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7세에 2018 ISU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에 출전하게 된 차준환. 국제빙상경기연맹 제공
한국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사상 첫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만 17세 소년이 해냈다. 한국 남자 피겨스케이팅의 기대주 차준환(18·휘문고)이 6일(한국시간) 캐나다 밴쿠버 더그 미첼 선더버드 스포츠센터에서 개막하는 2018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남자 싱글 6명의 출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 선수가 ISU 그랑프리 파이널 무대에 나서는 것은 2009년 김연아(28·은퇴)에 이어 9년 만이고, 남자 싱글 선수로는 사상 최초다.
김연아라는 독보적 스타의 등장과 함께 열풍을 일으켰던 여자 피겨와 달리, 남자 피겨는 그동안 불모지에 가까웠다. 척박한 환경 속에서 여러 선수들이 꾸준히 국제 무대에 도전장을 내밀었으나 쿼드러플(4회전) 점프로 무장한 세계의 벽은 높기만 했다. '피겨 꿈나무'에서 '기대주'로 성장한 차준환의 그랑프리 파이널 진출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 이유다.
차준환은 시니어 데뷔 이후 두 번째 시즌인 올 시즌, 그랑프리 시리즈 2차 대회와 3차 대회에 출전해 연속으로 동메달을 따냈다. 한국 선수가 남녀를 통틀어 그랑프리 대회 시상대에 오른 것은 김연아가 2009년 11월 스케이트 아메리카에 출전해 금메달을 따낸 뒤 9년 만이다. 두 대회에서 동메달을 따내 각각 11점의 랭킹 포인트를 얻은 차준환은 총점 22점으로 시리즈를 마감, 상위 6명에게 주어지는 그랑프리 파이널의 티켓을 거머쥐었다.
상위 6명에게 주어지는 티켓인 만큼 경쟁자의 면면은 화려하기 그지없다. 2018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하는 상위 6명은 3차, 5차 대회 우승자인 하뉴 유즈루(24·일본·30점) 2차, 4차 대회 우승자 우노 쇼마(21·일본·30점) 1차, 6차 대회 우승자인 네이선 첸(19·미국·30점)을 비롯해 미칼 브레지나(28·체코·26점) 세르게이 보로노프(31·러시아·24점) 그리고 차준환이다. 누구나 하뉴와 우노, 첸의 우승 삼파전을 예상할 수밖에 없는 명단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인 하뉴 유즈루가 부상으로 대회에서 빠지며 우승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국제빙상경기연맹 제공 그러나 하뉴의 부상으로 키건 메싱(26·미국·20점)이 대신 출전하게 되면서 변수가 생겼다. 하뉴가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을 기권하면서 우승 경쟁은 우노와 첸의 이파전으로 압축됐고, 자연스레 남은 4명이 동메달을 둘러싸고 다투는 구도가 형성됐다. 차준환 역시 메달권을 노려봄 직하다. 차준환 역시 매니지먼트사인 브라보앤뉴를 통해 "큰 대회를 앞두고 열심히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최고의 컨디션으로 좋은 모습을 보여 드리겠다"며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시상대에 오르게 된다면 최고의 결과겠지만, 이번 대회는 성적을 떠나 만 17세 차준환의 성장에 더 큰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차준환은 평균 나이가 23.3세인 이번 그랑프리 파이널 출전자 6명 중 가장 어린 선수로,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품고 있다. 실제로 그의 성장 속도는 무시무시하다. 2016 주니어 그랑프리 시리즈에 처음 나서 두 개의 금메달과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 동메달을 따내며 한국 남자 싱글의 새 역사를 쓴 차준환은 시니어 데뷔 첫 시즌이었던 2017~2018시즌 부상으로 고전하는 와중에도 올림픽 선발전을 겸해 치러진 제72회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에서 극적인 역전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우승으로 차준환은 '꿈의 무대'인 2018 평창겨울올림픽(전체 15위)을 경험했고, 그 이후 그랑프리 2연속 동메달과 파이널 진출이라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여 주는 중이다.
꿈나무에서 기대주로 훌쩍 성장한 차준환은 7일(한국시간) 오전 쇼트프로그램 연기를 펼친 뒤 8일 오전 프리스케이팅에서 입상에 도전할 예정이다. 대회 이후에는 오는 21일부터 서울 목동에서 열리는 2018 전국 남녀 피겨스케이팅 회장배 랭킹 대회 출전을 위해 이달 중순께 입국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