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 시장이 얼어 붙었다. FA를 선언한 선수 15명 가운데 4명만 계약을 완료했고, 남은 11명은 소문 조차도 잠잠하다.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이 다시 얼어붙었다. 선수 대부분이 해를 넘겨 계약해야 할 위기다.
올해 FA를 선언한 선수 15명 가운데 지난 19일까지 계약을 마친 선수는 단 네 명. 그 가운데 셋은 나란히 올해 FA 시장에서 1~3순위로 꼽힌 대어급들이다. 팀을 옮긴 사례는 단 한 명뿐이다.
현역 최고의 포수 양의지는 역대 FA 총액 2위자 포수 최고액인 4년 125억원에 사인하고, 두산에서 NC로 옮겼다. 시장 분위기와 무관하게 최고의 계약을 이끌어 냈다. 또 내야수 최정은 6년 106억원, 포수 이재원은 4년 69억원을 각각 받기로 하고 원소속 구단 SK에 남았다.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공을 인정받았다. 이들 외에 계약서에 사인한 선수는 3년 20억원에 올해 1호 계약 소식을 알린 NC 베테랑 내야수 모창민뿐이다.
다른 선수들은 그야말로 '침묵' 중이다. 이미 시즌 종료 직전에 구단들이 FA 총액 상한제 도입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FA 시장 개장 전부터 심상찮은 냉기가 감지됐다. 일찌감치 외부 FA 영입을 포기하고 내부 육성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하는 구단도 속출했다.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됐던 '최대어' 양의지 영입전에도 원소속 구단 두산 외에 NC만 참전했을 정도다.
이맘때쯤이면 야구계에 무성하기 마련인 FA 계약 관련 소문도 올해는 유독 잠잠하다. 내야수 FA 한 명과 수도권 구단 간의 이적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얘기가 간간이 들려오는 정도다. 협상을 여러 차례 진행한 선수도 있지만 구단과 이견 차를 좁히지 못해 번번이 결렬됐고, 그 외의 선수들은 '을'의 입장에서 기약 없는 부름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계약 기간 2년에 합의해 놓고 세부 조건만 조율하고 있는 LG 베테랑 프랜차이즈 스타 박용택은 오히려 행복한 경우다.
여러 요인이 있다. 기업 경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돼 큰돈을 쓸 수 있는 구단이 많지 않다. 야구계 내부에서 "모기업 사정이 어려운데 FA 선수에게 너무 많은 돈을 쏟아붓으면 사원들에게 좋은 소리를 듣지 못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종종 흘러나왔다. 각 구단이 가장 관심을 보이기 마련인 선발투수 자원도 올해는 많지 않다. 베테랑 윤성환은 기량이 검증된 선발감이지만, 보상금 외에 유망주 한 명을 보내야 하는 FA 보상선수 제도가 이적의 걸림돌이다. 노경은과 금민철 역시 이와 다르지 않다. 출혈을 감수하기에는 감당해야 하는 모험이 크다.
이런 상황에서 협상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원소속 구단들은 상대적으로 느긋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종무식을 했거나, 차례로 종무를 앞두고 있는 시점이어서 더 그렇다. 어렵게 FA 자격을 얻은 선수들은 불안한 미래에 속이 타들어 가지만, 올겨울 FA 시장에 불어닥친 바람은 차갑기만 하다. 프로 세계의 냉정함을 다시 한 번 실감케 하는 계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