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시상식이 모두 끝난 가운데 어느 곳 하나 시청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한 운영방식과 수상 남발 등으로 오점을 남겼다.
가요 축제는 늘 그렇듯 고질병인 음향 문제가 여전했고 이번엔 엔딩 무대를 둔 잡음도 새어나왔다. MBC 연기대상은 공동수상을 밥먹듯이 해 말이 많았고 SBS 연예대상은 무리한 시간 끌기로 긴장감을 떨구며 리모콘을 돌리게 만들었다.
안 하느니만 못 했던 지상파 시상식, 무엇이 잘못됐을까.
SBS, 시간 끌기도 정도껏
과도한 시간 끌기로 비난의 중심에 섰다. SBS 연예대상에서 수상자들은 상을 받은 뒤 "시간이 없다네요"라는 말을 반복했다. 생방송 특성상 시간이 없어 화면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제작진이 '빨리 소감을 말하라'고 재촉한 것. 소감을 길게 말하지 못 하는 수상자들은 감흥을 느낄 수도 없이 내려왔다. 문제는 전체적으로 시간이 없었던 게 아니다. 필요없는 코너를 구성하며 시간을 잡아먹었다. 2부 초반 베스트 커플상 후보를 보여주며 30분 가량을 할애했다. 여기에 대상 후보자들 인터뷰는 또 왜이리 길게 하는지 긴장감을 불어넣긴 커녕 채널을 돌리게 만들었다.
KBS, 이러다 밤 새겠네 연예대상은 고질적인 엿가락 진행이 발목을 잡았다. 진행 아마추어인 AOA 설현과 배우 윤시윤이 불안했다. 그래도 KBS 2TV '연예가중계'를 오랫동안 이끈 신현준을 믿었건만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대상 후보 자격으로 신동엽과 유재석이 올라와 마이크를 잡자 진행이 시원시원해졌다는 시청 평이 이어졌다. 신동엽도 농담 섞인 말투로 신현준의 답답한 진행을 지적했다. 처음엔 210분을 예고했지만, 늘어지는 진행 덕에 이를 한참 초과했다. 오후 9시 20분 시작한 시상식은 다음날 오전 1시 50분께가 돼서야 끝났다.
가요대축제는 방송 전부터 잡음이 있었다. 무대 순서와 노래, 출연자 등이 적힌 큐시트가 전날 오전 리허설 중 불법 유출되면서 특별 컬래버레이션의 세부 구성과 엔딩 주인공이 공개됐다. KBS 측은 "공연을 위해 오랜 기간 준비한 아티스트들의 사기를 저하하는 일"이라며 자진 삭제를 당부했지만 이미 겉잡을 수 없이 퍼진 뒤였다. 시청자들도 김이 빠지긴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방탄소년단 슈가의 솔로곡 '시소' 무대 도중 2~3초간 화면이 멈추고 현장음만 들어가는 방송사고도 발생했다. 짧은 순간이긴 했지만 슈가의 솔로곡은 생방송이 아니라 사전 녹화분이었다는 점이 시청자가 더 크게 실망하는 이유다.
MBC, 후보 넷에 공동대상 이 정도면 상을 받은 사람이 더 무안하다. MBC 연기대상은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라는 컨셉트를 잡았는지 참가자 대부분이 상을 받았다. 특히 최우수연기상·우수연기상·조연상을 네 부문으로 쪼개며 보는 사람을 지치게 할 정도로 트로피를 퍼줬다. 여기에 부문별 후보를 네 명 올려두고 공동대상을 남발했고 최우수연기상은 무려 10명이 가져갔다. 신인상도 네 명, 청소년 아역상은 8명이나 받아 상의 무게를 가볍게 만들었다. 고개를 의아하게 만드는 코너도 있었다. 배우들의 인터뷰를 한 김용만이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었다. 돌발 질문을 던졌고 당황한 장기용·진기주 등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 하며 회피해 민망한 상황이 발생했다.
방송연예대상에선 모호한 수상 기준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배우 차인표는 '궁민남편'으로 버라이어티 부문 남자 최우수상을 받았다. '나 혼자 산다' 이시언과 공동 수상이었다. 호명됐을 때부터 머쓱한지 이마를 긁어댄 차인표는 "예능을 처음 하니까 기분 내라고 주신 것 같다. 진짜 받을 자격이 없다. '궁민남편' 시작한 지 두 달 됐는데 시청률이 많이 안 올라서 고생하고 있으니까 열심히 하라고 주신 것 같다"며 변명 아닌 변명을 해야 했다. 시청자들은 "차인표가 예능을 하는지도 몰랐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도 그럴 게 '궁민남편' 시청률은 일요일 예능 중 최하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