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지는사람]이춘란 VIP 부동산 자산 관리 전문가 "부동산 침체기? 강남 VIP들 벌써 돈 벌 준비 끝"
등록2018.12.21 07:00
2018년 대한민국 부동산은 한바탕 롤러코스터를 탔다. 하룻밤만 자고 일어나면 서울 수도권 일대의 아파트 가격이 수천만원씩 폭등하는 이상 현상이 연초부터 이어졌다. 서울시의 '용산 개발' 구상이 세상에 나온 뒤에는 수천만원이 1억원대로 오르기 시작했고, 집주인들은 매물을 거둬들였다.
부동산 광풍이 잠잠해지기 시작한 것은 정부가 9·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1가구 1주택자도 대출과 청약의 전반적 규제 수준을 강화하면서부터다. 끝없이 오르던 아파트 가격은 그 이후 호가가 뚝뚝 떨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과거에 부동산으로 많은 돈을 벌어들인 이른바 '강남 VIP'들은 부동산 침체기인 지금을 또 다른 모멘텀으로 보고 땅으로 돈을 벌 준비를 하고 있다. 일간스포츠가 VIP의 부동산 종합 자산 관리를 맡고 있는 이춘란 오비스트 본부장을 만나 강남 땅부자들이 부동산 침체기에 어떤 투자를 하고 무엇을 공부하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들어 봤다.
- 부동산 거래 침체기다. 부동산으로 많은 부를 쌓은 이른바 '강남 VIP'들은 이 시기에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정부의 규제와 불경기 등으로 서울 강남과 강북을 가리지 않고 부동산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VIP들은 부동산 거래가 뜸할수록 큰 틀에서 흐름을 보며 향후 상황에 대비한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 인상,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시그널을 살핀다."
- 강남 아파트의 호가가 떨어지는 추세다. 가장 불안해할 계층 같은데. "그렇지 않다. 최근 '은마아파트의 가격이 2억원가량 떨어졌다, 어디는 3억원이 떨어졌다' 등의 기사가 쏟아지고 있는데 정작 VIP들은 이런 기사에 굉장히 무심하다. 자신들이 갖고 있는 아파트가 수억원 떨어지는 데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수십 년 전부터 부동산을 생활의 일부로 여기고 살아온 이들이기 때문에 부동산도 사이클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어서다."
- 지금 부동산 투자에 관심이 없다는 뜻인가. "작은 기사들에 무심하다고 부동산에 관심을 끊은 것은 아니다. 이들에게 부동산은 '투자'가 아닌 생활이어서 '끊는다'는 것이 없다. 지금은 잔잔한 강에 낚싯대를 드리우고 관망하는 시기다. 그러다 입질이 왔다 싶으면 바로 낚아챌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이다. 가령 '강남 로또'로 불렸던 래미안리더스원이 1차 미분양이 돼 잔여분 26가구를 모집하자 2만3000명이 몰렸다. 최근 은행권이 주거용 아파트 매매를 위한 대출을 대폭 막았다. 래미안리더스원 잔여분을 받기 위해 몰려든 대부분이 13억원에 달하는 돈을 바로 조달할 수 있는 현금 부자고, 부동산 VIP다."
- 시세 차익이나 지가 상승을 고려해 사는 것인가. "증여세를 내고 19세 이상의 자녀에게 주는 추세다. 래미원리더스원 소형 평수를 12억8000만원에 증여하면 나중에 자녀가 성장해 입주할 시기에는 20억원 가까이 지대 상승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이렇게 액수가 커지면 더 이상 이들에게 증여세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 오래 기다려야 할 것 같다. "한 예로 10대 시절에 명동에 건물을 상속받은 고객이 있다. 오래된 일본식 건물이고 월세 수익률도 생각보다 낮다. 그런데 팔지 않고 그냥 둔다. 이유는 그 건물에서 월세를 받지 않아도 이미 먹고살 만한 액수의 돈을 갖고 있어서다. 10년, 20년이 지나면 지대가 올라가기 때문에 그냥 두는 것이다. "
- 최근 정부 규제가 강화됐다. 세금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요즘 VIP들은 세금 계산을 정확하게 하고 낼 건 다 내는 분위기다.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다가 덜미가 잡히면 특수관계에 있는 일가들의 개인 영업까지 사정 기관의 단속을 받을 수 있다는 걸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이다. 주변에 세무전문가, 자산관리전문가를 두고 크로스체크를 한다. 특히 교육계나 정계 쪽에 몸담고 있는 경우에는 각종 세무 법률 쪽에 더 신경 쓴다."
- 래미안리더스원 외에 아파트 쪽 투자는 어디에 하나. "올해 개포동 일대가 '새로운 부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급등했다. 미니 신도시라고 불러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1만5000세대에 달하는 새 아파트가 대거 올라간 결과다. 이미 개포동에 아파트를 챙긴 VIP들은 그걸 팔고 압구정을 본다. 지금은 압구정이 오래된 아파트라 개포동 신축 단지보다 7000만~9000만원 정도 가격을 못 받을 수 있지만 10년, 20년 뒤 이 지역이 재건축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VIP들은 가격의 꼭짓점(가장 높은 시기)에서 사지 않는다. 낮을 때 사고 꼭짓점에 판다."
- 개포동 신축 아파트의 평단가가 6000만원 이상 아닌가. 사고팔기 쉽지 않을 것 같은데. "VIP들에겐 이것이 삶이다. 고객 중 과거에 타워팰리스가 미분양이 됐을 때 사지 않아 후회하다가 이후 미분양이 난 아크로리버타워를 분양받은 분이 있다. 당시 계약금 1억원만 넣고 전세로 전환해 구매했는데, 이후 엄청나게 올랐다. 이후 이 VIP는 서울의 '랜드마크' 아파트만 사 모은다. 항상 통장에 현찰을 갖고 있어 언제든 임차인이 나간다고 하면 돈을 빼 줄 수 있다. 당연히 사고 싶은 물건이 나오면 바로 들어간다."
- 아파트 재건축 규제가 강화됐다. VIP들의 운신의 폭이 좁아지진 않았나. "이들은 아직 재건축 조합이 설립되지도 않은 은마아파트를 꼭짓점에 사지 않고 길게 볼 때 이득인 랜드마크를 산다. VIP들은 이미 주거용 아파트로 큰 수익을 냈기 때문에 다건물에도 관심을 보인다. 최근 정부가 도심 내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상업 지역과 준주거 지역의 용적률을 상향한다고 발표했다. 그 직후에 역세권의 신축 건물과 부지 가격이 급격히 올랐다. 가족 간 법인을 만들어 이 같은 지역에 신축 건물을 세우는 경우도 있다."
- 가족 간 법인이라면. "가족 구성원들이 출자금을 내고 가족 법인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으로 건물 또는 땅을 산 뒤, 신축을 올린다. 증여세를 내고 가족 구성원은 물론이고 어린 자녀에게도 지분을 준다. 법인이 소득을 올리면 온 가족이 배당받는 식이다. 마치 세포가 분열하듯 자산이 계속 증식한다. 지금 뉴스의 포커스가 주거용 부동산에 꽂혀 있는데 VIP들은 다른 곳을 본다."
- 용적률 상향에 따라 VIP들이 몰리는 지역이 있나. "상가의 경우 대출이 최근까지 잘 나왔다. 70억원짜리 매물을 40억원의 대출을 받아 매입한 뒤 새로 건물을 짓는다. 그걸 130억원에 되파는 식이다. 이런식으로 강남에서만 계속 움직인다. 이외에 서울에 있는 준공업 지역인 영등포나 성수동은 용적률 면에서 메리트가 있어 매수 문의가 꾸준히 온다."
- 부동산 하락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나. "대한민국은 주거용 부동산 가격이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며 우상향했다. 서울 지역은 부동산 안전자산이고, 누구나 오고 싶어 한다. 북한과 경제적 통일이 된다 해도 모든 것이 갖춰진 '메가시티'를 원하는 수요는 더 늘어날 것이다. 현재 재건축 아파트는 초과이익환수제나 정부의 여러 규제에 발이 묶여 있는 것이 맞다. 서울 지역의 공시지가 6억원 이하 신축 아파트나 재개발 물건에 대한 문의가 많은 이유다."
- 중산층 부동산 투자자들이 눈여겨볼 곳은. "이미 많이 언급된 GTX, 경전철 등 철도 확장이 되는 지역이다. 단순한 '계획'이 아닌 착공에 들어간 곳을 봐야 안전하다. GTX라면 A라인일 것이다. 신림동 경전철, 강북과 왕십리를 잇는 동북선, 김포 도시철도 역시 삽을 들었기 때문에 이야기가 달라지는 곳이라고 본다. 이런 선을 쭉 보면 투자해야 하는 존이 나오는데, 역세권의 공시지가 6억원 미만의 새 아파트와 재개발 지역을 봐야 한다. 중산층에 부동산은 환금성이 특히 중요한데 너무 먼 계획이나 아직 삽도 뜨지 않은 곳들은 주의해야 한다."
- 부동산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에게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꾸준히 공부해야 한다. 시중에 왜곡된 정보도 많고 '믿고 따라오라'는 전문가도 많은 세상이다. 균형을 갖고 내가 갖고 있는 액수에 맞게 투자하되 양질의 정보를 잘 골라내는 것이 필요하다."
서지영 기자 seo.jiyeong@jtbc.co.kr
※ 이춘란은?
VIP 부동산 종합 자산 관리전문가인 이춘란 본부장은 2004년 부동산경매로 업계에 발을 들였다. 현재 서울경제tv 자문위원·아시아경제tv 자문위원·매일경제tv 자문위원·부동산 종합 자산 관리 업체 오비스트 총괄본부장을 맡고 있다. 2008년 도시정비법령대비표를 공동으로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