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스토브리그 최대 관심사는 FA(프리에이전트) 대어들의 행보다. 이번 겨울도 예외는 아니다. 아직 영입설만 무성한 정상급 외야수 브라이스 하퍼(전 워싱턴) 내야수 매니 마차도(전 LA 다저스)가 대표적이다.
메이저리그를 흔든 빅뉴스가 한 가지 더 있다. 뉴욕 메츠가 단행한 인사다. 암 투병으로 정상적 업무를 책임지기 어려웠던 샌디 알더슨의 후임으로 브로디 반 와그넨을 신임 단장으로 선임했다. 반 와그넨(44)은 거물급 에이전트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명문 스탠퍼드대학에 장학생으로 입학한 그는 대학 야구팀에서 선수로 뛴 경험이 있다. 야구 경영에 직접 참여한 이력도 있다. 여기까지는 평범하다. 흥미로운 점은 전직이다. 크리에이티브 아티스트 에인전시(CAA)의 야구팀 수장이었다. 2012년 경제 전문지 포브스가 선정한 '40세 이하의 가장 재능 있는 스포츠 비즈니스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클라이언트인 쿠바 출신 외야수 요에니스 세스페데스에게 뉴욕 메츠와 대형 계약을 안긴 이력이 있다. 로빈슨 카노의 계약을 실질적으로 지휘하며 시애틀과 장기 계약(10년)도 성사시켰다. 메츠의 에이스자 2018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인 제이콥 디그롬을 맡았다. 쉽게 말해 거물급 에이전트였다.
구단과 에이전트는 오월동주(吳越同舟)격이다. 에이전트는 선수에게 조금이라도 더 많은 돈과 혜택을 안겨 주려 한다. 구단은 최대한 투자 대비 높은 효과를 원한다. 동반자면서도 상반된 입장을 견지할 수밖에 없다.
반 와그넨의 단장 부임이 주목되는 이유다. 특정 구단과 잦은 거래로 신뢰를 쌓았다 해도, 하루아침에 내부자가 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아직 그는 역량을 판단받기엔 이른 시점이다. 그러나 같은 에이전트계 라이벌이자 거물인 스캇 보라스와 토니 클락 선수노조위원장은 메츠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반 와그넨 단장이 시장에 보여 줘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당장 에이스 디그롬 문제부터 걸린다. 단장으로 선임되면서 CAA에서 물러났지만 불과 두 달 전까지 디그롬을 대표해 메츠와 장기 계약을 두고 협상하던 인물이다. 단장으로 부임했으니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메츠 소속 투수 노아 신더가드와 세스페데스도 과거에 반 와그넨이 에이전트를 하던 선수였다. 이들을 어떻게 다룰지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가 될 것이다.
불안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FA 시장에서 보수적 움직임을 보였던 메츠의 행보에 팬들은 실망을 거듭했다. 이런 추세 속에서 빅딜 성사에 능력을 발휘한 반 와그넨 단장이 에이전트 시절의 경험을 발휘한다면 '거물급 선수를 적정한 가격에 끌고 올 수 있다'는 기대감 역시 감추지 않고 있다.
최근 메이저리그는 단장이 추구하는 야구 스타일이 그대로 그라운드에 펼쳐지는 것이 트렌드다. 반 와그넨 신임 단장의 색깔에 따라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 전임 알더슨 단장은 과거 오클랜드 시절 빌리 빈 단장을 기용하며 '머니볼 야구'의 기틀을 만들어 준 인물이다. 그런 배경은 메츠 시절에도 이어졌다. 수치를 중시하고 수비보다 공격 그리고 기동력보다 장타력을 우선시했다. 흥미롭게도 그가 떠난 뒤 메츠의 경기 운영 스타일은 극적 변화가 있기도 했다. 반 와그넨은 선수의 수치(기록)와 잠재력 그리고 가능성을 팔았던 전력만 있다. 팀의 색깔을 어떻게 정할지는 미지수다.
에이전트 출신 단장은 드물다. 가장 최근 사례는 애리조나 단장을 맡았던 데이브 스튜어트 단장이다. 처절한 실패를 경험하며 2년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다. 보라스에 최대 라이벌로 불렸던 제프 무라드는 에이전트를 포기하고 애리조나와 샌디에이고의 구단주 그룹에 들어가기도 했다.
프레드 윌폰 메츠 구단주는 반 와그넨이 뛰어난 야구 지식과 앞서가는 생각을 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이것이 선임 이유다. 이제 공은 반 와그넨 단장에게 던져졌다. 그를 둘러싼 의문의 강은 깊다. 에이전트 출신 선배 단장 중 성공한 사례를 찾기 어렵다. 이제 스스로 야구 철학과 공정함을 시험할 것이다. 그의 실패는 에이전트 출신 단장의 끝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의미로도 2019년 메츠의 움직임은 가장 큰 볼거리 가운데 하나로 여겨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