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트러짐 없는 모습과 잘생긴 얼굴의 대명사로 불리던 송승헌이 몇 년 전부터 '내려놓음'을 시작했다.
장르극으로 눈을 돌렸고 그 안에서도 '바바리맨'이 되더니 '사기꾼'까지 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대중은 그의 변한 모습에 크게 환호했다. "장르극이 이렇게 매력적인지 이제 알았어요. 멜로가 없어도 어색하지 않고 장르극 안에서 다양한 걸 보여줄 수 있다는게 상당히 좋았고요."
어느덧 데뷔 23년차다. 1995년 청바지 모델 선발대회 출신으로 우연한 기회에 MBC '남자셋 여자셋'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연기에 큰 뜻이 없는 진로 고민에 빠져 있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청바지 모델 발탁의 시작이 지금까지 오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누군가는 복에 겨운 소리라고 하겠지만 연기 자체에 흥미를 느낀 건 얼마 안 됐어요. 그 전에는 누가 시키는대로, 누가 알려준대로 움직였어요. 팬으로부터 받은 한 통의 편지로 인해 새롭게 마음을 고쳐 먹었어요."
며칠만 지나면 40대 중반. 물론 누가 그 나이로 보겠냐만 결혼 적령기를 훌쩍 지났다. "결혼을 하고는 싶은데 아직 자신이 없어요. 사실 외로움도 잘 못 느끼고요. 철없이 들릴 수 있겠지만 이 세상 어딘가에 제 짝이 있고 언젠간 만날거란 생각도 하고요."
만취 주량에 조금 못 미친 맥주 두 잔을 훌쩍 비운 송승헌과 데뷔부터 지금까지 얘기를 허심탄회하게 나눴다.
-취중토크 공식질문이에요. 주량이 어떻게 되나요. "맥주 서너잔 정도 마시면 만취 상태에요. 술 자리를 좋아하고 술을 권하면 빼진 않는데 술 자체는 엄청 약해요. 소주는 아예 못 마셔요. 무슨 맛인지도 아직 모르겠어서 입에도 안 대는데 와인이나 위스키는 입에는 대지만 소량만 마시죠. "
-특별한 주사가 있나요. "예전에는 안 그랬던 거 같은데 요즘엔 술 마시면 너무 졸리더라고요. 그럼 그만 마셔야하는 신호인거죠."
-자주하는 술친구도 있겠어요. "어릴 때 친구들이랑 자주 마시고요. 술 좋아하는 동료들도 만나죠. (소)지섭이랑 (이)병헌이형이요. 지섭이는 저와 다르게 정말 잘 마셔요."
-드라마 '플레이어' 종영 후 어떻게 지내나요. "배우는 작품이 끝나면 백수에요. 인터뷰나 화보, 밀린 광고 촬영 등을 마쳤으니 당분간은 쉬어야죠. 이번 겨울에는 배워보고 싶은 것도 있어요."
-어떤 걸 배우고 싶나요. "악기나 언어를 배우고 싶어요. 어릴 적 잠깐이나만 피아노에 손을 댔고 예전부터 피아노나 기타를 배우고 싶었어요. 생각만 해도 실천으로 못 옮기고 실패한게 많아 이번엔 꼭 하고 싶어요. 마음을 단단히 먹어 선생님도 구하고 있고요. 나이가 드니깐 뭘 배우고 싶다는 꿈이 크더라고요. 끈기가 있는 성격이 아니라 얼마나 갈 진 모르겠지만요."
-갑자기 피아노라니 신기해요.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더 배워야겠다는 의지가 강해졌어요.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생각해봤고 몇몇 장면 속 피아노를 연주하는게 멋있어서요."
-'플레이어'에서는 선배라 책임감이 컸을텐데. "스스로도 외향적인 성격이 아니라 중심을 잡고 어느 때보다 적극적으로 나서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이)시언·(정)수정·(태)원석이 모두 잘 따라줬고요."
-이시언 씨가 처음엔 엄청 어려워했다던데. "그 친구도 은근히 소심하고 낯을 많이 가리더라고요. 그래서 처음엔 어색했는데 끝날 때는 어려운 걸 넘어서 편하다 못해….(웃음)"
-세대차이가 나진 않던가요. "옛날엔 현장에 가면 스태프들이 다 저보다 나이가 많았어요. 언젠가는 또래가 많았다가 이젠 스태프들도 저보다 어린 친구들이 훨씬 많아요. '남자 셋 여자 셋'을 모르는 (정)수정이를 보고 놀랐는데 생각해보니 1994년생이 1996년 작품을 모르는게 당연한 거 같아요."
-연달아 OCN 작품을 선택했어요. "'블랙'을 하며 장르물에 재미를 느꼈어요. 처음인데 재미있었어요."
-어떤 점이 마음에 들었나요. "멜로가 있지 않아도 사건 전개 위주로 인물들의 갈등을 보여주는게 좋았어요. 그 전엔 서사가 강하고 멜로 위주로 작품을 골랐고 눈에 들어왔거든요. 이번에 알던 스태프들과 작업한 것도 좋았고요."
-인연을 중시하나요. "편한 사람과 한다고 꼭 좋은 건 아닌데 저에게는 매력적인 장점이에요. 이번에도 '블랙' 스태프가 절반 이상 합류해 편하고 좋았어요."
-인연이 독이 될 수도 있는데. "정에 끌려 하기 싫은 것도 억지로 하는 건 아니에요. 싫으면 싫다고 얘기하는 편이에요. 그런 건 또 흐지부지하게 말하진 않아요."
-쉼 없이 꾸준히 작품을 하고 있어요. "어떤 선배가 그런 말을 했어요. '결국 남는 건 작품'이라고요. 흥행도 중요하고 연기도 중요하지만 젊었을 때 여럿 작품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너무 긴 시간 고민하지 않으려 하고요."
-체력적으로 힘들진 않나요. "크게 힘들다는 생각을 못 해왔는데 '플레이어'때는 날씨도 덥고 뛰는 장면도 많아 유독 땀을 많이 흘렸어요."
-대역을 쓴 장면도 있나요. "뛰고 구르는 장면은 직접 하려고 해요. 대역을 쓰면 티가 나더라고요. 영화를 보는데 톰크루즈는 죽어라 뛰는 장면도 멋지더라고요. 그걸 보고 열심히 뛰자 마음 먹었죠. 평소 연기도 연기지만 뛸 때 정말 열심히 하려고 해요. 정말 거친 액션 정도는 도움을 받고요." >>[취중토크 ②] 에서 계속 김진석 기자 superjs@joongang.co.kr 사진=박세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