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치료제 '타미플루'가 심각한 부작용 논란의 중심에 선 가운데 소송으로 제약사나 약을 처방한 의사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는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법조계는 의료소송을 진행하더라도 피해자가 손해배상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24일 부산 연제경찰서에 따르면 이달 22일 오전 6시께 부산 한 아파트 화단에 A(13)양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검안의는 특이한 외상이 없고 추락에 의한 장기 손상으로 숨진 것 같다는 소견을 밝혔다. A양은 전날 독감 탓에 타미플루를 처방받아 복용한 후 환각 증상을 호소한 것으로 알려진다. 유족들은 "의사에게 타미플루를 처방받으면서 부작용과 관련해 어떤 경고도 받지 못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타미플루를 먹은 뒤 환청 끝에 추락사를 한 사례는 국내외에서 다수 보고된 바 있다. 2016년에는 국내에 거주하는 11세 남자 아이가 타미플루 복용 후 이상증세로 21층에서 추락해 사망했고, 식약처는 의약품 피해구제 보상금을 지급했다. 앞서 2004년 일본 기후현에서는 한 고교생이 타미플루를 복용한 뒤 맨발로 도로를 걸어 다니다가 대형 트럭에 뛰어들어 사망했다.
타미플루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 소식이 전해지자 육아 커뮤니티 등 온라인상에서도 부작용을 경험하거나 봤다는 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B씨는 "몇 년 전 아이가 독감에 걸려 타미플루를 처방받았다. 그런데 아이가 밤에 자다가 말고 일어나서 '누가 자꾸 나를 쳐다본다'면서 몽유병 환자처럼 마루를 서성거렸다. 여중생 추락사 기사를 보고 당시 기억이 떠올라 무섭다"고 말했다.
타미플루 복용으로 인한 부작용 신고 건수는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식약처가 지난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성일종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타미플루 부작용 신고 건수는 2012년 55건에서 2016년 257건으로 증가했다. 이 기간 구체적인 부작용 증상은 구토가 215건으로 가장 많았고 오심(구역질이 나는 증상) 170건, 설사 105건이었다. 어지러움과 소화불량도 각각 56건과 44건이 있었다.
법조계는 의료소송을 통해 제약사나 약을 처방한 의사에 책임을 묻고 손해배상을 받기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타미플루에 경고 문구가 적혀 있고, 의사와 약사 역시 부작용 경고를 하지 않았을 뿐이어서 책임이 미미하다는 것이다.
김재형 법무법인 다온 변호사는 "제약사와 의료소송으로 갈 경우 추락의 직접적인 원인이 타미플루 때문인지 혹은 인플루엔자 자체의 이상증세 때문인지 입증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의학적 논란이 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인과관계를 입증돼야 과실로 인한 손해배상도 가능한데 이 자체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어 김 변호사는 "의사와 약사 역시 부작용 고지를 하지 않았으나 약사법 위반 등으로 과태료 처분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전지현 법무법인 참진 변호사는 "부작용 경고 문구는 약에 명시돼 있다. 이 사건의 문제라면 의사와 약사가 부작용 설명을 하지 않은 것"이라며 "하지만 의사와 약사 모두 부작용 고지를 하지 않아 이에 따른 책임도 극히 일부분만 인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스위스의 제약사 로슈사가 개발한 타미플루는 2001년 11월 먹는 독감치료제로 알려지며 국내에 처음 시판됐다. 2004년 세계보건기구(WHO)가 조류독감 치료에 타미플루가 효과적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하면서 전 세계 시장에 공급됐고 연간 2조원의 매출을 올리는 대표적인 독감치료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