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국가부도의 날(최국희 감독)'이 누적관객수 170만 명을 돌파하며 200만 고지를 눈 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영화의 메시지와 함께 주연배우 김헤수에 대한 호평과 관심이 여느 때 보다 높아지고 있다.
'국가부도의 날'은 국가부도까지 남은 시간 일주일,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까지 1997년 IMF 위기 속 서로 다른 선택을 했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영화 개봉 전, 시사회가 끝난 직후부터 관계자들 사이에서 '김혜수의 대표작이 바뀔 것이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던 만큼, 기분 좋게 달리고 있는 흥행 레이스는 관객들의 눈도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 즉 연령층, 직군을 막론하고 '국가부도의 날'과 김혜수가 모두에게 통했다는 것을 증명한다.
이번 영화에서 김혜수는 경제전문가 한국은행 통화정책 팀장 한시현으로 분해 국가 부도의 위기를 가장 먼저 예견하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대응책을 고민하는 것은 물론,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다.
영화 공개 후 대외적으로 가장 많은 주목도를 받은 장면은 바로 한시현의 '영어 협상 신'이다. 김혜수의 완벽한 영어 스피치와 그 이상의 감정선은 '국가부도의 날'의 클라이막스를 장식하며 대단한 장면을 완성시켰다.
하지만 현장에서 제작진이 김혜수에게 감탄했던 지점은 따로 있다. 매 순간 '역시 김혜수'라는 찬사를 자아냈지만 '99% 생얼 촬영'을 결정지은 김혜수의 대담함은 오히려 제작진이 김혜수를 설득하는 아이러니한 광경을 자아내게 만들었다는 후문이다.
관계자에 따르면 '국가부도의 날'에서 김혜수는 대부분의 장면을 노메이크업으로 임했다. 립스틱조차 바르지 않을 정도로 맨 얼굴을 원했고, 유지했다. 제작진과 분장팀에서 '그래도 여배우인데…'라며 화면에 나오는 모습을 걱정할 정도였지만 정작 김혜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관계자는 "김혜수 배우가 말하길 '지금 이 캐릭터는 화장 같은건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정신없는 상황인데, 화면 때문에 분장을 하는건 더 이상하다. 안 하는 것이 맞다'고 단언했다. 캐릭터를 제일 잘 알고, 또 그 캐릭터를 표현하는건 결국 배우다. 베테랑 배우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있겠냐만은 직접 보면서 더 많이 놀랐다"고 귀띔했다.
이어 "정상적으로(?) 메이크업을 한 장면은 사실상 회담장 한 장면 뿐이다. 그 땐 '한 나라를 대표해 참석하는 자리인데, 상대와 대표자라는 위치에 대한 예의를 차리지 않았겠냐'는 판단을 하시더라. 그래서 메이크업을 진행했다"며 "단순히 주연 배우의 말이라서가 아니라, 캐릭터를 완벽하게 분석하고 작품을 위해 선택하는 결정들에 모두가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뻔한 말이지만 왜 '김혜수, 김혜수' 하는지 알았고, 감동했다"고 덧붙였다.
김혜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밤 늦게까지 일에 매달리는 모습을 찍을 땐 전날 일부러 밤을 새우고 눈이 충혈된 상태로 촬영에 임했다. 이 역시 분장의 도움을 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할 수 있는 변화를 몸소, 모조리 끌어냈다.
김혜수는 인터뷰에서 뱅상 카셀에 대해 언급하며 "'배우는 다 똑같은 배우지'라고 말하지만 배우가 어떻게 다 똑같은 배우냐. 뱅상 카셀인데. 뱅상 카셀 역시 시나리오만 보고 이 작품을 택한 만큼 특별한 의미를 담은 한국 영화의 촬영 현장과, 그 작품에 임하는 배우들의 태도를 뱅상 카셀도 궁금해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 앞에서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떨렸고, 긴장했고, 최선의 노력을 다 했다"고 밝혔다.
이는 선배·동료·후배를 떠나 모든 배우들이, 영화인들이, 또 관객들이 '배우 김혜수'를 보며 느끼는 감정일 것이다. 30여 년이 넘는 시간동안 톱 자리를 지킨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충무로 기둥을 넘어 국가대표 배우로 꼽아도 손색없는 '영원한 넘버원' 김혜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