. 래퍼 도끼와 가수 겸 배우 비의 어머니가 돈을 빌려 간 후 갚지 않았다는 폭로가 이어졌다. '나도 돈을 떼였다'며 '빚투'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휘인과 차예련은 이들과 다른 경우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오히려 유명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사기에 이용된 피해자라는 데 여론이 모아지고 있다.
휘인은 소속사 RBW를 통해 부모가 2012년 이혼했으며 이후 아버지와 떨어져 살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연락한 건 몇 해 전이며, '더이상 피해 주는 일 없게 해달라, 서로의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부탁했다. 아버지가 어디에 사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지내는지 아무것도 모른다고 밝혔다. 그렇지만 "가족들과 상의해 원만히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책임감을 드러냈다.
차예련은 19세 때 아버지의 부도로 가족들이 흩어져 살게 됐으며, 이후 아버지와 왕래가 없었음에도 빚을 대신 갚아오고 있었다고 아픈 가정사를 밝혔다. 연예계 데뷔 후에는 촬영장이나 사무실로 찾아와 '빚을 대신 갚으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시달렸다. 채무자들이 연예인인 자기를 믿고 돈을 빌려줬다는 말에 책임감을 느껴 빚을 갚았고, 이렇게 변제한 액수가 무려 10억 원에 달한다고 고백했다. 차예련은 "사태 해결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또 다른 피해자가 없길 바란다. 다시 한번 거듭 사과드린다"고 전했다.
휘인과 차예련이 아버지의 빚을 갚아야 할 법적 의무가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하나도 없다. 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 A 씨는 "사기 행각에 휘인과 차예련이 관여한 바 없고 계약의 당사자도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다"고 말했다. 즉 '내 딸이 휘인·차예련이다'라는 말을 믿고 계약을 했고 사기를 당했더라도 휘인과 차예련에게 책임을 물을 법적 근거는 없다는 설명이다. 변호사는 "만일 빚을 갚으라고 독촉한다면 이는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형사 고소하거나 접근금지 등의 법적 조처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