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세기 넘게 정상에 서지 못한 '아시아의 맹주' 한국이 2019년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다시 한 번 우승 도전에 나선다.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이 바로 그 무대다. 한국은 초대 대회였던 1956년, 그리고 2회 대회였던 1960년 이후 58년 동안 우승컵을 들어올리지 못했다. 상금 하나 없었던 대회이긴 해도 아시아 대륙선수권에서 우승한지 어느덧 반세기가 넘었다는 건, 자타공인 '아시아의 맹주'라는 이름으로 불려온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다. 23일 먼저 UAE로 출발한 17명의 한국 축구대표팀이 '이번에야말로 우승'을 다짐한 이유다.
파울루 벤투(49)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3일 새벽 인천공항을 통해 결전지인 UAE로 출국했다. 정승현(가시마 앤틀러스) 구자철, 지동원(이상 아우크스부르크) 손흥민(토트넘) 이청용(보훔), 이재성(홀슈타인 킬) 황희찬(함부르크) 기성용(뉴캐슬 유나이티드) 등 8명은 26일까지 현지에서 합류해 아시안컵을 준비할 예정이다. 늦은 시간에도 공항을 찾아온 소녀 팬들의 응원과 환호 속에 출국장을 나선 선수들은 결연한 표정으로 입을 모아 "첫 경기부터 잘 풀어나가면 우승할 수 있다"고 출사표를 전했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준비하겠다"는 소감과 함께 비행기에 오른 벤투 감독도 마찬가지다. 그에게 이번 아시안컵은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대회다. 벤투 감독이 한국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치르는 첫 메이저급 대회이자,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이어질 장도의 첫 걸음이라 의미가 각별하기 때문이다.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이어질 밑그림을 완성하려면 아시안컵에서 '벤투 스타일'로 성과를 낼 필요가 있다. 4년 동안 팀을 유기적인 조직으로 구성하고, 선수 변화에 관계 없이 색깔을 유지해 월드컵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다. 선수들이 벤투 감독의 스타일을 이해하고 녹아들어 경기장에서 결과를 내는 것, 이 과정을 보여줄 수 있는 첫 번째 시험대가 바로 아시안컵이다.
그래서 벤투 감독은 UAE로 떠나기 전, "첫 번째로 우리 스타일을 유지해야 한다. 우리 스타일을 유지한 채 상대에 맞춰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 스타일, 즉 벤투 감독이 원하는 축구는 분명하다. 부임 후부터 강조해 온 빌드업과 점유율이 '벤투 스타일'의 키워드다. 대표팀에 승선한 김진수(전북 현대)는 "일주일 동안 경험한 벤투 감독님의 축구는 경기를 지배하고 공을 소유하면서 공수 밸런스를 지켜 득점까지 연결한다"고 '벤투 스타일'을 설명했다. 실제로 벤투 감독은 한국 땅을 밟은 뒤 볼 점유율을 높이면서 후방 빌드업으로 상대를 압도하는 '지배하는 축구'를 선보이겠다 장담한 바 있다. 자신의 선언을 사실로 만들기 위해 그는 6번의 친선 경기와 울산 소집훈련을 통해 후방 빌드업을 가다듬었고 조직력을 끌어올렸다. 골키퍼부터 공격수까지 공을 잡고 지켜내고 또 이어주는 과정을 수도 없이 반복하며 '벤투 스타일'을 완성해 나갔다.
대회가 아닌 친선경기라곤 해도 벤투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대로 밀어붙여 6경기 3승 3무, '무패 행진'을 달렸다. 새해 첫 날 예정된 사우디아라비아와 평가전, 그리고 내년 1월 6일 개막하는 아시안컵에서도 '벤투 스타일'을 유지할 예정이다. 특히 아시안컵은 대회 특성상 한국을 상대로 내려서서 밀집수비를 펼칠 상대들이 많다. 벤투 감독은 "경쟁력 있는 상대가 많이 참가해 변수도 많다. 매 순간 쉽지 않은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경계를 풀지 않으며 "우리 스타일을 유지하고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는 답변을 내놨다. 어디까지나 '벤투 스타일'을 지키는 게 첫 번째 과제라는 얘기다. 한국 축구 59년 만의 아시안컵 우승 도전도 '벤투 스타일'에 달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