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가 시작되고 또 한 해가 저물어 갈 즈음이면 전국 일출 명소를 찾는 발걸음이 는다. 서울에서는 하늘공원을, 강원도에서는 정동진을, 제주도에서는 성산일출봉이 대표적인 일출 명소로 꼽힌다.
기해년의 첫날은 지났지만, 한 해를 알차게 보내기 위한 다짐을 하기에 아직 늦지 않은 때다. 1월 새해를 기념해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제주에서 신년의 기운을 느껴 보는 것은 어떨까.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하고, 길따라 볼거리들이 즐비한 제주도를 새해 첫날 찾았다. 요트 위에서, 도로 위에서 해맞이
북적이는 일출 여행이 아닌 여유롭게 힐링하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면 바다로 나가 해돋이를 감상하는 것을 추천한다.
퍼시픽랜드에서 운영하는 요트 투어. 퍼시픽랜드 제공
제주도 서귀포시 중문관광단지 내에 있는 ‘퍼시픽랜드’에서 운영하고 있는 ‘일출 투어’ 프로그램은 해돋이 감상을 위해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 사이에 인기다.
1일 다른 관광객들과 함께 일출을 감상하는 프로그램인 ‘퍼블릭 썬라이즈 요트투어’를 따라 나섰다. 제주 중문 앞바다에서 해가 뜨는 모습을 눈에 담고, 준비된 낚싯대와 미끼로 바다낚시까지 즐길 수 있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이날 제주 겨울의 해가 고개를 내미는 시간은 오전 7시38분. 7시10분에 출발하는 요트에 올라야 바다 한가운데서 해의 기운을 만끽할 수 있다.
해돋이를 기다리고 있는 요트와 사람들. 사진= 권지예 기자
일출을 관람하는 장소는 제주대포해안의 주상절리대에서 조금 떨어진 바다 한가운데다.
웅장한 주상절리대를 감상할 틈도 없이, 이를 등지고 조금씩 떠오르는 해를 멍하니 눈에 담았다. 금새 바다 위로 드러나는 해의 온전한 모습을 기대했지만, 마음과 달리 수평선 위로 드리워진 구름에 해를 보는 시간이 늦어졌다.
구름 위로 해가 모습을 드러낸 시각은 오전 8시11분경. 차디찬 바닷바람으로 차가워진 손을 핫팩으로 녹이며 관광객들은 해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기 바빴다.
예상보다 늦어진 해돋이에 기존 코스인 바다낚시는 없었다. 먼바다로 나갔던 요트가 선착장으로 항해하며, 중문해수욕장을 지나니 금새 투어가 끝났다.
특별히 이날은 새해를 기념해 퍼시픽랜드의 엘마리노 레스토랑에서 요트 탑승객들을 위해 떡국을 제공했다. 요트 투어 요금은 성인이 8만원이며, 청소년·소인은 6만원이다.
이어 관광객들은 퍼시픽랜드 앞 서귀포 중문색달해수욕장에서 열린 제19회 서귀포 겨울바다 국제펭귄수영대회를 다음 코스로 찾았다. 퍼시픽랜드는 이 수영대회의 참가자들에게 요트 투어 50% 할인 등 혜택도 주고 있다.
국제펭귄수영대회는 오전 10시에 시작돼 11시35분 입수 전 준비운동을 마친 참가자 500여 명이 낮 12시를 조금 넘겨 스타트 총성과 함께 바다에 뛰어들었다. 추운 겨울에도 수영복 차림의 참가자들이 우르르 바다에 뛰어들며 장관을 연출했고, 환호와 함성이 해변을 가득 메웠다.
동시에 행사장에서는 제주 토속음식 몸국이 무료로 제공, 행사에 참여한 3000여 관객들의 몸과 마음을 녹여 줬다.
요트 위 일출이 부담스럽다면, 제주의 평온한 도로 위에서 일출을 맞이하는 것도 색다른 방법이다.
제주 동쪽에서 떠오르는 첫 여명과 함께하는 길이 바로 ‘1136중간산도로’다. 1136 표지판을 찾으면 아기자기한 풍경과 함께 아침을 맞을 수 있다. 특히 이 도로 중에서도 해를 맞으러 가기 좋은 코스는 ‘와흘-대흘리삼거리-선흘리삼거리-송당’으로 이어지는 길이다.
구좌의 해맞이 해안로도 대표적인 도로 위 일출 명소다. 해맞이 해안로는 김녕성세기해변부터 너무 유명해져 버린 월정리해변, 세화해변, 종달리, 그리고 광치기해변까지 이어지는 길이다. 김녕성세기해변에서는 풍력발전기가 떠오르는 해와 어우러져 이국적 풍경을 연출하고, 광치기해변에서는 성산일출봉 전경을 배경으로 해를 맞을 수 있으니 선택은 자신의 몫이다.
특히 새해에는 첫 일출을 감상하는 이들을 위해 특별히 24시간 영업하는 카페들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1월의 제주를 느낄 수 있는 곳은
제주 바다 위에서 일출을 보고 몸국으로 제주의 맛을 느꼈다면, 이번에는 제주의 겨울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떠나 보는 것도 좋겠다. 앙상한 나무가 떠오르는 계절에도 제주의 따뜻함을 말해 주듯 꽃피우는 동백을 감상하는 코스다.
휴애리자연생활공원에서 만날 수 있는 동백꽃. 사진= 권지예 기자
휴애리는 서귀포에서 동백꽃을 즐기기 가장 적합한 곳이다. 제주 서귀포시 남원읍의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은 ‘제주 속 작은 제주’라 할 만큼 제주다운 곳이다. 이곳에서 지난 11월 초부터 시작한 동백축제는 남녀노소에게 인기를 얻고 있다.
사진 찍기 좋게 꾸며 놓은 동백산책로, 떨어진 꽃잎을 산책로 주위로 모아 꽃길을 연출해 놓은 것은 양지선 휴애리 대표의 아이디어다.
휴애리에서는 제주를 대표하는 과일 귤을 따 볼 수 있는 체험도 가능하다. 5000원을 추가로 지불하면 귤을 담을 수 있는 비닐백과 가위를 빌려 준다. 장비를 들고 귤밭으로 들어가 탐스러운 귤을 담으니 금세 봉투가 채워진다.
황금돼지의 해를 기다린 듯, 이곳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그램은 미끄럼 타는 새끼 돼지를 볼 수 있는 ‘흑돼지야 놀자’다. 흑돼지 20여 마리가 미끄럼틀에 오르고 내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작은 ‘쇼’다. 작은 흑돼지들에게는 당근 간식을 줄 수 있는 체험도 할 수 있어 아이들에게 인기다.
겨울에도 ‘초록’을 만나고 싶다면 안덕면의 화순곶자왈을 걸어 보자. ‘곶’은 큰 숲을 일컫는 제주도 방언이며 ‘자왈’은 덤불이다. 나무와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범벅돼 어수선하게 엉클어진 숲 덤불이 곶자왈이다.
이곳에는 열대성 상록 활엽수가 자라, 겨울에도 초록이 아주 가시지 않는다. 특히 화순곶자왈은 숲을 따라 갖춰진 탐방로가 판판해 아이들도 부담 없이 걸을 수 있고, 전망대에서는 한라산과 산방산의 아름다운 풍광을 감상할 수도 있다.