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개막 전까지만 해도 2018~2019시즌 왕좌를 차지할 우승 후보 1순위에 꼽힌 팀은 청주 KB스타즈였다. 외국인 선수가 1팀당 2명에서 1명으로 줄어든 변화 속에서 토종 빅맨의 가치가 향상된 데다, 비시즌 미국여자프로농구(WNBA)를 경험하고 돌아온 '한국 여자 농구의 보물' 박지수(20)의 기량이 만개한 만큼 KB를 따라올 팀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6개 구단 감독 중 무려 5명이 KB를 우승 후보로 지목했을 정도로 기대치는 압도적이었다.
6년간 WKBL을 지배했던 우리은행은 박한 평가를 받았다. 홍보람(30) 이은혜(29)의 은퇴로 백업 선수층이 얇아졌고, 외국인 선수 크리스탈 토마스(29)의 기량 평가도 썩 좋지 않았다. 여기에 비시즌 임영희(38) 김정은(31) 박혜진(28) 최은실(24) 등 주축 선수 4명이 국가대표에 차출됐고, 식스맨 최규희(21)도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3X3 여자 농구 대표팀에 선정돼 자리를 비웠다. 크고 작은 부상으로 고생 중인 선수들까지 더하면 그 어느 때보다 불안한 시즌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위성우(47) 감독 스스로도 "주축 선수들이 국가대표 차출로 빠져 이번 시즌에 훈련을 잘 못 했다"며 어려운 시즌이 될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우리은행의 질주는 거침없었다. 우리은행은 현재 개막 9연승을 질주하며 단독 1위에 올라 있다. 한 번도 패하지 않고 달리는 중에도 선수들은 "우리가 우승 후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쯤 되면 KB도 약이 오를 수밖에 없다. '우승 후보'답게 KB 역시 올 시즌 승 수를 차곡차곡 쌓아 가고 있다. KB의 현재 성적은 7승2패, 이 중 2패가 우리은행에 당한 패배다. 우리은행을 제외한 모든 팀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다.
시즌 초반이라곤 하지만 지금 분위기를 유지한다면 올 시즌 WKBL의 왕좌 다툼은 우리은행과 KB의 이파전이 될 확률이 높다. 우리은행이 무패 행진을 벌이는 동안 추격자의 입장에 서게 된 KB의 입장에선 잡힐 듯 잡히지 않는 1위 우리은행의 뒤를 쫓기 위해 매 경기 승리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5일 청주체육관에서 열리는 인천 신한은행과 경기도 마찬가지다. '우리왕조 이전에 신한왕조가 있었다'고 할 정도로 WKBL 전통의 명가인 신한은행이지만, 올 시즌은 지독한 부진에서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개막 이후 9경기에서 1승8패로 최하위에 처져 있다. 신한은행의 부진에 여러 이유가 있지만 아무래도 에이스 김단비(28)를 비롯한 주축 선수들의 부상 공백이 가장 크다. 경기력도 크게 떨어져 실책이 속출하고 있고, 팀이 6연패의 늪에 빠지면서 선수들의 사기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 OK저축은행 읏샷과 경기서도 막판에 집중력을 잃으면서 63-65로 패해 승리를 놓쳤다.
이에 비해 KB는 지난 삼성생명전에서 극적인 역전승으로 연패 위기에서 벗어나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신한은행전 승리로 다시 연승 가도를 달리며 1위 우리은행을 계속 추격하는 것이 KB의 당면 과제다. 2경기 차를 유지하며 역전을 노리는 '우승 후보' KB의 시선은 오직 1위 우리은행의 등을 향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