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조어는 다양한 배경으로 만들어진다. 존중과 응원, 조롱과 풍자까지 많은 의미를 담는다. 2018 KBO 리그는 감동과 환희뿐 아니라 분노와 아쉬움도 선사했다. 어김없이 10구단과 선수 그리고 리그의 이슈를 대변하는 새로운 말도 나왔다
나나랜드 - 롯데, 주전 포수 부재 속 PS 탈락
롯데 젊은 포수 듀오 나종덕과 나원탁의 성과, 지난해 성인 동화로 사랑받은 영화 라라랜드의 합성어. 롯데는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의 삼성 이적으로 생긴 안방 공백을 두 포수로 메우려 했다. 세대 교체를 향한 염원이 담긴 단어다. 시즌 초반엔 나종덕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그러나 이내 실력과 경험에 한계를 드러냈다. 롯데도 중·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2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도 실패했다. 주전 포수 김태군이 군 입대하며 공백이 생긴 NC도 최하위에 머물렀다. 포수 육성의 어려움과 안방 전력의 중요성이 재확인된 시즌이다.
연쇄 사인(Sign)마 - 팬서비스 논란 속 재조명 받은 선수들
팬 서비스가 좋은 선수를 뜻하는 말. 지난해 5월, 일부 선수가 어린 팬의 사인 요구를 외면하는 장면이 도마 위에 올랐다. 천정부지로 솟은 몸값이 팬 서비스와 반비례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사인공으로 금전 취득을 꾀하는 이들도 있다. 인파 모두에 사인해 주기도 어렵다. 문제는 표정과 태도다. 일부 선수는 잘못된 인식이 엿보인다. 그러나 논란 속에서 재조명받은 선수들도 있다. 이전부터 팬 사이에서 사인 요구를 흔쾌히 응하던 선수의 이름이 나오기 시작했다. 빈도, 태도 모두 감동을 선사했다고 한다. 한 신인급 선수는 머뭇거리는 팬에 먼저 다가서기로 유명하다.
데뷔시즌 엄청난 활약을 선보이며 신인왕을 싹쓸이 한 KT 강백호.
어·신·강 - 강백호, 역대급 '거포 유망주'
'어차피 신인왕은 강백호다'는 말. 데뷔 첫 타석에서 홈런을 치며 화려하게 등장한 선수다. 스타성뿐 아니라 실력까지 증명했다. 올 시즌 29홈런을 기록하며 고졸 신인 데뷔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다. 대항마 없이 신인왕을 향해 독주했다. 지난달 열린 KBO 리그 시상식에서 총 555점 가운데 514점을 얻어 무난히 2018년 최고 신인으로 인정받았다.
제·미·부 - 감독 사퇴로 이어진 병역 특례 논란
'제발 미필쿼터 부탁드립니다'의 줄임말. 아시안게임 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전망한 야구 커뮤니티 사이트의 게시글에 특정 구단, 선수의 팬들이 남긴 댓글이 화제가 됐다. 선발이 불투명한 선수지만 미필 신분이 고려되길 바란 것. 호응와 조롱을 동시에 받았다. 나아가 병역 특례 제도를 두고 야구팬 사이에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아시안게임 선발 때마다 불거진 논란이지만 회피 의도를 보인 선수들이 후보로 있어 더욱 거셌다. 대표팀은 논란을 감수하고 해당 선수들을 선발했지만 금메달을 따고도 비난을 받았다. 논란도 일파만파. 선동열 감독은 국정 감사에 출석해야 했다. KBO 총재는 전임감독제를 부정했고 선 감독은 자진 사퇴했다.
지난 10월 9일 사직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 기아타이거즈의 경기. 롯데 자이언츠 제공
준WC(와일드카드) 결정전 - 2018시즌도 흥행은 5위 싸움이 주도
와일드카드 결정전 진출을 두고 경쟁하던 KIA와 롯데가 정규 시즌 마지막 주에만 네 차례 맞대결을 갖게 되며 생긴 말. 롯데는 시즌 막판에 뒷심을 발휘하며 KIA와의 승차를 1게임 차로 좁혔다. 10월 9일 맞대결에서도 11-10으로 신승을 거두며 승률 1차로 추격했다. 그러나 이어진 KT와의 더블헤더 2연전에서 모두 패하며 단숨히 벼랑 끝에 섰다. KIA와의 남은 3연전에서 전승을 거둬야 했다. 11일 경기에선 승리했지만 2차전에선 4-6으로 패했다. 디펜딩 챔피언 KIA는 5위를 확정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병역 논란으로 침체됐던 KBO 리그에 두 팀의 경쟁이 활력을 불어넣었다.
내년부터 KT위즈를 이끌 이강철 감독. 연합뉴스 제공
감독 사관학교 - 두산 수석 코치는 사령탑 필수 코스?
2년 연속 두산의 수석 코치가 다른 팀의 감독으로 선임되면서 나온 말. 지난해 한용덕 한화 감독이 테이프를 끊었고, 올해는 이강철 KT 감독이 그 대열에 합류했다. 두 감독 모두 두산에서 지도자를 하기 전에도 자주 하마평에 올랐다. 공교롭게도 감독 데뷔 바로 전 이력이 두산 수석이었던 것. 공교롭게도 내정자들과 동행한 두산의 한국시리즈는 결과가 좋지 못했다.
양의지는 지난 10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눈물을 흘리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어 다음날 NC와 4년 125억에 계약을 발표했다.
린의지 - 리그 최고 포수의 이적
NC 모기업의 주력 브랜드와 양의지의 합성어. NC는 2019 스토브리그 개막과 동시에 안방 전력 강화 방침을 내세웠다.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포수가 FA(프리에이전트) 시장에 있었고 NC 팬은 기대감을 높였다. 양의지는 공식 석상에서 말을 아꼈다. 그러나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수상 소감을 하다가 눈물을 보이며 두산과의 이별을 예고했다. 다음 날인 12월 11일 NC와 기간 4년, 총액 125억원에 계약했다. 지난해 강민호의 삼성행에 이어 두 시즌 연속 국가대표 포수가 팀을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