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루 벤투(49)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10월 A매치 명단에 이진현(21·포항 스틸러스)의 이름을 올렸을 때, 사람들은 그의 승선을 '깜짝 발탁'이라고 평가했다. 20세 이하(U-20) 월드컵에서 맹활약하며 오스트리아 빈에 6개월간 임대돼 유럽 생활을 경험했지만 A대표팀에 부름을 받은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벤투 감독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에서 보여 준 이진현의 활약을 보고 그를 선택했고, "포항에서 그의 역할은 작게 보일 수 있지만 U-20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에서 보여 준 좋은 기술은 선발하기에 충분한 이유가 된다"며 기대를 걸었다. 비록 처음 합류한 10월 A매치 두 경기에선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했으나, 11월 호주 원정 2연전에 다시 포함돼 무사히 데뷔전을 치렀다. 물론 두 경기 모두 후반 교체 투입된 탓에 눈도장을 찍었다고 표현하기엔 부족함이 있다. 그러나 벤투 감독은 이진현에 대한 관찰을 멈추지 않았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을 앞두고 마지막으로 국내파 선수들을 점검하는 소집 훈련에 다시 그를 불러들여 경쟁의 기회를 줬다.
소중한 기회를 얻었지만, 이진현이 경쟁에서 살아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아시안컵 최종명단 발표를 앞둔 벤투호의 최대 격전지 중 하나가 바로 2선이기 때문이다. 부동의 '에이스' 손흥민(26·토트넘)을 필두로 이재성(26·홀슈타인 킬)과 이청용(30·보훔) 황희찬(22·함부르크) 등 유럽파는 물론이고 문선민(26·인천 유나이티드) 한승규(22·울산 현대) 나상호(22·광주 FC) 등 국내파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최종명단 발탁이 유력한 손흥민 등 유럽파 몇몇을 채우고 남는 자리가 국내파 경쟁 생존자의 몫이 될 확률이 높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쟁률은 한없이 치솟는다. 소집 훈련이 한창인 18일, 울산종합운동장에서 만난 이진현은 "(2선 경쟁이 치열한 것을) 다들 잘 알고 있다"며 "훈련장에서 선의의 경쟁을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다. 다들 각자의 장점이 있고 서로 경쟁하며 발전할 수 있다"고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173cm에 65kg의 왜소한 체구가 경쟁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이진현은 "작은 만큼 민첩함을 이용하려고 한다. 벤투 감독님은 피지컬보다 패스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살아남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라고 의욕을 보였다.
'선의의 경쟁'이라는 이진현의 표현처럼, 이번 울산 소집 훈련은 참가한 선수들 모두에게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벤투 감독은 부임한 뒤 어린 선수들을 끊임없이 불러들여 계속 관찰해 왔다. 1차 목표인 아시안컵은 물론,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이어질 축구대표팀의 주춧돌이 될 만한 선수를 찾기 위한 노력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어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벤투 감독의 방식이 '선의의 경쟁'을 통한 발전을 이끌어 내는 셈이다.
이진현에겐 중앙과 측면 등 2선 전 지역은 물론이고 풀백까지 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진현은 "나는 여러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왼발을 사용한다. 감독님이 추구하는 축구에 적합하다고 본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물론 결정은 벤투 감독의 몫이다. 이진현은 "최종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에 기대를 걸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훈련장에서 감독님께 좋은 모습을 보이는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담담하게 '벤투의 선택'을 기다린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