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야구가 올해도 12월을 달궜다. 내야석을 가득 메운 팬들은 탄성과 폭소를 연발했다.
양준혁 야구재단이 주최하는 2018 희망더하기 자선야구대회가 9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렸다. 올해로 일곱 번째를 맞는 이 행사는 오프시즌과 비활동기간 돌입으로 커진 야구팬의 경기 관람 갈증을 해소해준다. 포지션과 규칙이 파괴되며 주는 즐거움, 리그 스타 플레이어를 한 자리에서 볼 수 있기에 항상 성황이다.
양준혁 이사장이 이끄는 '양신팀', 이종범 LG 코치가 이끄는 '종범신팀'으로 나눠 경기를 펼쳤다. 양신팀은 포수 양의지가 선발투수, 종범신팀은 외야수 조수행이 나섰다. 제 포지션에 자리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이날만 볼 수 있는 특별한 라인업이다.
타석에 들어선 투수들의 호쾌한 타격에 팬들이 열광했다. 본 경기 전 열린 투수 홈런 레이스에서 결승까지 오른 종범신팀 구승민은 2회 깔끔한 좌전 안타를 친 뒤 홈까지 밟았다. 비활동기간 동안 무리한 경기는 할 수 없었다. 3루를 돌아 홈으로 향하며 잰걸음을 했고, 우스꽝스러운 장면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익숙하지 않은 포지션에 들어간 양신팀 야수진의 중계 플레이가 늦었고 간발의 차이로 세이브가 되기도 했다.
멋진 장면도 나왔다. 주포지션이 외야수인 박건우(두산)는 강습타구를 몸을 날려 잡아낸 뒤 넘어진 자세에서 1루 송구를 해내며 타자 주자를 잡아냈다.
매년 특정 선수, 셀럽의 코스프레로 눈길을 끈 두산 투수 유희관은 이날 참가하지 않았다. 그 자리는 LG 야수 김용의가 대신했다. 할리우드 영화 수어사이드 스쿼드 속 캐릭터 할리퀸(마고 로비)의 분장을 하고 타석에 섰다. 자태만으로 웃음을 자아냈는데 볼판정을 두고 심판과 대립각을 세우며 좌중에 폭소를 안겼다.
이날 주인공은 삼성 포수 김민수였다. 일본 애니메이션 캐릭터 가오나시 복장으로 타석에 들어섰다. 가면 탓에 시야 확보가 우려될 정도였다. 실제로 스윙을 하다가 넘어지기도 했다. 두 팔을 벌리고 망토를 휘날리려 1루로 질주하는 명장면을 남기기도 했다.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5회말 마운드에도 올랐다. 분장은 여전했다. 메이저리그 정상급 마무리투수 크렉 킴브렐의 투구 자세를 흉내 냈고, 요란스러운 투구자세로 전력 투구를 하기도 했다. 심판은 한현희(넥센)의 타석에서 바깥쪽으로 크게 벗어난 공에 '스트라이크' 콜을 하며 김민수를 지원했다. 거듭 볼판정에 장난질이 이어지자 양신팀 타자로 나선 이대은(KT)은 마치 김재박 전 감독이 1982년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나온 김재박 전 감독의 '개구리 번트'를 재현하는 듯한 스윙을 하기도 했다.
클리닝 타임에 진행된 퍼팩트 히터에서는 2018시즌 신인왕 강백호가 빛났다. 티배팅으로 누상에 정해진 과녁 6개에 직격해야 점수를 올리는 경기에서 풀스윙을 해 그대로 우측 담장을 넘겨버리는 괴력을 선보였다. 6회말에는 투수로 나서 시속 147km 강속구를 뿌리기도 했다. 지난 7월에 열린 KBO리그 올스타전에 이어 두 번째로 투구를 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