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이 다르다. 일단 일품 산해진미를 쫙 깔아놨다. 뭘 골라먹고 어떻게 먹을지는 이제 관객의 선택이다. 초대장을 던진 왕은, 할 수 있는 최선의 준비,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영화 '마약왕(우민호 감독)'이 19일 드디어 베일을 벗는다. 같은 날 개봉하는 경쟁작 '스윙키즈(강형철 감독)'가 변칙개봉의 일환인 사전 유료 시사회를 활짝 열며 10만 관객들과 미리 호흡하는 것을 보면서도 '마약왕'은 오히려 꽁꽁 감추는 '신비주의 작전'을 고수했다. 또 다른 의미로 영화에 대한 자신감이 넘친다는 뜻이다.
'마약왕'은 마약도 수출하면 애국이 되던 1970 년대, 근본없는 밀수꾼이 전설의 마약왕이 된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마약이라는 낯선면서도 무거운 소재에 대한 호기심,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신뢰가 '마약왕'에 대한 예비관객들의 관심을 끌어 올리고 있다. '마약왕'이 자랑하는 첫 번째 자신감은 역시 배우들이다.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 송강호가 타이틀롤이자 1970년대 아시아를 제패한 전설의 마약왕 이두삼을 연기, 존재감을 압도한다. 매 작품, 매 캐릭터 '역시 송강호'라는 찬사를 불러 일으켰지만 '마약왕'은 거기에 덧대 파격 변신과 도전까지 감행했다. 톱 자리에서도 여전히 노력하고 발전하려는 송강호를 애정하지 않을 수 없다. 송강호가 표현한 '시대가 낳은 괴물'을 감상하는 것 만으로도 후회없는 작품이다.
송강호와 함께 충무로를 대표하는 배우들도 총출동, '마약왕'의 퍼즐을 완성했다 이두삼을 집요하게 쫓는 열혈 검사 김인구(조정석), 마약왕의 잠재력을 알아본 로비스트 김정아(배두나), 마약왕의 일에 동참한 순진한 사촌동생 이두환(김대명), 남편의 행보를 예민하게 지켜보는 조강지처 성숙경(김소진), 마약왕의 밀수 동업자 최진필(이희준), 수출 활로를 열어준 조직 성강파 보스 조성강(조우진) 등 다양한 캐릭터들의 향연이 스크린을 가득 채운다.
이와 함께 '마약왕'은 찬란했던 암흑기라 평가받는 1970년대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내부자들'로 자신만의 연출력을 입증한 우민호 감독은 '마약왕'을 통해 '내부자들'과는 또 다른 방식으로 시대를 녹여냈다. '마약왕'은 1970년대 '잘 살아보세'라는 미명 하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실제 마약유통사건들을 모티브로 재창조한 작품이다. 우민호 감독은 한 남자의 일대기를 통해 마약청정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실제로 마약유통사건들이 일어나게 된 배경과 1970년대의 사회상을 담아냄으로써 자신만의 통찰력을 가감없이 발휘했다. '내부자들', '택시운전사' 제작진의 합류도 큰 힘이다. 시대를 대표하는 문화로 음악 역시 빠질 수 없다. 배우들의 열연이 관객들을 눈호강 시킨다면, 대중가요와 팝, 클래식은 귀호강을 시킬 전망. 종합선물세트라는 말은 그냥 쓰는 것이 아니다.
영화 서두에 흘러나오는 노래 'SKY HIGH'는 물론, 김정미 '바람', 정훈희 '안개' 등 70년대의 한국 대중가요 역시 적재적소에 배치해 리얼리티를 살렸다. 또 극 중 음악에 심취해 있는 인물 이두삼의 인생 굴곡에 따라 클래식과 팝 음악 역시 다양하게 변주되며 플레이리스트 대미를 장식한다. 무엇보다 영화의 절정에 등장하는 슈베르트 '마왕'(SCHUBERT: ERLKONIG. D. 328)은 영화의 클라이막스를 완벽하게 완성시키며 압도적 분위기를 선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