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이스 하퍼와 매니 마차도의 공통점이 하나 있다. FA(프리에이전트) 시장을 후끈 달아오르게 하는 선수라는 점이다. 이와 달리 의외로 트레이드 시장에서 지속해서 거론되며 또 다른 관심을 받는 투수 5명이 있다. 아무리 선발 투수의 비중이 예전 같지 않더라도 하나 같이 위상이 만만한 선수들이 아니다.
먼저 애리조나 에이스 잭 그레인키가 계속 소문의 중심에 있다. 만약 FA 자격을 취득한 패트릭 코빈이 이적하고 그레인키마저 트레이드된다면 애리조나는 올해 겨울 원 투 펀치를 모두 잃게 된다. 후반기 불펜 붕괴가 결정적이었는데 엉뚱하게 불똥이 선발로 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내년에 35세인 그레인키는 계약 기간이 3년 남아 있다. 잔여 연봉이 1억400만 달러. 통산(15년) 187승과 평균자책점 3.39의 성적을 기록했고 200이닝 이상 시즌만 9번이다.
구속이 많이 떨어졌지만 올 시즌에도 15승과 3점대 초반 평균자책점으로 건재함을 과시했다. 포스트시즌에선 정규시즌만큼의 활약이 아니다. 그러나 통산 11경기에 선발 등판한 베테랑 중의 베테랑이다. 30대 중반의 나이지만 투구 스타일상 갑작스러운 추락을 예상하긴 힘들어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다면 군침을 흘릴만하다.
한때 오클랜드 에이스였던 소니 그레이도 주목받고 있다. 그레인키처럼 화려한 이력도 없고 올해 부진으로 선발 로테이션에서 밀려나기도 했지만 29살에 불과한 나이가 무기다. 최근 소속팀 뉴욕 양키스가 시애틀 에이스 제임스 팩스턴을 트레이드로 영입해 선발 자리에서 밀려날 위기다. 올해 11승을 거뒀지만, 평균자책점이 4.90으로 높았다. 트레이드로 받을 수 있는 자원이 높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재기 가능성이 높다. 올 시즌 양키스타디움에서 평균자책점 6.98로 고전했다. 그러나 원정에선 평균자책점이 3.17로 준수했다. 부상 전인 2014년과 2015년 오클랜드에서 2년 동안 28승에 평균자책점 2.91을 거둔 성적을 고려하면 반등할 여지가 충분하다. 건강에 이상이 없는 것도 고려 요인이다.
여기에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는 팀에서 눈독을 들일 수 있는 의외의 에이스가 시장에 나왔다. 바로 샌프란시스코의 메디슨 범가너다. 지난 2년 동안 부상 여파로 꽤 많은 경기(2년 동안 38경기 등판)에 결장했다. 구속도 떨어졌지만 독특한 투구폼과 근성, 현역 최고의 빅게임 투수(월드시리즈 통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0.25)라는 평가는 여러 팀의 관심을 끌기 충분하다. 흥미로운 점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범가너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없다는 거다. 데릭 로드리게스, 앤드류 수아레스, 크리스 스크랜튼 등 젊은 선수들이 가능성을 보였지만 어느 누구도 '포스트 범가너'라는 평을 듣지 못했다. 범가너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미래의 에이스’가 될 수 있는 유망주를 내줘야 한다.
현역 선발 투수 중 가장 빠른 볼을 던지는 뉴욕 메츠의 '토르' 노아 신더가드도 트레이드 가능성이 있다. 사이영상 수상자 제이콥 디그롬과 잭 휠러가 급성장했지만 신더가드가 트레이드 시장에 있다는 소문은 의외다. 아직 26살에 불과하고 2021년에야 FA 자격을 취득한다.
엄청난 잠재력을 아직 꽃 피우지 못한 투수라는 평가라 자칫 트레이드했을 때 부메랑이 돼 돌아올 수 있다. 또한 포스트시즌(통산 2승1패 평균자책점 2.42)에서도 신더가드는 상대를 압도하는 투구 내용을 보였다. 그를 내줄 때 요구하는 카드는 상당할 수밖에 없다. 이제 전성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투수를 원하는 팀은 이에 상응하는 유망주를 일단 갖춰야 한다. 실현 가능성은 시간만이 말해줄 것이다.
클리블랜드의 절대적 에이스 코리 클루버도 트레이드 거론 대상자다. 올해 개인 첫 20승을 거뒀고 세 번째로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시즌을 마쳤다. 사이영상 투표에선 3위에 오른 정상급 선발 자원. 내년에 33세가 되고 2021년까지 두 번의 옵션이 남아 있다. 활약에 비해 옵션 비용(2년 총액 3550만 달러)도 높지 않다. 과거보다 구속이 떨어졌지만, 공 끝이 살아서 움직이는 까다로운 투수다. 클루버 트레이드 소문은 트레버 바우어와 마이크 클레빈저의 성장과 맞물려 있다. 또한 지난 2년 동안 보여준 포스트시즌에서의 부진도 큰 실망을 안겼다.
앞서 언급한 5명의 투수는 트레이드 가능성이 언급된 이유 중 하나가 점차 떨어지는 구위다. 좀 더 성적이 큰 폭으로 하락하기 전, 아직 상한가에 있을 때 더 좋은 유망주를 확보하자는 계산일 수 있다. 어차피 트레이드의 명확한 승자와 패자가 가려지려면 최소 5년에서 10년까지 갈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 내년 팀 성적에 태풍을 몰고 올 수 있는 이들 5명의 행보는 이미 풍부한 이야기와 예측을 자아내는데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