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KBO 리그는 콘텐트 생산자와 공급자 사이에 다리를 놓는 '중개인'에게 너무 많은 중계권 소득을 떼어 주는 구조였다. 프로야구가 800만 관중 시대를 맞이하고 리그의 인기와 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음에도 특정 대행사가 지상파·케이블, IPTV, 뉴미디어 판매 대행권을 모두 손에 쥔 채 협상을 쥐락펴락하는 상황이 이어졌다.
2019년은 독점 대행사 체제에서 이뤄진 플랫폼별 중계권 계약이 첫 번째로 종료되는 시점이다. 올해 말 뉴미디어 중계권 계약이 진행되는 데 이어 2019년 말 지상파·케이블 중계권 계약, 2020년 말 IPTV 중계권 계약이 차례로 끝난다.
일단 올해 뉴미디어 중계권은 기존 다년 계약과 달리 1년 계약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2020년 KBO닷컴 출범 계획과 추후 중계권 판매 조합에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고려해서다. 바로 새로운 중계권 사업자 선정 방식이다.
당초 정운찬 KBO 총재는 중계권과 관련해 참여 업체 자격 제한을 따로 두지 않는 '투명하고 공정한 공개 입찰'을 약속했다. 수익 활성화를 통해 프로야구 산업화로 한발 더 나아가겠다는 의지였다. 실제로 무제한 공개 입찰 방식은 KBO에 유리하다. 이미 프로야구는 한국 최고 인기 스포츠로 자리를 잡았고, 중계권 사업은 '황금 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고 있다. 입찰 업체가 많으면 당연히 금액도 올라가게 마련이다. KBO에 돌아가는 수익이 많아질수록 각 구단으로 분배되는 이익도 늘어난다.
무엇보다 모바일 권리를 포함한 뉴미디어 시장은 갈수록 폭발적으로 성장해 시대의 흐름을 장악하고 있다. 2017년 기준 뉴미디어 중계권 수익은 약 180억원으로 추산됐고, 2019년 수익은 24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기존 수익에 더해 새로운 수익 모델 창출까지 얼마든지 가능한 사업이다. 논리만으로는 무리가 없는 결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불거진 것이 문제다. 지상파 케이블 방송 3개 사가 '담합'의 여지가 있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하려 했고, 각 구단 단장들이 모인 KBOP 이사회에서도 '입찰 평가 시 업체의 KBO 리그 기여도에 따라 가산점 부여' '입찰 선정사는 2020년 KBO닷컴을 통한 통합 중계권 입찰 진행 시 가산점 부여' 같은 애매모호한 조항에 합의했다. 사실상 방송 3개 사 컨소시엄을 염두에 둔 조건이나 다름없다. "(가장 파이가 큰) 모바일 권리는 구단이 직접 계약하고, 나머지 뉴미디어와 관련해서는 공개 입찰을 하면 좋겠다"는 각 구단 실무자들의 결의를 뒤집는 내용이기도 하다.
이로 각 구단 사장단이 이사간담회를 따로 열고 다시 실무자들의 손을 들어 주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A구단 사장은 "업체 선정 과정의 공정성과 리그 발전을 위한 수익성 제고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뉴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가장 이상적이고 공정한 방법을 신중하게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고 했다. B구단 사장 역시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이 분야 전문가가 모여 다시 논의해야 하는 문제"라며 "현재 선수단 운영에 전문화된 단장들이 많지만, 중계권은 비즈니스 영역이다. 각 구단 전문가들이 모여서 결론을 내리는 게 낫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시장 질서를 무너뜨리지 않는 '공정한 경쟁' 그리고 KBO와 각 구단이 함께 웃을 수 있는 '최적의 판매 정책'이다. 각 구단 대표자들이 다시 논의하게 되는 뉴미디어 중계권 사업 관련 결정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