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K리그 시상식. 196cm 키의 브라질 선수가 K리그2(2부리그) 득점상을 수상했다. 그리고 팀을 K리그1(1부리그)로 승격시켰다. 그는 그해 22골을 터뜨렸지만 1부리그 수비수들을 상대로는 압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하지만 예상은 보기 좋게 뒤집혔다. 팬들에게 '괴물 스트라이커'로 불리는 그는 단 한 시즌 만에 1부리그를 평정했다.
말컹(경남 FC)은 3일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 힐튼 서울에서 열린 2018 K리그 시상식에서 K리그1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했다. 말컹은 K리그1의 각 팀 주장(30%) 감독(30%) 기자단(40%) 투표로 치러진 MVP 투표에서 55.04점(100점 만점 환산)을 받아 이용(32.13점·전북 현대)을 제쳤다. 앞서 득점상(26골)과 베스트11을 수상한 말컹은 3관왕에 올랐다.
말컹은 올 시즌 국내 무대에서 뛰지 못할 뻔했다. 그는 지난 시즌 직후 중국 구단으로부터 거액의 러브콜을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컹은 자신에게 기회를 준 경남에 남았다. 연봉 2억원(추정)의 5~6배가 넘는 큰돈을 포기하고 의리를 지켰다.
그는 시즌 초반부터 발끝에 불을 뿜었다. 1부리그 첫 경기였던 지난 3월 상주 상무전에서 K리그 개막전 최초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기선을 제압한 말컹은 이번 시즌 두 차례의 해트트릭을 비롯해 모두 8번의 멀티골을 뽑아냈다. 말컹은 시즌 내내 제리치(강원 FC·24골)와 치열한 득점 경쟁을 벌인 끝에 최고 골잡이에 올랐다. 경남이 1부 승격의 첫해에 2위에 오르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거머쥔 데에도 말컹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사실 말컹은 축구 입문 7년 차인 늦깎이다. 축구를 하기 전까지 체육 교사자 농구 코치인 아버지 영향으로 농구를 했다. 축구로 방향을 튼 것은 17세 때다. 아버지와 헤어진 뒤 병과 생활고에 시달리던 어머니를 돕기 위해서였다. 월급 540헤알(약 17만원)에 상파울루 지역 축구팀인 이투아누(4부리그)에 입단했다. 한 해가 다르게 가파른 성장세를 보인 말컹은 지난해 초 경남 스카우트의 눈에 띄어 해외 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말컹을 지금의 해결사로 키운 것은 현역 시절 '비운의 골잡이'로 불렸던 김종부 경남 감독이다. 가능성을 한눈에 알아본 김 감독은 일대일 지도로 말컹의 단점을 하나씩 고쳐 나갔다. 김 감독은 "말컹이 처음 입단했을 때 축구를 농구 스타일로 했다. 헤딩 점프를 덩크슛 하듯 하기에 세밀한 동작 하나하나를 고쳐 줬다"고 말했다.
말컹은 아이돌 가수 '트와이스'의 팬으로 유명하다. 경기 중 골을 넣은 뒤 트와이스 히트곡 'TT'의 안무를 이용한 세리머니를 펼치기도 했다. 그런 그가 득점상 수상 직후 깜짝 선물을 받았다. 트와이스가 응원 영상을 보내 온 것이다. 부끄러운 표정으로 팬심을 숨기지 못하던 그는 "내년에는 더 많이 '트와이스 세리머니'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감독상은 최강희 전북 감독에게 돌아갔다. 시즌 초반부터 독주를 이어 가며 일찌감치 2연패를 확정한 최 감독은 역대 최다인 K리그 우승 6회를 달성했다. 최 감독은 다음 시즌부터 중국 슈퍼리그 톈진 취안젠의 지휘봉을 잡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최 감독은 지난 2일 전북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고별전에서 선수들의 큰절과 홈 팬들의 박수를 받으며 전주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