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하정우는 하정우다. 다소 민감할 수 있는 질문도 유쾌하게 받아치는 매력은 하정우의 전매특허이자 천부적 재능이다. 오해를 받아도 해명하면 그만. 실제로 아니기에, 심각하게 받아들일 이유가 없기에 답변도 시원할 수 밖에 없다. 전무후무 '인터뷰 천재'라 불리는덴 그만한 이유가 있다.
'PMC: 더 벙커'는 글로벌 군사기업(PMC)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 받아 지하 30M 비밀벙커에 투입돼 작전의 키를 쥔 닥터 윤지의(이선균)와 함께 펼치는 리얼타임 생존액션 영화다. 하정우와 김병우 감독이 '더 테러 라이브(2013)' 이후 5년만에 선보이는 신작으로 기대를 모은다.
하정우의 가장 강렬한 변신을 만날 수 있는 영화로도 관심받고 있는 만큼, 하정우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박수받아 마땅하다. 하정우는 이번 영화에서 캡틴의 섹시한 매력부터 벙커에서 살아나가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처절한 연기를 마음껏 펼친다.
캡틴 에이헵은 전쟁도 비즈니스라 여기는 글로벌 군사기업 블랙리저드의 리더다. 스카잔 점퍼, 카고 팬츠, 고급 시계, 투블럭 헤어, 의미가 담긴 타투 디자인까지 마성의 '더티 섹시미'를 뽐낸다. 또 색다른 결이 담긴 총기 액션과 70% 이상 영어 대사를 소화, '역시 하정우'라는 찬사를 불러 일으킨다.
하정우는 24일 오후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개봉을 앞두고 있는 영화 'PMC: 더 벙커(김병우 감독)' 인터뷰를 진행했다. 신선한 영화인 만큼 영화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지만, 최근 하정우를 둘러싼 여러 이슈들에 대한 질문들도 빠질 수는 없었다.
하정우는 이날 아이돌보다 더 큰 화제성을 불러 일으킨 토끼모자를 직접 언급하는가 하면, 광고와 73억 건물의 상관관계, 한 시상식에서 찍힌 선미와의 영상, 그리고 차기작 '백두산'에서 부부호흡을 맞추게 된 수지를 언급하는가 하면 멜로와 결혼에 대해서도 솔직한 속내를 아낌없이 밝혔다.
"건물 때문에 광고 찍는것 아냐…체중조절 약은 직접 복용"
먼저 'PMC' 속 하정우의 매력에 대해 말하던 중 "투블럭 헤어와 토끼모자"를 읊조린 하정우는 "요즘 다른 것보다 토끼모자에 대한 이야기가 많은 것 같다. 엊그제 메인 기사에 '토끼모자 만드는 회사에 돈을 못 벌었다'는 내용이 뜬걸 봤다. 근데 앞에 '하정우가 쓴 토끼모자'라는 설명이 있더라. '큰 기여 했구나' 싶었다"고 너스레를 떨어 1차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최근 광고 수가 많아진 것 같다. 왠지 하정우라면 안 찍을 것 같은 광고도 찍었더라"는 질문에는 '다이어트 보조제' 품명을 명확히 꼽더니 "광고를 많이 찍는 것에 대한 심경 변화는 없다"며 "체중관리 약 광고는 내 입장에서는 안 할 이유가 없었다. 사실 광고를 찍기 전부터 개인적으로 챙겨먹던 약이었다"고 깜짝 고백했다.
하정우는 "물론 광고가 나와 안 어울릴 수 있다. 근데 가깝게 두고 먹다 보니까 나에게는 익숙했던 것 같다. 내 돈 주고 직접 사 먹었다. 효과도 봤다. '이거 진짜 묘약이구나' 싶었다"며 "근데 운명적으로 광고 제의가 들어왔다. 때문에 그 광고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주저하지 않았다. 오히려 '널리 알려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최근 73억 건물주 소식이 전해지면서 그 때문에 광고를 많이 찍는 것 아니냐는 농담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다"고 하자 하정우는 "그러게 그 이야기가 왜 나갔는지 모르겠다. 내 본명이 김성훈인데 그걸로 찾으면 나인지 절대 모른다. 아무래도 주변에서 누가 이야기 한 것 같다. 상당히 당황스러웠다"며 "광고는 당연히 건물 사려고 찍는 건 아니다. 좀 쑥스럽다"고 덧붙였다.
"선미와 시상식 영상 화제? 재구성 놀라워"
하정우는 지난 11월 말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AAA)' 시상식에 참석했다 주지훈과 함께 선미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팬 카메라에 찍혀 오해 아닌 오해를 받았다. 음성없이 모션만 찍힌 영상에 다양한 추측과 반응이 쏟아진 것.
하정우 역시 이 영상을 잘 알고 있다는 듯 호탕하고 웃으며 "나도 놀랐다. 재미있게 재구성이 됐더라. 개인적으로 원더걸스 팬이었는데 선미 씨를 그 자리에서 처음 봤다. 팬 입장에서 악수를 요청했고 '팬이다'고 언급했다. 옆에 (주)지훈이에게도 '너도 악수해라'라고 한 것이다"고 강조했다.
"휴대폰을 보고 있어 오해를 불러 일으킨 것 같다"는 말에도 하정우는 "지훈이가 뭘 보여준 것 같다. 오해를 받아 억울하지는 않았다"며 "난 성격상 함께 있는 자리에서 긴장감을 유지하는 스타일이 못 된다. 어느 자리에서건 말도 걸고 악수하고 팬이라고 하기 때문에 부자연스러운 자리는 아니었다. 원더걸스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신기했다"고 덧붙였다.
좋아하는 걸그룹에 대해서도 하정우는 언급하길 주저하지 않았다. 1초의 고민없이 "레드벨벳을 좋아한다"고 고백한 하정우는 "레드벨벳 슬기 씨 좋다"며 "트와이스도 좋아한다. 채영 씨가 귀엽더라. 카드 광고를 봤는데 '저 친구는 누구지?' 싶었다"고 귀띔했다.
"멜로 작품 내가 더 시급…아내 수지 한번도 못만난다"
하정우라고 남자들만 잔뜩 나오는 영화를 선호하는건 아니다. 멜로 장르에 누구보다 관심을 갖고 있는 이가 바로 하정우다. 하정우는 "멜로, 러브라인 너무 하고 싶다. 근데 최근 선택한 작품, 기획되고 있는 작품들이 다 그 모양이다"고 자폭해 좌중을 폭소케 했다.
하정우는 "차기작 '백두산'에서 와이프로 수지가 결정되면 뭐 하냐. 영화에서 한 번을 안 만난다. 난 주구장창 (이)병헌이 형과만 촬영한다. 가족과는 분리된다. 그 쪽은 남겨진 사람들, 우리는 북쪽으로 넘어가 가는 팀이다"고 토로했다.
또 "찍어 둔 '클로젯'은 (김)남길이와 함께 했고, '보스턴1947'도 남자 둘 데리고 보스턴에 간다. 아주 엉망이다. '피랍' 기사도 떴나? 그것 역시 남자 구하러 가는 이야기다. 앞으로 정한 세 작품은 그러하다. 그럼 난 44살이 된다. (멜로가) 급하다. 내가 더 급하다. 나도 '뉴욕의 가을' 같은 영화 찍고 싶다"고 강조해 또 한 번 좌중을 폭소케 했다.
"그럼 마지막 멜로 상대가 공효진인 것이냐"고 하자 하정우는 "전지현이 될 수도 있다. '베를린'이 있었고, '암살'도 나름 멜로라면 멜로다. '터널' 배두나? 거의 안 만나긴 했다. '아가씨'도 희한하다"고 읊었다.
하정우는 "아무래도 영화에서 소화할 수 있는 장르와 TV 드라마에서 소화할 수 있는 장르가 있는 것 같다. 다만 우리 나라는 짬뽕 혼합 장르를 잘 하니까 발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근데 또 러브라인을 넣어버리면 '쓸데없이 왜 넣냐' 할 수도 있다. 좋게 발전하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희망했다.
"드라마를 할 생각은 전혀 없냐. 제의가 없는 것이냐"는 질문에는 "제의는 있다. 근데 나는 운 좋게도 미리 작품을 선정하고 몇 년의 스케줄을 짤 수 있다. 드라마제의는 길어도 방영 6개월 전에 들어온다. 그 시기는 이미 '뭘 하겠다'고 결정해 둔 시기다. 그래스 스케줄 잡기가 어렵다"며 "밝힐 수는 없지만 (제의받은) 주옥 같은 드라마들이 많았다. 나도 아쉽다"고 털어놨다.
여기에 덧대 하정우는 '결혼'에 대한 소망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결혼도 빨리 해야 하고, 아이도 낳고 싶다. 네, 다섯 정도? 많이 낳고 싶은 마음이다. 내년쯤 결혼 정보 회사에 프로필을 내고 순차적으로 만나 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특유의 능글맞은 센스로 인터뷰를 마무리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